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니파스 & 바렛 막사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김태훈 2024. 8. 19. 08:2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금으로부터 꼭 48년 전인 1976년 8월18일 오전 11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사천교(일명 '돌아오지 않는 다리') 부근.

유엔군이 설치한 초소들 사이에 있던 미루나무 한 그루를 상대로 가지치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격분한 한·미 양국은 그로부터 사흘 뒤인 8월21일 한국 육군 제1공수특전여단과 미 육군 2사단 병력을 판문점에 투입하는 대규모 작전을 벌여 해당 미루나무를 아예 제거해 버렸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꼭 48년 전인 1976년 8월18일 오전 11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사천교(일명 ‘돌아오지 않는 다리’) 부근. 유엔군이 설치한 초소들 사이에 있던 미루나무 한 그루를 상대로 가지치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무성하게 자란 나무가 초소 경계병들의 시야를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를 목격한 북한 경비병들이 “나무를 그대로 두고 돌아가라”고 요구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협박도 가했다. 당황한 한국인 노무자들은 가지치기를 중단했다. 이에 JSA 경비대대 소속으로 현장 지휘관이던 미 육군 아서 보니파스 대위는 “작업을 계속하라”고 지시했다.

판문점 JSA 경비대대에 속한 한·미 양국 장병들이 지난 16일 도끼 만행 사건(1976) 희생자들 추모를 위한 조형물에 헌화하고 있다. 유엔사 SNS 캡처
북한군은 애초에 단순히 시비가 아니고 도발이 목적이었다. 보니파스 대위의 명령이 떨어진 직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북한 군인들이 흉기를 들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북한군이 휘두른 도끼에 머리가 깨진 보니파스 대위는 쓰러졌다. 그의 부하였던 마크 바렛 소위 역시 크게 다쳤다. 두 사람은 신속히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숨졌다. 이른바 ‘8·18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이다. 격분한 한·미 양국은 그로부터 사흘 뒤인 8월21일 한국 육군 제1공수특전여단과 미 육군 2사단 병력을 판문점에 투입하는 대규모 작전을 벌여 해당 미루나무를 아예 제거해 버렸다.

유엔군사령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판문점에서 JSA 경비대대 주관으로 도끼 만행 사건 희생자 추모식이 열렸다. 사후 나란히 1계급 특진이 추서된 보니파스 소령과 바렛 중위를 기억하는 이들이 참석해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사건 당시 한국군 소속으로 현장에 있었던 김문환 예비역 육군 소령은 “그날 미군 장교들이 당했던 일을 잊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 2년 전인 2022년 46주기 추모식 당시 바렛 중위의 유족은 한국인들을 향해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이들의 희생 덕분임을 잊지 말아 달라”는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 1월 JSA 안에 새로 건립된 미군 장병 숙소를 위한 헌정비. 윤석열 대통령이 숙소 건물 이름을 ‘보니파스 & 바렛 막사’라고 지은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1월 JSA 안에 미군 장병을 위한 새로운 숙소가 준공됐다. 여기엔 ‘보니파스 & 바렛 배럭스(Barracks)’라는 명칭이 붙었다. 배럭스란 군인들이 거주하는 막사를 의미한다. 건물을 짓고 이름까지 붙여 미군 측에 헌정한 주체는 다름아닌 대한민국 정부다. 윤석열 대통령은 헌정비에서 “JSA 중대장 보니파스 소령과 소대장 바렛 중위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도끼 만행 사건을 계기로 1978년 출범한 한미연합군사령부는 지난 46년간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 안보를 지키는 기둥 역할을 해왔다. 6·25전쟁 직후 출범해 어느덧 71년이 된 한·미동맹의 영원한 존속을 고대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