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아는기자들] '스타트업 인수한, 스타트업 10년차' 오픈서베이 황희영 대표

임경업 기자 2024. 8. 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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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에게도 스타트업에서 하차해야할 순간이 옵니다. 혹은 스타트업이란 생명체는 설립 몇 년차쯤엔 ‘보다 나은 대표’를 찾기도 합니다. 잔인하죠. 창업자는 직감합니다. 스타트업이 나보다 나은 ‘전문가’를 찾고 있구나. 창업자는 페인포인트를 해결하려고 스타트업을 세우지만, 사실 대부분의 경우 기존 산업군과 어느 접점이 있습니다. 전문가가 존재합니다. 스타트업의 2기는 전문가를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황희영 대표는 2015년 12월에 오픈서베이에 조인했습니다. 연봉 높기로 유명한 맥킨지에서 스타트업의 CPO로 자리를 옮겼고, 이듬해 1월 대표로 취임합니다. 오픈서베이의 2기 시작입니다. 황 대표는 이후 지분을 인수해 대주주가 됩니다.

오픈서베이는 2010년대 초반 ‘모바일 조사’라는 당시로는 혁신 기법으로 등장한 스타트업입니다. ‘치킨집 사장님도 시장 조사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꿈꿨습니다. 창업 때의 꿈은 아직 못 이뤘습니다. 하지만 맥킨지의 전문가를 선장으로 두곤 미세한 피봇을 거듭했습니다. 현재 매출 150억원이 넘었습니다. 글로벌 진출을 준비 중입니다.

스타트업에 전문가 수혈은 필수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수혈해야할까요. 때론 그 전문가는 CEO이기도 합니다. 황희영 대표는 드문 사례입니다. 스타트업에겐 ‘전문가 수혈 방법’을 전해줄 경험자이자 주인공입니다. 반대로 ‘전문가 집단’에겐, 그러니까 ‘페인포인트 해결책을 들고 왔는데도, 기존 시장의 이해도가 낮아서 안타까운 어느 스타트업’에 들어가길 원하는 ‘전문가 누구’에겐 한번 경청해봄직한 사례입니다. 황 대표는 대기업이나 유명 기업의 팀장·임원들은 알지못하는 스타트업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인터뷰는 딱딱합니다. 굳이 겉포장으로 재미있는 일화를 내세우지도 않습니다. ‘전문가 수혈’을 고민하는 스타트업이나, ‘스타트업 조인’을 고민하는 전문가들에겐 좋은 자습서일 겁니다.

황희영 오픈서베이 대표. /오픈서베이

1. 포항공대 나온 리서치 전문가가 스타트업에 조인하기

-앞뒤 자르고 물어도 될까요? 오픈서베이를 왜 인수한거죠?

“처음엔 인수자로 들어온 게 아닙니다. 제 인생은 오픈서베이 이전과 이후로 나뉩니다. 2016년 1월부터 오픈서베이를 맡아 운영하고 있어요. 그 전엔 맥킨지에서 마케팅 엑스퍼트로 근무했죠. 마케팅 엑스퍼트는 기업이 소비자 트렌드나 분석이 필요한 전략 프로젝트를 할 때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와주는 역할이예요. 그런 일을 9년 정도 했어요. 맥락상으론 일이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 전엔 한국피자헛에서 마케터로 일했어요. 브랜드 매니저와 인사이트 매니저 역할을 동시에 하는 자리였어요. 실제 데이터를 가지고 브랜드를 키우기 위한 전략을 짜는 일인데, 역시 맥락상 크게 하는 일이 많이 달라지진 않은 것 같아요.”

-소비자를 분석해, 기업의 전략 프로젝트를 돕는 일이니, 맥킨지의 마케팅 엑스퍼트나 오픈서베이나 업의 본질은 같다는 거죠? 말하자면 조인 당시, 이 분야의 전문가셨던 거죠.

”공대 나왔어요. (※황 대표는 포항공대 화학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했다. 마케팅과 컨설팅 전문가지만, 혁신 기술의 스타트업에 굉장히 가까운건, 이런 공대 출신이란 점이 큰 것 같았다). 처음 일을 시작한 건, 공대 석사 졸업하고 2001년부터예요. 석사 연구 논문 주제는 평판 TV를 만드는 소재입니다. 필드에미션이라고 아시나요?”

