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채, 두 달 만에 4조 원···10조 만기에 채권 시장 긴장

김남균 기자 2024. 8.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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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재개 後 매주 5000억 수준
실적악화에 채권 발행 지속 전망
채권 시장 약세 전환 가속화 우려
여전채 스프레드 이미 확대 수순
[서울경제]

누적 적자의 늪에 시달리는 한국전력(015760)공사의 회사채 발행액이 최근 두 달 만에 4조 원을 돌파했다. 한전이 9~12월 차환해야 하는 추가 만기 물량만 10조 원이 넘는 상황이어서 조만간 한전발(發) 전체 채권 가격 약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한전은 6월 14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여덟 차례에 걸쳐 총 4조 1000억 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발행 재개 후 매주 평균 5000억 원 이상의 한전채를 찍어낸 셈이다. 한전채는 6월까지만 해도 2800억 원 순상환을 보이다 지난달 5500억 원 순발행으로 전환했다. 이달도 16일까지 1500억 원 순발행을 기록하고 있다.

앞서 한전은 지난해 1~9월 한전채를 11조 9300억 원어치 발행했다가 올 6월까지 발행을 중단했다. 매달 수조 원 규모의 신용등급 ‘AAA급’ 초우량채가 시장에 풀리자 신용 채권(크레디트) 시장에서 ‘한전채가 신용 스프레드(회사채와 국고채 금리 간 차이) 확대를 부채질한다’는 비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전은 이후 기업어음(CP)이나 전자단기사채 등을 활용해 대응하다가 하반기 만기 물량이 급증하고 최근 금리까지 내려가자 6월부터 다시 채권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상당수 채권 전문가들은 한전채를 포함해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공사채 물량만 31조 원이 넘는다는 점에서 이들이 일반 회사채 수요를 빨아들여 채권 가격 전체의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고 걱정했다. 금리 인하 기대가 선반영돼 내려갈 대로 내려간 회사채 금리는 최근 보합세를 보이며 약세 전환(금리 상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전은 노후화된 송배전 설비 교체 등에 투자해야 한다”며 “한전채 순발행 전환으로 채권시장이 이에 대해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채권 투자자들이 발행 재개 두 달 만에 한전채 발행 상황을 주시하는 것은 총 31조 원이 넘는 공사채 물량이 연내 회사채 시장 수급 전체를 흔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올 들어 금리 인하 기대에 줄곧 강세를 보인 일반 회사채 가격이 한전채 등의 공급 물량에 밀려 곧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한전채 물량은 총 10조 2500억 원에 이른다. 만기 물량은 11월(3조 4200억 원)과 12월(3조 2500억 원)에 집중돼 있다.

채권 시장에서는 6월 말 한전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2조 6567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해 차환 발행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한전의 현금성 자산은 현재 유동금융자산까지 포함해도 총 5조 3695억 원에 불과하다.

2년물 기준 지난해 연 4%를 넘었던 발행 금리가 현재 연 3.3%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점도 한전이 채권 차환 발행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 부분이다. 금리가 내려갈 수록 채권 발행 부담이 줄어들므로 한전 입장에서 현 시점은 차입 구조를 장기화하기에 적합한 시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전은 지난달 31일 5년물 채권을 2000억 원어치 발행하기도 했다. 한전이 5년물을 발행한 건 2022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한전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점도 채권 발행의 유인으로 꼽고 있다. 한전의 연결 기준 2분기 영업이익은 1조 2503억 원이었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과 달러 강세 영향으로 지난해 3분기(1조 9966억 원)와 4분기(1조 9117억 원), 올 1분기(1조 2993억 원)보다도 이익 규모가 더 줄었다.

더욱이 올해 안에 만기를 맞는 우량 공사채 물량은 한전채에만 있지 않다. 한국주택금융공사(1조 2000억 원), 한국토지주택공사(8350억 원) 등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 공사채(특수채) 만기 물량은 한전채 10조 2500억 원을 포함해 총 31조 457억 원에 달한다. 이 기간 은행채 만기 물량도 역대 최대 규모인 75조 4168억 원이다.

전문가들은 신용등급이 높은 공사채 발행이 늘어날 경우 다른 일반 회사채의 수요를 빨아들여 채권 가격을 전반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관측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고개를 드는 가운데 채권 가격은 내려가고 금리만 상승해 일반 기업체의 자금 조달 비용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반 회사들은 통상 상반기 보고서 제출이 마무리한 뒤 9월부터 회사채 발행을 재개하는데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일반 회사채 물량도 사상 최대 규모인 약 20조 2000억 원에 이른다.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채권시장팀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공사채는 3년 이상의 중장기물 발행비중이 높고 보험·연기금 등 장기 투자 기관의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회사채와 수요 구조가 상당히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우려는 여신전문금융사채 스프레드 확대를 통해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달 중순 이후 ‘AA-급’ 3년물 기준 회사채 스프레드가 1bp(1bp=0.01%포인트) 내외의 약보합세를 보인 사이 여전채 스프레드는 5bp가량 벌어졌다. 여전채 스프레드가 확대되면 이를 발행하는 카드·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사의 자금 조달 부담은 더 증가하게 된다. 여전채 시장은 일반 회사채에 앞서 시장 수급 상황을 약 한 달 정도 먼저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9~10월 회사채 발행이 크게 증가하면 회사채 스프레드가 곧장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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