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영향력’ 3년 연속 1위로 지목된 김건희 여사 [2024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김 여사, 57.4% 압도적 지목률
최측근에서 당내 최대 견제 세력으로 변모한 한동훈 대표는 21.6%로 2위
(시사저널=이원석 기자)
'대통령 곁에, 혹은 그 뒤엔 누가 있을까?' 이는 언제나 정치권에서 가장 큰 궁금증을 자아내는 질문 중 하나다. 국가 최고지도자의 중대한 의사결정들에 어떤 누군가 영향력을 미치고 있진 않을까에 대한 의구심이다. 한국 정치사에선 '실세'라는 이름으로 평가된 대통령 주변 인물들이 늘 존재해 왔다.
시사저널은 1989년 창간과 더불어 매년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를 통해 각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조명하면서, 특히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 조사도 실시해 왔다. 현직 대통령과 그 주변을 바라보는 전문가와 일반 국민의 시각을 확인해 보기 위해서다.
'경쟁자' 이재명은 3위…'멘토 의혹' 천공 4위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세 번째인 올해 조사에서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로는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57.4%의 압도적 지목률로 1위로 집계됐다. 2022년과 2023년 두 번의 조사에 이어 3년 연속 1위다. 21.6%의 지목률로 2위에 오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는 2배 이상의 격차다. 김 여사는 일반 국민 조사에서도 65.0% 지목률로 1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압도적인 지목률의 의미는 뭘까.
김 여사는 역대 어느 대통령의 부인보다도 대통령 주변에서 존재감이 커 보인다. 그리고 그 존재감이 임기 내내 지속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직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정숙 여사도 대통령 임기 중 첫 조사였던 2017년 33.7%의 지목률로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 첫 번째로 꼽혔다. 그러나 이듬해(2018년) 조사에선 2위(11.4%), 이번 조사와 마찬가지로 대통령 임기 중 세 번째 조사였던 2019년엔 5위(7.0%)로 떨어졌다. 반면에 김건희 여사는 3년 내내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임기 첫해부터 지목률에서 김정숙 여사보다 월등히 높았다. 올해는 지난해(55.2%)보다 소폭 상승하기까지 했다.
김 여사를 향한 이 같은 시각은 윤 대통령 임기 내내 계속되고 있는 김 여사 관련 각종 논란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지난 7월엔 집권여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김 여사가 한동훈 대표와 올해 초 나눈 문자메시지 내용이 공개돼 파장이 일기도 했다. 해당 논란뿐 아니라 김 여사가 각종 정치권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 내용도 여러 차례 유출돼 공개된 바 있다. 각종 정치 현안 등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는 김 여사의 태도에서 대중은 대통령에 대한 김 여사의 영향력을 짐작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참모에서 정치인, 그것도 대통령의 국정 파트너인 집권여당 대표로 변신에 성공한 한동훈 대표는 지난 두 번의 조사에 이어 올해 조사에서도 대통령에게 영향력이 큰 인물 두 번째로 꼽혔다. 다만 그 의미는 지난 조사와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오랜 최측근 중 핵심이었다.
그러나 한 대표가 지난해 12월말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두 사람 사이에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지난 전당대회를 통해 관계가 완전히 재편됐다. 한 대표는 당대표 후보 중 윤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대척점에 선 포지션으로 선거를 치러 당선됐다.
실제적으로도 한 대표가 집권여당 대표로서 대통령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위치에 있지만, 올해 한 대표가 지목된 건 진영 내 윤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견제 세력으로 떠올랐다는 맥락에서 풀이될 수 있다. 다른 의미에서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로 꼽힌 것이란 해석이다. 양측은 한 대표 취임 이후 겉으로는 상호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으나 관계는 여전히 불안해 보인다.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이미 당 정책위의장 인선,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문제 등에서 신경전이 벌어진 바 있다.
3위에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0%의 지목률로 꼽혔다. 대선에 이어 국정 운영 과정에서도 야당 수장으로서 윤 대통령의 최대 경쟁자인 이 전 대표 역시 한 대표와 마찬가지로 다른 의미에서 대통령에게 영향을 끼치는 인물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4위(10.6%)에서 지목률이 상승하며 올해 3위로 올라섰다. 민주당 대표 연임을 사실상 확정하며 야권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정진석 5위…'윤핵관' 순위권 밖 밀려나
4위에는 지난해 조사에서 3위였던 역술인이자 유튜버인 천공이 13.4%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대선 과정부터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멘토라는 의혹이 있었고, 야권에선 여전히 그의 입김이 국정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대통령실에선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강력히 부인해 왔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5위(4.0%)에 자리해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조사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김대기 전 실장이 공동 9위에 그쳤던 것과 대비된다. 정 비서실장은 정치인 출신으로서 이전 김대기·이관섭 실장에 비해 밖에서 눈에 띄는 정무형 비서실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대통령 임기 시작부터 3년에 접어든 시점에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는 6위(3.4%)로 나타났다. 지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 후보를 자처하며 출마했으나 한동훈 대표와의 경쟁에서 낙선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7위를 기록됐다.
각각 1.0%의 지목을 받으며 공동 8위에 오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전 대표도 주목된다. 지난해 순위권에 없었으나 두 사람이 이번 조사에서 지목된 건 22대 총선에서 당선되며 윤 대통령 견제 세력으로서 정치적 영향력을 끌어올린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조국 대표의 경우 일반 국민 조사에선 4.4%의 지목률로 정진석 비서실장과 공동 6위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이른바 윤핵관(윤 대통령의 핵심 관계자)이라 불리는 윤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 대부분 순위권에서 밀려난 점이 눈에 띈다. 직전 조사까지만 해도 장제원 전 의원이 6위에 있었으나 올해 조사에선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함께 공동 10위(0.8%)에 이름을 올린 이철규 의원 정도만 대통령 주변에서 존재감이 확인될 뿐이다.
'2024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어떻게 선정됐나
시사저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했다. 그동안은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문화예술인·종교인 등 10개 분야에서 각 100명씩 전문가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2022년부터 비중을 조정해 10개 분야에서 50명씩 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대신 일반 국민 조사를 신설해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올해 조사는 7월2일부터 7월19일까지 진행됐다. 전문가 조사방법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 여론조사로 이뤄졌다. 일반 국민 조사는 온라인 조사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4.4%포인트다. 올해 6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 기준으로 가중값을 부여했다. 두 조사 모두에서 구조화된 질문지를 조사도구로 활용했다. 문항별 최대 3명까지 중복응답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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