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빨리 잘 만들길래…포르쉐·벤츠 러브콜 받는 국산 타이어 명가

문광민 기자(door@mk.co.kr) 2024. 8. 19.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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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 ‘넥센 유니버시티’ 가보니
원하는 성능만 입력하면
AI가 구조 등 설계안 도출
왜 최적인지 근거까지 제시
내후년 개발현장에 도입
소음·진동·불쾌감 평가도
유럽車보다 기준 까다로워
서울 강서구 마곡동 소재 넥센타이어 중앙연구센터 ‘무향실’에서 기온·습도에 따른 타이어 소음을 측정하고 있다. 차량 주변에 설치된 30여 개 마이크가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세분화해 녹음하면 엔지니어가 이를 정밀 분석한다. 넥센타이어
“현재 인공지능(AI)은 패턴·재질 등 변수를 입력하면 제동성·내마모성 등 결과값을 예측하는 ‘똑똑한 계산기’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원하는 결과값(타이어 성능)을 입력하면 최적의 설계안을 제시하는 고도화된 AI가 사용될 예정입니다.”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에 자리잡은 넥센타이어 연구·개발(R&D) 센터인 ‘더 넥센 유니버시티’. 최근 방문한 이곳의 최대 화두는 AI 도입 확대 등 타이어 개발 과정 혁신 방안이었다.

자동차 조립에 사용되는 수만 가지 자동차 부품들 중 타이어는 최근 10년 사이 제품 개발 과정이 가장 빠르게 변화했다. 타이어 업계에선 원재료 배합 비율부터 완제품의 노면 소음까지 모든 영역에 걸쳐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신제품 개발 과정에 활용하고 있다. 설계 초안을 도출하는 데만 보름 넘게 걸리던 기간을 일주일로 단축했다.

넥센타이어는 최적의 설계안을 이끌어내는 데 필요한 기간을 하루로 줄이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타이어 개발 과정에 XAI(eXplainable AI·설명 가능한 AI)를 활용하는 것이다. XAI란 AI가 스스로 내린 판단에 대해 추론 이유와 근거까지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AI를 일컫는다. 넥센타이어는 오는 2026년부터 이를 타이어 개발 현장에 도입할 예정이다.

김용수 넥센타이어 설계해석팀장은 “기존 AI는 인풋을 입력하면 아웃풋이 나오는, 성능을 예측하는 도구로 활용됐다. XAI를 도입하면 성능을 입력하면 역으로 설계가 가능해진다. 기반 기술은 개발이 완료된 상태”라고 말했다.

넥센타이어는 글로벌 승용차·경트럭용 타이어 업계에서 성장성 측면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으로 꼽힌다. 2011년까지만 해도 넥센타이어는 현대자동차·기아·한국GM 등 국내 완성차 기업에만 신차용 타이어(OE)를 공급했다. 현재는 포르쉐,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비롯해 28개 브랜드 117개 차종에 OE를 공급하고 있다.

프리미엄 OE 시장은 철저하게 성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완성차 기업이 원하는 타이어 성능을 충족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가격은 부차적 문제다. OE 공급을 시작한 이후에도 일부 완성차 기업은 부품사들에게 정기적으로 도전 과제를 부여한다. 4~5년 뒤에도 제품을 납품할 역량이 있는지 시험한다는 취지다. 테스트에서 떨어지면 타이어사는 해당 완성차 기업에 신제품 개발 견적서조차 제출하지 못 하게 된다. 이런 혹독한 시장에서 넥센타이어는 R&D 강화를 통해 OE 공급 브랜드·차종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임은모 넥센타이어 해외OE개발팀 책임연구원은 “6년여 전 모 완성차 기업에 처음 납품을 시작할 때는 테스트에서 추가 기회를 요청하는 등 시행착오가 있었다. 최근에는 1차 테스트 만에 ‘서프라이즈’라는 회신을 받을 정도”라고 말했다.

넥센타이어는 차량 주행 중 발생하는 소음·진동·불쾌감(NVH) 등 감성 평가의 영역에서도 R&D 역량을 끌어올렸다. 깐깐하기로 유명한 독일 완성차 기업들이 요구하는 수준보다 까다롭게 자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게 일례다.

넥센타이어 마곡 중앙연구센터에는 ‘청음실’이라는 공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청음실에는 수천만 원짜리 오디오 시스템이 설치돼 있고, 사방에는 방음재가 덮여 있다. 언뜻 보면 조용히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기 위해 만들어진 듯 보이지만, 이 공간은 타이어의 노면 소음을 실제에 가깝게 재현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전에는 전담 엔지니어만 주로 헤드폰을 통해 이 소음을 들었다면, 현재는 다른 분야 엔지니어들도 소음을 듣고 본인 영역에서 타이어 소음 저감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한다.

장재호 넥센타이어 NVH 평가팀 책임연구원은 “사운드 퀄리티를 높일 방안을 놓고 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면서 타이어 개발 과정상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넥센 유니버시티에는 영하 5℃에서 영상 40℃까지의 조건에서 NVH를 측정할 수 있는 ‘무향실’도 마련돼 있다. 이곳 역시 외부 소음 없이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관측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고가의 장비로 가득찬 이곳 시설에선 온도뿐 아니라 습도까지도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이 다른 타이어 제조사들과 차별화된 포인트다. 이는 온습도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는 타이어 소음을 관측하기 위한 조건 설정이다. 무향실에선 최고 시속 250㎞ 주행 상황까지 구현해 타이어 소음을 측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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