“필드에미션이라는 방식으로 평판TV를 만드는 실험 기반 연구를 주제로 석사를 했어요. 당시 필드에디션이라는 기술의 특성은 넓은 면적에 적용하기에 제한이 있었죠. 작은 디바이스로는 됐지만. 제 연구는 필드에미션의 소재를 탄소나노튜브로 교체하는 주제였어요. 필드에미션은 옛날 브라운관TV가 아주 초기 기술이예요.”

-’브라운관을 얇게 만들어, 넓게 만들겠다’는 당시로는 첨단 차기 기술?

”맞습니다. 필드에미션이 전기를 강하게 쏴, 화면에 있는 형광체를 자극해 빛을 내는 거거든요. 브라운관은 쏘는 소스가 한 개예요. 한 개 소스로 넓은 면적에 쏘려면 화면과 소스 사이가 멀어야, 주사를 할 수 있어요. 옛날 브라운관TV가 뚱뚱했던 이유죠. 제 연구는 이 소스를 화면에 픽셀만큼 여러 개를 만들려고 한 거죠. 훨씬 짧은 거리에서도 주사하고 빛을 내게 하려는거죠”

-잔인한 얘기로, 석사 때 시장 경쟁에서 실패한 기술을 연구한 거네요.

”당시에는 실패하지 않았어요. 실패했다기보다는 적합한 활용처를 못 찾았다고 생각해요. 당시에 연구 핵심은 탄소 나노튜브였어요. 이 소재를 필드에미션에 적용하는 것과 그 다음엔 건전지·축전지 소재로 쓰는 것, 두 가지를 연구했어요.”

“2001년, 박사가 아닌, 회사를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바깥 세상이 궁금해서요. 연구했던 분야 말고 밖에는 어떤 일들이 있을까. 처음 맡은 일이 (모니터그룹에서) 소비자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거였어요. 당시는 소비자 데이터를 수집하려면 설문지 들고 가가호호 방문했던 시절입니다.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 붙잡았아야했죠. 당연히 시간과 비용이 많이들어요. 하지만 이 방식으론 ‘정말 이 사람이 매장의 안에 들어가서 매대를 볼 때, 여러 제품 중에서 어떤 게 가장 눈에 띄고, 어떤 게 가장 사고 싶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물어볼 길이 없었어요.”

“정말 소비자가 구매 의사결정을 하는 순간을 캡처하거나, 혹은 장기간 구매 의사결정들을 쭉 추적해 패턴을 찾는 일을 하기가 힘들어요. 왜냐면 (가가호호 방문이나 길거리에서 사람을 찾는데) 같은 사람을 여러 번 컨택을 해서 물을 수가 없는 거예요. 굉장히 많은 제약이 있었죠. 2013년 처음 오픈서베이랑 일을 하면서 눈을 떴죠.”

2. 인수 계약서는 없었다

-되돌이표 질문인데, ‘왜 오픈서베이로 왔느냐’라는 질문의 답은 오픈서베이에서 가능성을 찾았다?

”맞아요. 모바일이면 가능하겠구나. 소비자가 매장에 들어갔을 때, 매대 앞에서 지켜볼 때, 혹은 일주일 동안 구매를 할 때마다의 기록, 이런 걸 전부 합쳐서, 이 사람의 의사결정 패턴을 들여다볼 수 있겠구나. (맥킨지에 있으면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오픈서베이랑 프로젝트를 많이 했어요. 그런 실험들을 되게 많이 했어요. 저한테도 새로운 실험이었고, 당시 오픈서베이에도 해보지 않았던 방식이었어요.”

“왜냐면 오픈서베이는 종이로 하던 설문조사를 모바일로 바꾸는 기술적인 솔루션을 만들었지만, 이 솔루션을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쓸지는…. 말하자면 사실 굉장히 많이 상상해야 되거든요. 예컨대 매장에서 곧바로 리액션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설계해야하죠. 고객사의 니즈를 알고, 우리가 가진 기술적 솔루션을 어떻게 접목했을 때 어떤 모습이 될지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당시 오픈서베이는 기술 이해는 있었지만, 고객이 정말 어떻게 확장해 쓰고 싶을지 상상할 힘은 힘은 없었던 것 같아요.”

-오픈서베이의 대표로 오기 전, 오픈서베이와 협업하는 기존 산업의 전문가였던거네요?

