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워치] 범현대 건설사 합병…SM家 차녀 우지영의 무한확장
2017년 3억짜리 개인회사 태초E&C 설립
SM상선, SM스틸 등 지원 아래 시행사업
HN Inc, 한스인테크 등 계열확장도 열일
충청남도 천안시 성정동 일원에 건설 중인 아파트 ‘천안역 경남아너스빌 어반하이츠’. 지하 1층~지상 최고 22층의 6개동, 293세대 규모로 조성되는 단지다. 올해 2월부터 분양에 들어갔고, 내년 4월 준공 예정이다.
재계 30위 SM그룹 창업주 우오현(71) 회장의 2세 대(代)물림을 위해서도 중요한 사업이다. 슬하의 1남4녀 중 둘째딸의 개인회사가 시행을 맡고 있어서다. 우지영(46) 대표의 태초이앤씨(E&C)다.
올해 들어서는 무서운 기세로 기업들을 사들이고 있다. 범(汎)현대가(家) 건설사까지 인수했다. 거의 예외 없이 계열 지원 등이 뒤따르며 재미를 본 우 창업주의 저비용 세습 작업이 향후 차녀 1인 회사에도 먹힐지 주목거리다.
SM대부에서 차녀 개인회사로 시행사 교체
태초E&C가 설립된 시기는 2017년 7월이다. 우 창업주가 2014년 7월 SM생명과학(2019년 12월 삼환기업에 흡수합병) 인수 당시 본처 사이의 세 딸을 전면에 내세워 맏딸을 1대주주에 올려놓은 지 3년 뒤다.
즉, 태초E&C는 장녀에 이어 차녀의 독자 사업기반을 마련해 주기 위해 만들어진 개인회사라고 할 수 있다. 설립 이래 ‘나홀로’ 주주가 차녀다. 출자 자금은 초기 1억원, 2022년 12월 2억원 등 총 3억원이다. 경영구조 또한 줄곧 부부 체제다. 우 대표 외에 이사진 한 자리를 차지한 이가 남편 박흥준(46) SM그룹 정도경영본부장이다.
태초E&C를 기반으로 우 대표가 벌이는 사업이 ‘천안역 경남아너스빌 어반하이츠’다. 우 회장의 장남 우기원(32) 현 SM하이플러스 대표의 옛 개인회사 ㈜라도가 충남 천안 ‘천안역 우방아이유쉘’, 장녀 우연아(47) 삼라농원 대표가 1대주주로 있던 옛 SM생명과학이 경기도 광주시 ‘광주역 우방아이유쉘’ 시행사업을 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원래는 금광건업의 금광포란재가 전신(前身)이다. 금강건업이 2010년 미분양 사태와 유동성 위기로 부도가 나면서 공정률 60%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됐다가 태초E&C가 인수하면서 작년 9월 재개됐다.
아파트 땅 등 매입가도 4개월 새 161억 ‘뚝’
한데, 태초E&C가 처음부터 시행을 맡았던 것은 아니다. 2021년 10월 SM 계열 대부업체 SM에이엠씨투자대부(옛 솔로몬씨알씨)가 법원 강제경매를 통해 채권을 회수하면서 사업이 재개돼 SM대부가 시행사로 참여했다. 하지만 2022년 12월 태초E&C가 SM대부 소유의 토지 1만2569㎡(3802평), 아파트 건물 2만6757㎡(8094평)를 사들이며 교체됐다.
‘딜’을 매듭짓는 과정 또한 묘했다. 당초 계약금액은 389억원이었지만 이듬해 2월 태초E&C가 계약을 취소했다. 이어 4월에 가서야 228억원에 최종 매입했다. 취득가가 4개월 만에 161억원 낮아졌다.
시공사 또한 우 창업주와 본처 사이의 세 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다. 아파트 브랜드는 경남기업의 ‘경남아너스빌’이지만 삼환기업이 맡고 있다. 2019년 12월 합병을 통해 SM생명과학에서 삼환기업으로 갈아탄 세 자매가 주인이다. 맏딸이 1대주주로서 32.56%, 차녀와 3녀가 21.71% 도합 75.98%를 보유 중이다.
