MZ세대 명품 소비, ‘오픈런’ 대신 ‘중고 거래’ 붐

강현숙 기자 2024. 8. 1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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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라이브방송 판매에 차별화된 정품 검수 서비스도 제공

#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요즘 인스타그램 중고 명품 라이브방송에 자주 들어간다. 셀프 생일선물로 찜해둔 샤넬 클래식 플랩백 미디엄 사이즈를 구입하기 위해서다. 매장가는 1500만 원이 넘지만 이른바 '가격을 날려주는' 라이브방송에서는 운이 좋으면 매장가의 절반을 조금 넘는 가격에 중고 제품을 살 수 있다. 알림 설정을 해두고 거의 매일 시청하다시피 한다. 최근에는 300만 원대 프라다백팩을 100만 원이 안 되는 가격에 득템하기도 했다.

중고 명품 플랫폼 구구스가 5월 AK플라자 수원점 1층에 매장을 열었다. [구구스 유튜브 캡처]
고물가 속에서 MZ세대를 중심으로 중고 명품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MZ세대는 제품을 소유하기보다 경험하길 원한다는 특성이 있다. 또한 'N차 신상'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새 물건도 구입하는 순간 바로 중고가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 신상에 집착하지 않고, 중고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려는 소비 패턴을 보인다. 최근 명품 브랜드가 줄줄이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도 중고 명품에 대한 관심에 불을 지폈다. 에르메스는 1월 일부 신발 제품 가격을 올린 데 이어, 6월에는 가든파티백 가격을 인상했다. 루이비통 역시 7월 초 가방 제품을 중심으로 2월에 이어 5개월 만에 또다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샤넬은 이달 국내 주얼리와 시계 가격을 올렸는데, 올해만 벌써 네 번째 인상이다.

성장세 기록 중인 중고 명품 플랫폼

8월 초 국내 대표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는 지난해 번개장터에서 이뤄진 패션 중고 거래 약 2100만 건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럭셔리 리세일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약 4조 원 수준이던 국내 중고 거래 시장 규모는 2012년 약 24조 원으로 급성장했고, 2025년 약 43조 원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중고 명품의 약진이 두드러져 조사 대상 중 60% 이상이 중고 럭셔리 구매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중고 명품을 선택하는 요인으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가격 상승(76.9%)이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번개장터 패션 카테고리 유료 결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0%, 2023년 4분기 대비 43% 성장하며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큰 성장세를 보인 브랜드는 모두 중고 명품으로, 거래액 기준 발렌시아가가 1위를 차지했으며 불가리와 까르띠에도 상위에 올랐다.

2002년 설립된 중고 명품 플랫폼 '구구스'도 지난해 사상 최대 거래액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2분기 구매 확정 기준 거래액은 전년 대비 7% 성장한 594억 원이다. 구구스는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판매와 함께 전국에 27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 5월에는 '알짜점포'로 알려진 AK플라자 수원점 1층에 입점해 이목이 쏠렸다. 2020년부터 중고 명품 사업에 뛰어든 명품 판매 플랫폼 '트렌비'는 올해 전체 거래액의 30% 이상이 중고 명품에서 발생했을 만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고 명품 시장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급성장하는 추세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세계 중고 명품 시장 성장세가 MZ세대를 중심으로 연간 20~3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번개장터는 중고 거래 토털 케어 서비스인 ‘번개케어’를 운영하며 가품 우려를 불식하고 있다. [번개장터 애플리케이션 캡처]

세밀한 정품 검수 서비스 인기

중고 명품을 거래할 때 가장 걱정되는 점은 가품 우려다. 이에 중고 명품을 취급하는 플랫폼들은 차별화된 유료 정품 검수 서비스를 운영하며 검수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번개장터의 번개케어가 대표적이다. 7월 초 한국명품감정원의 '정품' 인증을 받은 '발렌시아가 스니커즈'를 가품으로 최종 판정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번개장터 검수팀은 '17FW 발렌시아가 스니커즈'를 감정한 결과 가죽 소재 워싱 방식, 브랜드 로고 사출 디자인 및 폰트 크기, 박음질 방식 등 정품과 상이한 점을 확인해 판매자에게 안내했다.

2022년 12월 론칭한 번개케어는 정품 검수와 더불어 폴리싱, 세척 같은 프리미엄 클리닝을 제공하는 중고 거래 토털 케어 서비스다. 번개장터 전문 감정사가 빈티지 명품부터 스마트폰까지 다양한 카테고리의 브랜드 상품을 직접 검수하고 감정한다. 서울 성수동에 약 1752㎡(530평) 규모의 정품 검수 센터를 운영 중이며, 검수부터 상품 출고까지 당일 출고율이 98%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기준 총 누적 이용자 수는 23만 명이며, 특히 중고 명품 구매자 2명 중 1명이 번개케어를 이용하고 있다. 200만 원 이상 제품 거래 시 이용률은 약 60%, 500만 원 이상 거래 시는 이용률이 90%에 달한다. 번개케어 거래 중 최고가 제품은 까르띠에 브레이슬릿으로 5000만 원에 거래됐고, 롤렉스 시계는 3600만 원, 에르메스 버킨백은 290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정품 검수 외에도 시계·주얼리 폴리싱, 가방·지갑 프리미엄 세척 등 다양한 클리닝 서비스도 인기다.

구구스는 매장 현장 감정, 본사 2차 감정, 본사 3차 감정 등 3단계로 세분화한 정밀 검수를 거쳐 제품을 판매한다. 외주 업체가 아닌 본사에 소속된 감정 인력을 두고 있으며, 보석과 시계는 GIA(국제보석감정사) 자격증 소지자와 시계 장인이 감정해 신뢰도를 높였다.

중고 명품이 인기를 모으면서 오프라인 중고 명품 숍들은 매장 판매와 더불어 인스타그램 라이브방송을 통한 판로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자리한 '엘라부티크'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오브이'가 특히 '인스타 개미지옥'으로 유명하다. 매일 오후 두세 차례 라이브방송을 진행하는데 명품 가방과 액세서리, 지갑류가 주력 판매 상품이다. 라이브방송 시청 도중에 마음에 드는 제품이 소개되면 화면 캡처 후 카카오톡으로 문의하는 방식이다. 라이브방송 도중에는 자체 매장가보다 많게는 수십만 원가량 가격을 낮춰 판매하기 때문에 인기 상품의 경우 구입 경쟁이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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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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