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토트넘 역대 최고의 '7번' 선정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우승 없잖아"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손흥민이 토트넘 역사상 최고의 '7번'으로 선정됐다.
18일(한국시각) 영국 기브미스포츠는 그동안 토트넘에서 등번호 7번을 달고 뛰었던 선수들의 순위를 매겼다. 기브미스포츠는 토트넘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꾸준히 뛰었는지, 얼마나 많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는지, 상대 수비수들에게 얼마나 위협적이었는지를 평가 기준으로 뒀다고 밝혔다.
역시 1위는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대런 앤더튼, 글렌 호들, 크리스 와들 등 토트넘의 전설들을 모두 제치고 토트넘 역대 최고의 7번�� 꼽혔다. 기브미스포츠는 '토트넘의 현재 주장이 역대 최고의 7번으로 평가됐다. 2015년에 2200만파운드(약 385억원)의 이적료로 영입된 그는 적응에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고의 윙어 중 한 명이 됐다. 그는 토트넘 역대 최다 득점 5위이며 여러 찬사를 받았다. 가장 주목할 점은 2020년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상, 2021~2022시즌 EPL 득점왕 등을 수상했다'고 전했다.
손흥민은 토트넘의 '리빙 레전드'로 손색이 없다. 손흥민은 2015년 여름 당시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 이적료였던 3000만유로에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에 입단했다. 첫 시즌이었던 2015~2016시즌 다소 부침이 있었던 손흥민은 다음해인 2016~2017시즌부터 맹활약을 펼쳤다. 해리 케인-델레 알리-크리스티안 에릭센과 함께 DESK라인을 구축한 손흥민은 특유의 빠른 스피드와 강력한 슈팅을 앞세워 토트넘 공격의 한축을 담당했다. 2016~2017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8시즌 연속으로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1992년 EPL 출범 후 8시즌 연속 10골 이상을 넣은 선수는 단 7명에 불과하다. 웨인 루니, 프랭크 램파드, 세르히오 아게로, 해리 케인, 티에리 앙리, 사디오 마네 등과 같은 레전드만 갖고 있는 기록이다.
2021~2022시즌에는 23골을 넣으며 아시아 최초의 EPL 득점왕에 올랐다. 페널티킥 득점 하나 없는 순도 100% 득점왕이었다. '레전드' 이영표는 "인류가 달에 착륙한 수준의 업적"이라고 할 정도였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에도 맹활약을 펼쳤다. 17골-10도움 고지를 밟은 그는 10(골)-10(도움)에 성공했다. 2019~2020시즌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10-10(11골-10도움)을 달성했던 손흥민은 2020~2021시즌(17골-10도움)에 이어 세번째로 10-10에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은 명실상부한 EPL 레전드 반열에 올랐다. 디디에 드록바, 램파드, 칸토나, 루니, 모하메드 살라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통계 전문 업체 스쿼카는 '역대 EPL 무대에서 세 차례 이상 10골-10도움을 기록한 선수는 손흥민 포함, 6명뿐'이라며 '쏘니(손흥민)가 레전드의 리스트에 올랐다'고 극찬했다. 루니가 가장 많은 5번의 10-10을 기록했고, 칸토나와 램파드가 4회로 그 뒤를 이었다. 드록바와 살라는 총 3차례 기록했다.
토트넘은 2위 오스발도 아르딜레스, 3위 아런 레넌을 제치고 토트넘 역대 최고의 7번으로 손색이 없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아르디레스는 토트넘의 1980~1981시즌과 1981~1982시즌 FA컵 2연패 멤버였다. 그는 은퇴 후 1993년부터 1994년까지 토트넘의 사령탑을 지내기도 했다. 2021년부터는 토트넘의 앰버서더로 활약 중이다. 명실상부 토트넘의 레전드다. 레넌은 이 명단에 포함된 선수 중에는 손흥민을 제외하고 가장 최근까지 활약을 펼친 선수다. 레넌은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운 돌파력이 장점인 선수였다. 리즈 유스 출신으로 2003년 8월 당시 16세129일이라는 EPL 역사상 최연소 출전 기록을 세웠다. 그는 2005년 토트넘으로 이적해 레전드급 활약을 펼쳤다.
손흥민은 기브미스포츠가 선정조건으로 밝힌 얼마나 오랫동안 꾸준히 뛰었는지도 완벽히 부합한다. 손흥민은 지난 4월3일 웨스트햄과의 원정경기에서 400경기 출전기록을 세웠다. 토트넘 구단 역사상 14번째 기록으로, 비유럽 선수로는 최초다. 이 부문 최고는 1969년부터 1986년까지 토트넘에서 활약한 스티브 페리맨의 854경기다. 21세기로 한정하면 400경기 이상 뛴 선수는 위고 요리스(447경기)와 해리 케인(435경기) 뿐이다. 손흥민이 토트넘에 대한 충성심이 여전한만큼, 21세기 구단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뛴 선수로 등극할 날이 머지않았다. 여기에 손흥민은 지난달 31일 루턴 타운전에서 토트넘 통산 160번째 골을 기록, 케인(280골), 지미 그리브스(266골), 바비 스미스(208골), 마틴 치버스(174골)에 이어 토트넘 역대 득점 5위에 올랐다. 지금과 같은 페이스라면 머지않아 치버스의 기록을 넘을 수 있다.
하지만 이토록 완벽한 손흥민에게 없는게 있다. 우승 트로피다. 기브미스포츠는 '손흥민이 놓친 건 팀 우승뿐이다. 토트넘 합류 후 두 차례 결승전에서 모두 패했다. 최고의 구단들이 그를 원했지만, 손흥민은 토트넘에 항상 충성했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기회가 될때마다 우승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최근 '맨인블레이저스'와의 인터뷰에서 "내 마음속에는 단 한 가지 생각만 있어서 대답하기 쉽다. 우승하고 싶다. 트로피를 들고 싶다. 팀에 성공을 가져다주는 트로피를 원한다. 특히 주장으로서 트로피를 따냈을 때, 이는 나와 내 가족 그리고 클럽과 선수단에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다. 우승을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다. 난 지금 토트넘에서 나 자신을 전설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난 무언가를 얻고 싶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올 시즌에도 주장 완장을 달고 뛴다. 토트넘은 올 시즌을 앞두고 도미닉 솔랑케 등을 영입하는 등 알찬 여름을 보냈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보다 전력이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다. 2007~2008시즌 리그컵 우승 이후 17년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을지, 손흥민에게도, 토트넘에게도 중요한 시즌이 시작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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