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개미 덕분에 벌면서...문제 터지면 ‘나몰라라’, 예탁금 이용료는 깎는 증권사
수수료 수익 작년 대비 1.5배 쑥
고객에 줄 예탁금 이용료 깎고
美주식 주간거래 중단 사태 발뺌
일부 증권사는 상반기 고객에게 지급하는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를 올리기는커녕 깎았고, ‘서학개미’를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도입한 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는 사고가 터지자 책임이 없다며 발뺌하는 모양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005940], 삼성증권[016360], KB증권, 키움증권[039490] 등 종합금융투자사업자들의 연결 기준 상반기 순이익 성장률은 대체로 작년 동기 대비 두자릿수대를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상반기 순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64.9% 증가한 7109억원을 기록해 업계 1위를 차지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등 자회사들의 실적과 배당금을 제외해도 상반기 순이익은 5362억원으로 집계돼 작년보다 83.0% 늘었다.
NH투자증권의 상반기 순이익 역시 작년 대비 15.2% 증가한 4227억원을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삼성증권(26.4% 증가·5110억원)·KB증권(50.4% 증가·3795억원)·키움증권(12.0% 증가·4770억원) 등도 순이익이 크게 늘었다.
증권사들의 호실적은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분기에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밸류업’ 정책 기대감으로 국내 주식 거래대금이 늘었고, 미국 등 해외주식은 서학개미들의 매수세가 몰리며 증권사들의 수익도 크게 늘어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증권사들의 유가증권시장 수수료 수익은 작년 동기 대비 1.2배로, 외화증권 수수료 수익은 1.5배로 늘어 각각 1조610억원, 5580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업계가 거래대금 증가로 호실적을 누리는 동안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예탁금 이용료를 올린 증권사는 전무했다. 오히려 KB증권, 신한투자증권, DB금융투자[016610] 등 일부 증권사들은 지난 4∼5월 시장금리가 하락했거나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예탁금 이용료율을 낮췄다.
작년 말 증권사의 ‘이자 장사’ 논란으로 금융당국이 예탁금 이용료율 공시를 체계화한 이후 대부분 증권사들이 이용료율을 인상하긴 했으나 여전히 투자자에게 돌아오는 몫은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증권금융이 공시한 1∼6월 투자자예탁금 운용수익률이 3.6∼3.8%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탁금 150만원 기준 미래에셋증권[006800]과 NH투자증권의 운용수익률-이용료율 차이는 300bp(1bp=0.01%포인트) 안팎에 달한다.
최근 주문 취소 여파에 따른 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 중단 사태에서도 국내 증권사들이 투자자 보호에 소홀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 주식을 한국 낮 시간대에도 거래할 수 있는 주간거래 서비스는 삼성증권이 2022년 2월 현지 유일 야간 대체거래소(ATS) 블루오션과 제휴를 맺으며 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이후 지난해 삼성증권과 블루오션 간 독점 제휴가 만료되면서 국내 증권사 대부분이 경쟁적으로 서비스를 개시하기 시작했다. 불과 1년여 만에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는 총 19곳으로 늘어났다.
증시가 폭락한 지난 5일 일부 증권사의 주간거래 이용 고객은 주문 취소 이후 계좌 원복이 늦어져 변동성이 극심했던 정규장에서도 제때 매매를 할 수 없었으나, 이마저도 해당 증권사들은 해외 거래소와 브로커의 잘못에서 비롯됐지만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발뺌하는 모습을 보였다.
A증권사는 항의하는 고객들에게 “해외주식은 현지 사정에 의해 사전 공지 없이 매매정지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러한 거래위험은 사전에 안내됐으며 해외 거래소 사유로 발생한 장애는 약관상 보상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사태가 발생한 지 약 열흘이 지난 14일 증권사들은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고 “블루오션의 시스템 안정성이 충분히 검증된 이후 서비스 재개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금투협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국내 투자자들은 국내 증권사를 믿고 거래를 한 것이고 현지 브로커와의 문제는 구상권을 청구하든 증권사가 다퉈야 할 문제”라며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면서 지나가듯 한줄짜리 고지로 면책이 된다면 그 자체가 불공정 약관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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