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닝만 더 던지게 해주세요" ML 36승 투수 간절함 이정도라니, 누가 말릴 수 있었을까
[마이데일리 = 잠실 심혜진 기자] KIA 타이거즈 좌완 에릭 라우어(29)의 간절함에 코칭스태프가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라우어는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경기에 선발로 나와 5이닝 4피안타 4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이렇게 2경기 만에 KBO리그 데뷔 첫 승을 따냈다. KIA는 라우어가 내려간 뒤 6회에만 무려 9점을 올리며 14-4로 꺾고 1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그런데 라우어는 사실 5이닝을 다 던지지 못할 수도 있었다. 4회까지 투구 수가 97개에 달했기 때문이다.
경기 후 라우어에 따르면 자신이 5회까지 던지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라우어는 “벤치에 1이닝만 더 믿어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80구를 던지든 120구를 던지든 느낌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코칭스태프는 라우어의 간절함에 이를 수용했다.
하루 뒤 이범호 감독에게도 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라우어의 5회 등판을 고민했을 것 같다'는 말에 "고민하지 않았다. 고민 없이 그만 던졌으면 한다고 했다. 그런데 라우어가 투수코치에게 제발 1이닝만 더 던지게 해달라고 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110구를 정해놓고 나갔다. 라우어도 알겠다고 하고 나갔는데, 다행히 108개에서 딱 끝냈다"고 말했다.
11일 삼성전에서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라우어는 3⅓이닝 7피안타(2피홈런) 1볼넷 1사구 3탈삼진 4실점으로 고전했다. 노 디시전으로 물러났다. 두 번째 등판에서는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고 싶었을 터.
이범호 감독은 "라우어가 수석코치, 투수코치와 전력분석할 때부터 간절한 마음을 보였다고 한다. 꼭 잘 던지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그렇게 노력하고 연구하는 선수인데 1이닝 더 던지게 하겠다는 걸 자르기도 어려웠다. 라우어도 120개 던지나 80개 던지나 몸 상태는 비슷하다고 하던데 선발투수들은 그런 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범호 감독이 눈여겨 본 대목은 책임감과 의지다. 이범호 감독은 "굉장한 커리어가 있는 선수인데 한국에서 빨리 적응하고 좋은 성적을 내려는 의지가 상당히 커 보였다. 더 적응하기 위해 더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다고 하는 걸 보면 분명 이 리그에 애착이 있는 듯하다. 이 팀에서 잘하고 싶기 때문에 10개라도, 20개라도 더 던지겠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이 감독은 "몸을 아끼는 선수라면 97구 던지고 여기까지만 하겠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걸 보면서 우리가 앞으로 더 큰 경기를 치르게 됐을 때 이 선수가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해 던져줄 수 있는 성격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분 좋게 한 이닝 더 던지게 했다"고 미소지어보였다.
라우어는 메이저리그 통산 36승을 기록한 '빅네임'이다. 하지만 2022년과 2023년에 팔꿈치와 어깨 부상 이슈가 있었고, 그 여파로 스피드가 떨어졌다는 분석이 있었다. 기량도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삼성과 LG를 상대로 150~151km까지 뿌리며 위력을 과시했다. 여기에 간절함과 함께 이닝이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확실히 KIA에 우승청부사가 될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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