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을지연습과 통합적 통합방위의 과제
8월 19일부터 22일까지 2024년 을지연습이 시행된다. 을지연습은 '비상 대비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1968년부터 시행되는 국가 차원의 비상 대비 훈련이다. 전시·사변이나 이에 준하는 비상시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핵 무장한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고 전방과 후방, 군인과 시민의 경계가 사라진 참혹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교훈을 고려하면 연 1회 실시하는 을지연습은 비상 대비계획을 점검하고 통합방위 능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훈련이다.
올해도 국가 차원의 총력방위 태세를 점검하기 위해 민관군경과 소방의 전시체제를 전환하고, 국가 중요·핵심 기반 시설을 보호·복구하는 도상훈련(圖上演習)이 실시될 예정이다. 공습 상황을 가정해 차량 이동을 통제하고 대피소에 이동하는 실전훈련과 국가사이버관리단이 주관하는 사이버 합동훈련도 예정돼 있다. 2023년에는 북한의 핵 사용 시나리오가 반영된 '핵 민방공 훈련'이 처음 시행되기도 했다. 56년째를 맞는 을지연습이 북핵 위협,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 대응하는 통합방위 역량과 사회 인식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보다 본질적인 쟁점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
을지연습은 북한의 도발, 침투를 막지 못한 실패의 교훈에서 시작됐다. 1968년 청와대 습격을 위해 침투한 31명의 무장 공비로 인한 1·21사태가 그 출발점이다. 이후 수도 방어와 연계·실시된 을지연습은 1984년 '비상대비자원관리법' 제정 이후 전후방을 통합하는 전국 단위 훈련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19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 2010년 천안함,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도발·침투를 거부하지 못하는 실패가 반복됐다. 이 때문에 1997년 국가기관, 국군, 예비군, 민방위대, 경찰, 소방 등 6대 국가방위요소를 통합하는 '통합방위법'이 추가로 제정됐다.
북한의 도발, 침투 거부 실패 이후 보완된 통합방위체제는 비전통-비대칭 위협이 혼재된 핵 무장한 북핵 위협이 고도화되면서 본질적인 재검토가 필요하게 됐다. 통합방위법은 6대 국가방위 요소의 동원 체계를 일원하기 위해 제정됐지만, '통합없는 통합방위체제'로 분권화, 층위화 돼 있다. 비상 대비, 재난 대응, 민방위가 행안부의 소관 임무라면, 통합방위와 예비군의 동원은 국방부의 임무로 규정돼 있다. 핵 위협 대응에 필수적인 방사능 방재의 경우 원자력위원회, 그리고 테러와 사이버 안보는 국정원이 주관기관이다. 북한의 도발, 침투의 거부 실패 이후 관련 법제가 제도화되면서 통방 방위, 비상 대응, 재난 대응 관련 기능이 분권화, 다원화됐다. 이 때문에 통합방위를 위한 임무와 거버넌스에는 상호보완성과 상호대항성이 공존한다.
무엇보다 비상 대비, 통합방위 전략이 북한의 도발, 침투의 거부 실패와 영토의 전장화를 전제로 설계됐다. 작년 핵 민방공 훈련이 처음 시행된 것처럼 북한의 핵무기 사용이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된 가운데 피해를 감수하는 통합방위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세계 어디에도 영토의 전장화를 전제로 국가안보 전략을 추진하는 국가는 없다. 병역자원 감소에 따라 대규모 병력과 자원을 동원하는 방위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통합적 통합방위의 최우선 과제는 어떤 경우라도 북한의 도발, 침투, 피해를 허용하지 않는 '거부적 억지와 상쇄전략'을 구축하는 것이다. 기술적, 경제적 동맹의 우위를 활용하는 'K-비대칭 전략'이 그 수단이 될 수 있다. 분권화, 다원화되어 있는 비상사태-재난 사태-통합방위를 일원화된 국가 위기관리 체계 및 법제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전시와 평시, 전방과 후방, 군인과 시민의 경계가 소멸하는 가운데 핵무기를 제외하면 군사적 열세에 있는 북한의 도발은 비전통-비대칭 수단이 혼재된 대가치 공격에 집중될 것이다. 통합방위, 테러, 사이버 대응 체계를 재난 사태, 비상 상태와 통합하여 관리하면 자원과 인력을 효율화하고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다.
핵 무장한 북한 문제는 핵무기-비대칭-비전통 위협이 통합된 전환적 위협이다. 2024년 을지훈련이 다시는 북한의 침투와 피해를 허용하지 않는 통합적인 통방 방위 체계 구축의 전환점이 될 것을 기대한다. 윤대엽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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