”저는 그걸 주는 역할을 했었죠. ‘사실 기술도 기술만 안다고 되는 게 아니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들을 찾아나가는 태도와 의지도 중요하다’는 거죠. 당시에 오픈서베이엔 그 의지와 문제 해결이 탁월한 분들이 많이 있었어요. 두 개가 결합이 됐을 때 좋은 솔루션이 나오는 경험들을 반복적으로 할 수 있었죠. ‘더 좀 잘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컸죠.”

-오픈서베이에 언제, 어떤 방식으로 조인하신 거죠?

”2015년 말에 조인을 했고요. 당시에는 회사를 맡을 계획으로 조인한 건 아니었습니다. CPO로 조인했어요. 2016년 1월에는 제가 대표를 맡게 됐고요.”

-2016년 1월 대표에 취임했을땐 인수자가 아니었다는거죠?

“2016년 1월 이후, 지분은 6년에 걸쳐 인수했습니다.”

-한꺼번이 아니라, 6년간 쪼개서 인수? 자금은요?

”자금은 20년 동안 번 돈에다가, 앞으로 20년 간 벌 돈으로 마련했어요. 한 번에 큰 돈이 없었기 때문에 오래 걸렸죠. 순차적으로.”

-인수 계약서를 쓰지도 않았다?

”정확하게는 회사를 인수하던 당시에 창업자와 저 사이에 주식 거래에 대한 계약서가 없었습니다. 당시 거래 계약은 주식 등 의무와 관련된 계약은 창업자와 투자사 사이에 존재했어요. 저는 회사를 맡았지만 전문 경영인으로 시작한 거죠. 점차적으로 지분을 인수하면서 현재는 대주주의 위치에 있게 된 거고, 그 기간이 좀 걸렸습니다. 한 6년.”

3. “맥스가 차면 다음 단계를 이끌 사람이 와야”

-스타트업의 잔인한 측면이죠. 창업자도, 창업해 어느 순간을 넘으면, 할 수 없는 일이 생깁니다. 스타트업의 1년 차부터 30년 차까지 창업자인 내가 모든 걸 맡을 수 없는 게 당연하죠. 심지어 피봇도 하니까요. 창업자가 항상 전문가이거나, 최적의 CEO는 아닐 수 있습니다. 사실 가장 좋은 모델은 잘할 수 있는 전문가가 CEO로 오는 경우죠. 우리나라에선 쉽지 않죠. 외국은 모르겠지만.

“해외에선 드문 경우가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특히 투자자가 주도해 회사의 다음 단계를 더 잘 끌어갈 경영진을 섭외하고, 점차적으로 그 사람이 회사를 맡도록 하는 방법들은 굉장히 많이 존재한다고.”

“회사의 포지션은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맥스가 차면, 당연히 그 사람에겐 다른 역할을 주고, 다음 단계 가져갈 다른 분을 모셔와 채우잖아요. 스타트업의 대표라고, 그 자리만은 한 사람이 계속 한다? 그동안 솔루션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기업이란 생태계로 봤을 때는 당연히 그런게 가능해져야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황 대표님도 언젠가 더 적합한 CEO에게 자리를 내줘야할 수도 있어요.

”말씀대로 저한테도 언젠가 적용될 거예요. 제가 모든 걸 할 수 없는 시점. ‘제가 성장하는 만큼 회사가 성장하는구나’라고 느끼는데, 그 성장이 모든 걸, 제가 다 직접 하는 방식으론 풀리지 않는다고는 믿어요. 어떤 부분은 정말 믿을 수 있는, 그걸 잘할 수 있는 분을 모시고 그분과 저 사이에 신뢰관계를 빌드해 이분이 하는 의사결정을 전폭적으로 믿고 지지함으로 해서 그 파트가 잘 돌아가게 하는 것도 저의 역량이라 생각하거든요.”

“훌륭한 사람을 오픈서베이라는 그릇에 담고, 그분이 제대로 펑션할 수 있게 지원하고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도 제 역량의 굉장히 큰 부분입니다. 근데 이런 방식으로 커버가 되는 지점과 정말 어느 지점에서는 내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되는 지점이 언젠가 올 수 있겠죠. 아직은 저도 상상이 되지 않는데, 그 시점이 되면 말씀대로 이 단계를 더 잘할 수 있는 다른 분한테…. 어떤 방식으로든 그분이 잘할 수 있게끔 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유니콘인 한국신용데이터의 김동호 창업자가 오픈서베이의 창업자라고 알고 있어요.

