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에 못 싣습니다’…선박으로 옮겨붙은 전기차 포비아
잇따른 전기차 화재로 섬을 오가는 일부 해운사가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전기차 선적을 전면 금지하거나 충전율을 제한하고 있다.
19일 경남 통영지역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통영항에서 연화도·우도·욕지도를 운항하는 A사가 전기차 선적을 전면 금지했다. A사는 차량 최대 22대, 승객 700명을 수송하는 여객선을 통영∼욕지도 항로에 하루 3차례 운항하고 있다.
A사는 해운사누리집과 통영여객선터미널에 ‘전기차 화재 사고와 관련해 여객의 안전한 수송을 위해 전기차 선적이 불가함을 양지바란다’고 공지해 놓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바다 위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최악의 경우 침몰로 이어질 수도 있어 전기차 선적 금지를 결정했다”며 “선박과 승객 보호를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경남 삼천포∼제주를 일주일 6차례 운항하는 B사는 전기차를 맨 뒤에 실어 선미 입구에 선적하고 있다. B사는 전기차 화재가 진화되지 않으면 재빨리 바다에 버릴 수 있도록 한 조치다.
해운사들의 운항 관리약관에는 승객들의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물은 선적을 거부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통영지역 다른 해운사들도 전기차 선적을 충전율 50% 이하로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육지와 경북 울릉군을 오가는 여객선을 운영하는 에이치해운은 오는 9월 1일부터 전기차의 선적을 전면 제한하려다가 전기차 화재 발생에 대비한 진압 장비 마련으로 선적을 제한하지 않았다. 다만, 충전율 40% 이상이거나 차량등록증상 사고이력이 있는 차량, 1t탑차는 선적을 금지하고 있다. 이 해운사가 운영하는 울릉썬플라워크루즈호는 최대 628명이 탑승하고 차량 200여대를 실을 수 있다.
전남에서 제주항로를 운항하는 여객선사들은 전기차 선적 기준을 배터리 충전율 50%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부산에서 일본을 오가는 해운사들은 전기차 출시부터 선적을 제한하고 있다. 부산의 고려훼리는 부산과 일본 후쿠오카, 부관훼리는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오가는 여객선에 전기차를 선적하지 않고 있다. 펜스타크루즈도 부산과 오사카를 오가는 여객선 내 전기차 선적을 전면 제한 중이다.
현재 전기차 선적과 관련해 명확한 기준이나 화재 진압 설명서가 마련되지 않았다. 해수부는 전기차 선적을 제한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7월 9일 해운조합 등 관계기관에 전기차를 배에 실을 땐 배터리 충전 상태를 50% 미만으로 제한하도록 권고했다. 또 여객선 운항 중에는 전기차 배터리 충전을 금지하고 충돌 흔적이 있거나 사고 이력이 확인된 전기차는 실을 수 없도록 했다.
해운사들의 전기차 선적 금지·제한 결정으로 섬 주민과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여러 사항을 고려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며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안전을 위해 선사의 결정 등을 따라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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