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대장에 등장한 ‘낙태 버스’ 논란… 공화당 부글부글
생식권 논란 속 약물 임신 중절, 정관 수술 등 제공
보수 지지층은 반발 “민주당은 죽음의 정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추대하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19일 일리노이주(州) 시카고에서 나흘 동안 치러질 예정인 가운데, 비영리 단체 ‘플랜드 페런트후드(Planned Parenthood)’가 행사 기간 약물을 통한 임신 중절, 무료 정관 수술 등을 제공하는 이동식 건강 클리닉을 연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는 이 단체는 오랜 기간 낙태 합법화 운동을 펼쳐왔고, 로비 활동을 바탕으로 민주당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2022년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이후 여성의 생식권(출산 관련 결정을 자유롭게 내릴 권리)이 이번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이지만 여기에 대한 보수 유권자들 반발도 만만치 않다.
플랜드 페런트후드는 최근 전당대회 첫날인 19일부터 이틀 간 시카고 도심인 웨스트 루프 일대에서 ‘시카고 낙태 기금’이란 단체와 함께 정관 수술, 약물을 통한 임신 중절 등을 제공하는 이동식 건강 클리닉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인터넷을 통한 사전 예약도 받고 있는데, 14일 X(옛 트위터)에 게시된 홍보 글은 조회수가 100만 회가 넘어가며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치료를 제공한다’는 것이 이 단체의 사명이다. 클리닉은 전당대회 장소인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불과 1마일(약 1.6km) 떨어진 곳에서 열린다. 최고 의료 책임자인 콜린 맥니콜라스 박사는 지역 언론에 “이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일리노이를 찾는 전 국민에게 좋은 정책과 나쁜 정책의 영향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건 의료 서비스 제공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2022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폐기된 이후 공화당 주지사가 있거나 공화당이 다수당인 일부 주에선 강력한 낙태 금지법을 입안해 통과시켰다. 이 때문에 낙태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일리노이 같은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민주당 우세 지역)’로 치료·수술을 원하는 여성들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해리스는 생식권을 둘러싼 논란이 여성 지지층의 투표율 상승을 견인할 호재라 보고 이 문제를 쟁점화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4월 공개된 퀴니피액대 여론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66%가 “일부 또는 모든 경우에 낙태가 합법화돼야 한다”고 했는데, 이는 20년 조사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대선에선 선벨트(Sun Belt·남부 지역) 경합주인 애리조나·네바다를 비롯해 10여 개 주에서 대선과 함께 낙태권 찬반을 묻는 주민 투표를 실시한다. 민주당은 이게 해리스에 우호적인 여성 유권자들을 투표장에 나오게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낙태권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질수록 여기에 반대하는 보수 지지층의 결집이 강해지는 양상도 나타난다. ‘낙태 버스’ 소식을 접한 보수 지지층과 보수 성향 언론들은 이를 집중 부각하며 “갈 데까지 가버렸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낙태 반대 단체인 ‘미국의 생명을 위한 학생들’의 크리스탄 호킨스 대표는 언론에 “이번 조치는 민주당이 ‘죽음의 정당’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성향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은 X에 ‘낙태 버스’ 관련 사진을 공유하며 “가짜인 줄 았았는데 가짜가 아니었다” “이해하기 힘든 일이고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엄마가 된다는 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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