아울러 태초E&C 또한 시행사업을 하는 데 자금은 문제될 게 없었다. SM상선으로부터 288억원을 빌린 때가 작년 5월이다. 뿐만 아니다. 차입을 위한 담보 주체도 계열사로 바뀐 상태다.
원래는 우지영 대표의 삼환기업 지분 21.71% 중 10.36%(담보한도 169억원)와 태초E&C의 아파트 부지(228억원)를 담보로 제공했다가 올해 1월 해지했다. 대신에 SM스틸이 SM하이플러스 지분 54.41% 중 8.91%(432억원)를 내놓았다.
올해 들어 HN Inc 시작으로 연쇄 M&A
데자뷔다. SM그룹이 각각 2016년 11월, 2018년 5월 동아건설산업, 삼환기업을 편입할 당시 장남의 ㈜라도와 장녀의 SM생명과학을 인수 주체로 앞세워 몸집을 불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현재 태초E&C의 기업볼륨이 자체 시행사업으로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 창업주가 올해 1월 법정관리 상태인 에이치엔아이앤씨(HN Inc, 옛 현대BS&C)를 인수하는 데 전면에 내세운 계열사가 차녀의 태초E&C다. 태초E&C가 150억원을 출자, 현재 HN Inc를 완전자회사로 두고 있는 이유다. 이어 이달 말에는 흡수통합할 계획이다.
HN Inc는 시공능력평가 133위의 범현대가 중견건설사다. 전 아나운서 노현정씨의 남편 정대선씨가 사주(社主)로 있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대그룹 고(故) 정주영 창업주의 4남 고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아들이다.
아파트 ‘헤리엇’과 상업용 건물 ‘썬앤빌’ 등을 브랜드를 가지고 건설사업을 벌여왔지만 부동산 경기침체와 고금리,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로 자금난을 겪었다. 2022년 매출 2260억원, 순손실 823억원을 기록하며 자기자본 마이너스(-) 221억원의 완전자본잠식에 빠져있었다. 작년 3월 법정관리 돌입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태초E&C가 HN Inc를 인수하는 데 적잖은 자금을 들였지만 이 또한 걱정(?)할 게 못됐다. 올 2~3월 SM상선으로부터 135억원을 추가 차입하고, SM하이플러스로부터 92억원을 빌렸다. 이때도 SM스틸이 SM인더스트리 지분 11.96% 중 5.80%(110억원)의 담보를 지원했다. 사주(社主)인 우 대표는 삼환기업 주식 12.45%(203억원)를 제공했다.
태초E&C 6개 계열사 소그룹…향후 분가 관심
거침없다. 태초E&C는 올해 4월에는 합성수지필름 제조업체 한스인테크 및 자회사 한스케미칼 인수 추진에 나섰다. 각각 작년 매출 225억원, 73억원에 자산보다 부채가 171억원, 69억원 많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현재 법정관리 중인 곳이다.
5월에는 5000만원을 출자해 경영컨설팅 업체 태초홀딩스를 설립하기도 했다. 해외법인도 가지고 있다. 2021년 6월 삼환기업으로부터 베트남 소재 철강업체 SM브이엔(VN) 지분 100%를 3억1500만원에 전량 인수한 데 따른 것이다.
태초E&C는 지금껏 매출이 전혀 없다. 부채(359억원)가 자산(356억원)보다 많아 완전자본잠식에 빠져있다. 다만 작년까지 수치일 뿐이다. 올해부터 분양수입이 잡히고, 계열사들의 반전에 따라 태초E&C의 기업가치는 달라질 수 있다.
향후 분가(分家) 가능성에서 보더라도, SM그룹 내에서 HN Inc를 비롯해 총 6개사(국내 5개·해외 1개)의 소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우 창업주의 차녀 개인회사 태초E&C를 허투루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거버넌스워치] SM ⑧편으로 계속)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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