“사실 당시의 상황에선 전환의 주도는 창업자가 아닌 투자사였어요. 김동호님도 투자사하고 커뮤니케이션했을테고, 저도 투자사하고 커뮤니케이션했죠. 때문에 김대표님과 직접 커뮤니케이션은 많진 않았어요.”

-오픈서베이 조인 당시엔 ‘내 회사로 만들겠다’는 생각없이?

”아니요. 그때는 없었어요. 진짜로. 왜냐하면 그런 상황이란걸 알고 들어온 게 아니었기 때문이죠. 사실 ‘회사가 존속하기 어렵겠다’라는 이벤트들이 있었고,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할건가라는 물음에 대한 결정에 가깝습니다. ‘이 브랜드가, 이 서비스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컸습니다. 지분이 하나도 없는 0%인 상태에서 회사를 맡겠다는 결정을 했고, 상당 기간 지분이 없거나 마이너였어도, 회사를 이끌어오는 데는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던것 같아요.”

-세속적인 질문요. 맥킨지 연봉은 꽤 높잖아요. 맥킨지에서 스타트업올때, 연봉 얼마나 깎고 왔나요? 당시 맥킨지 연봉을 지금은 맞추고 있나요?

”아직은 맞추지 못했습니다. 처음에 올 때요? 매킨지에서 잘 받고 있었고, 그때 오픈 서베이에서 제안을 받았거든요. 같이 오픈서베이와 오랫동안 일했는데, ‘그냥 그렇게 하고 싶은 게 많을 거면 차라리 와서 하세요’라는 제안이었습니다. 처음엔 별로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었어요.”

“스타트업이라는걸 평생 생각해본 적도 없거니와, 어떤 책임자의 위치, 조직을 끌어가는 위치, 그런걸 생각해본 적도 없었기 때문예요. 하지만 이 일 자체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다음에 (연봉) 생각을 했어요.”

황희영 대표가 2015년 12월에 오픈서베이에 조인한뒤 쓴 핸드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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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루키를 벗어나자”

-당연하죠. 샐러리맨에겐 본인의 능력을 조직이 얼만큼 평가하고 있느냐는 잣대니까.

-스타트업에 왔을 때 처음 한 일은? 하고 싶었던 일은?

-스타트업의 CEO는 어땠나요? 첫 한달? 두달?

-’루키를 벗어나자’라고 했다는데요?

-초창기만 보면, 오픈서베이가 리서치 회사인데, 정작 리서치의 기본이 탄탄하지 못했다는 건가요?

5. 외부에서 전문가를 수혈하는 법

-현재 오픈서베이의 지표는 어떤가요? 가장 중요시하는 지표?

-오픈서베이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전문가를 수혈한 케이스는 없나요?

-피자헛은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나요?

-외부에서 20년넘는 경험있는 분이 스타트업 오면, 조직내 역할 정리가 어렵지 않나요?

-외부에서 전문가를 모셔왔다가, 조직이 망가지는 스타트업 사례도 없지 않습니다.

/오픈서베이 제공

6. 외부에서 무엇을 가져올 것인가.. 하지만 기존 것을 떼온다는건 다른 문제다

-기존 조직하고 충돌이 생긴다? 통째로 이식하는건 위험하다?

-전문가 영입때는 역량도 중요하지만 캐릭터도 봐야한다는 의미일까요?

-스타트업이 갖고 있는 강점, 그러니까 뾰족한 대목은 그대로 가져야한다는 의미일까요? 추가 이식은 자칫 리스크일 수 있다. 방향을 바꿔버리든가, 그 뾰족함을 무디게 하거나.

7. “고객사는 오픈서베이에 연간 2400만원 쓴다.. B2B라는 그 신뢰의 크기다”

-오픈서베이의 고객사는 100곳이 넘었죠? 한 회사가 대략 어느 정도를 오픈서베이에 쓰나요?

-오픈서베이를 믿고, 그 데이터에 연간 2400만원을 쓴다는 거네요.

-SaaS 신규 비즈니스요? 고객사에게 리서치할 수 있는 툴을 SaaS로 제공한다?

-데이터스페이스는 기업들이 소비자 리서치 기능을 내재화할 수 있는 툴?

-툴을 팔아버리면, 기존 비즈니스, 그러니까 의뢰받아서 리서치 분석 결과를 주는 사업모델에 타격이 오지 않을까요?

-황 대표님은 사실 특이한 경우입니다. 릴리즈예요. 1회가 아닌, 3회쯤에 등판해 완투로 가고 있어요. 꿈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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