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투는 이들을 향해 음악을 틀어라… 그리고 함께 노래하라[주철환의 음악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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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함께 노래하라.
그런데 음미할수록 아무나 사랑할 수 없다는 걸 깨우쳐주니 참 역설적인 노래다.
음악은 우리를 만나게 하고 좋은 노래는 다툼을 멈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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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궁금하면 읽어라. 수백 쪽 분량(저자 마이클 샌델)이라 시간 좀 걸릴 거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함께 노래하라. 4분가량이고 일목요연해서 이해하기 쉽다.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며 사랑은 시기하지 않으며.’(김세환 ‘사랑은’) 기타 못 치면 간첩이란 말이 돌던 시절 교회 오빠 중에는 이 노래 안 불러본 사람 드물다. 그런데 음미할수록 아무나 사랑할 수 없다는 걸 깨우쳐주니 참 역설적인 노래다.
그 시절엔 이런 구호도 유행했다.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 응원가에 붙은 격문인데 싸움(경기)이 끝나면 어깨동무하면서 같이 노래했다. ‘우리 오늘 만난 것이 얼마나 기쁘냐 이기고 지는 것은 다음다음 문제다.’(‘친선의 노래’) 그러나 사랑과 사랑 노래가 일치하기 어렵듯이 시합과 화합이 한길로 쭉 가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2024 파리올림픽 비치발리볼 여자부 결승에서 캐나다와 브라질이 만났다. 금메달이냐 은메달이냐. 양 팀 선수끼리 감정이 격해졌다. 급기야 심판은 경기를 중단시켰다. 이럴 땐 야유가 쏟아지기 마련인데 이게 무슨 일. 갑자기 관중석에서 합창과 율동이 펼쳐졌다. 각본 없는 드라마를 주도한 사람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아니라 뮤직박스에 있던 디제이(DJ)였다. 존 레넌의 음악 ‘이매진’을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고 그냥 틀어버린 것이다. 선곡도 타이밍도 예술이었다. 무명의 DJ는 센스쟁이의 단계를 넘어 에펠평화상(경기 장소가 에펠탑 앞) 후보자로 등극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음악은 우리를 만나게 하고 좋은 노래는 다툼을 멈추게 한다. 어마어마한 역할이자 효용이다. 다이애나 로스가 이끌던 3인조 슈프림스의 히트곡 ‘사랑의 이름으로 멈춰라’(Stop! In the Name of Love)에도 ‘난 참고 또 참을 거야’(I’ve tried so hard, hard to be patient)라는 구절이 나온다. 하지만 다짐은 동메달이고 말은 은메달이며 행동은 금메달이다.
폐회식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8분 동안 좋은 말(평화 치유 감사)은 거의 가져다 썼다. 노래가 말보다 유리한 건 길어서가 아니라 깊어서다. 메시지에 리듬과 멜로디, 하모니를 얹어 4분이면 충분한데 그 순간에 마음이 흔들리고 몸이 움직인다.
금메달에 목매달던 선수들은 관객의 합창에 이성을 찾고 웃음까지 찾았다. 경기가 끝나자 서로를 안아주며 축하하고 위로했다. 그들의 인터뷰 내용처럼 끝나고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오자 TV를 보는 사람조차 흐뭇하고 감격적이다. 에펠탑 앞 뮤직드라마가 끝나자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은 싸움(정치 뉴스)이 화면에 펼쳐진다. 노래채집가의 조언까지 귀 기울일 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제안해본다. 국회에 뮤직박스를 설치하고 다툼이 고조될 때마다 DJ는 음악을 틀어라. 모두 음악에 맞춰 긴장도 풀고 증오심도 누그러뜨려라. 상대편 쪽을 보고 웃으며 합창해라. 의장은 의사봉 대신 음악으로 권면하라. “우리 좋은 노래 한 곡 듣고(부르고) 다시 시작할까요.”
파리에서 선수 임원 관객 모두 한마음으로 부른 노래는 퀸의 ‘위 아 더 챔피언스’였다. ‘우린 끝까지 계속 싸울 겁니다.’(And we’ll keep on fighting till the end) 노래가 끝나도 싸움을 끝내지 못하는 자들에게 묻는다. 도대체 지금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무작정 싸우기만 하면 결국은 힘이 빠져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한다.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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