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8척에 사신단 900명…고려 향한 송나라의 '외교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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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는 여러 이적(夷狄)의 나라 가운데서 문물과 예의를 갖춘 나라라 불린다."
1123년 중국 송나라 사절단의 일원으로 고려를 방문한 서긍(1091∼1153)은 한 달 남짓 머무르면서 보고 들은 내용을 그림과 글로 기록해뒀다.
강봉룡 국립목포대 교수(사학과)는 국립해양유산연구소가 발간하는 학술지 '해양유산연구' 최신 호에 실은 논문에서 1123년 송나라의 사신단 파견을 '고려에 대한 거대 외교 프로젝트'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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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한 항해에도 '이례적' 규모…"궁지 몰린 송, 외교적 한방 노려"
!['선화봉사고려도경' 영인본 1974년 대만고궁박물원 자료를 영인한 자료로,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 [국립문화유산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8/19/yonhap/20240819073940752ftkk.jpg)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고려는 여러 이적(夷狄)의 나라 가운데서 문물과 예의를 갖춘 나라라 불린다."
1123년 중국 송나라 사절단의 일원으로 고려를 방문한 서긍(1091∼1153)은 한 달 남짓 머무르면서 보고 들은 내용을 그림과 글로 기록해뒀다.
중국에 돌아간 그는 이듬해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이하 고려도경)이라는 책을 펴냈다. 당대 고려의 모든 것을 기록하고자 한 이 책은 왕에게 바쳐졌다.
지금으로부터 약 900년 전 송나라는 고려에 왜 사신단을 보냈을까.
강봉룡 국립목포대 교수(사학과)는 국립해양유산연구소가 발간하는 학술지 '해양유산연구' 최신 호에 실은 논문에서 1123년 송나라의 사신단 파견을 '고려에 대한 거대 외교 프로젝트'로 규정했다.
강 교수는 당시 사신단 파견이 여러 면에서 매우 '이례적'이라고 봤다.
송나라는 1122년 3월 정사(正使·사신 가운데 우두머리가 되는 사람) 노윤적과 부사 부묵경을 대표로 하는 사신단을 꾸린 뒤, 1123년 3월 수도인 변경을 출발했다고 전한다.
!['고려도경' 서문 1974년 대만고궁박물원 자료를 영인한 자료로,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 [국립문화유산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8/19/yonhap/20240819073940904rbzt.jpg)
강 교수는 "송은 '객주'(客舟)라 불리는 민간 상선 6척을 임대하고 객주의 3배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의 배인 '신주'(神舟) 2척을 새로 건조해 총 8척의 선단을 구성했다"고 짚었다.
강 교수는 '고려도경'에서 사신단 행렬을 묘사한 내용을 토대로 "공식 사신단 158명에, 선원을 720명 정도로 추산하면 광의의 사신단 규모는 총 878명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식 사신단만 봐도 그 규모가 매우 이례적"이라며 "사신단과 사신선단의 위세는 가히 압도적이었고 그만큼 송의 부담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나라에서 고려로 오가는 항로 자체도 쉽지 않았으리라 추정된다.
강 교수는 "'고려도경'에는 항해 중 직면했던 위기 상황을 기술한 부분이 여러 군데 있는데, 당시 그들이 고려를 왕래한 항로가 얼마나 위험천만했는지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위장이 뒤집히고, 헐떡거리는 숨만이 겨우 남아있어 엎어지고 쓰러져 구토하고, 먹은 음식은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고려도경' 권34 중 흑수양 관련 부분)
!['선화봉사고려도경' 초판본 대만고궁박물원이 소장한 자료로,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 2019년 펴낸 '고려도경, 숨은 그림 찾기' 연구 보고서에 실린 사진 [국립문화유산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8/19/yonhap/20240819073941052okxj.jpg)
강 교수는 송이 대규모 사신단을 보낸 배경에는 '사정'이 있었다고 봤다.
고려는 제4대 왕인 광종(재위 949∼975) 대인 962년부터 송나라와 관계를 맺은 뒤 비교적 친선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거란, 여진 등이 부상하면서 복잡해졌다는 설명이다.
강 교수는 특히 여진족이 1115년에 금을 건국하며 세를 키우는 상황을 언급하며 "당시 송나라의 휘종은 거란과 금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휘종이 바다 건너편의 고려를 새로운 연대의 대상으로 주목하게 된 것은 거란과 금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던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작정한 '변통'의 일환"이라고 판단했다.
강 교수는 1078년에도 '판박이'라 부를 만한 사신단 파견 사례가 있었다고 짚었다.
그는 "두 차례 사신단 파견은 고려를 자신의 편에 확실하게 끌어들임으로써 사면초가의 궁지에 빠져 있던 당시 국제 정세를 변통시키려는 외교적 '한방'으로 기획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두 차례의 거대 외교 프로젝트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으나, 조선술과 항해술에서 획기적인 진보를 가져와 해양기술사적 의미는 적지 않다"고 부연했다.
!['고려도경' 속 나전 관련 기록 왼쪽은 '나전 솜씨가 세밀하여 가히 귀하다'고 표현한 부분. 오른쪽은 '선화봉사고려도경' 표지. [국사편찬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8/19/yonhap/20240819073941206zwcl.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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