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루키' 직구만 노렸고, 상상이 현실이 됐다…"깜짝 놀랐다"는 김민혁은 KT의 가을야구를 확신했다 [MD수원]

수원 = 박승환 기자 2024. 8. 19.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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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 김민혁./KT 위즈

[마이데일리 = 수원 박승환 기자] "깜짝 놀랐어요"

KT 위즈 김민혁은 1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14차전 홈 맞대결에 우익수,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줄곧 '리드오프'로 출격하면서 체력적으로 부침을 겪은 멜 로하스 주니어를 대신해 1번의 역할을 맡은 김민혁은 1회말 첫 번째 타석에서 두산 선발 최승용을 상대로 2루수 땅볼로 경기를 출발했다. 하지만 2회 2사 1루에서 다시 만난 최승용을 상대로 우중간에 안타를 뽑아내며 팀에 득점권 찬스를 안겼고, KT는 후속타자 로하스가 적시타를 터뜨리면서 3-0으로 달아났다.

두 번째 타석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으나, 김민혁은 4회말 세 번째 타석에서 두산의 바뀐 투수 최지강을 상대로 1루수 땅볼로 물러난데 이어 7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네 번째 타석에서도 이병헌에게 투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이렇다 할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의 '주인공'이 될 때까지는 단 한 타석이면 충분했다.

4-4로 팽팽하게 맞선 9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슈퍼루키' 김택연과 승부. 김민혁은 1~3구를 모두 지켜보며 3B-0S의 매우 유리한 카운트를 손에 넣었다. 그리고 4구째 스트라이크를 지켜보면서 마침내 '히팅 카운트'가 만들어졌다. 김민혁은 김택연이 던진 5구째 몸쪽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148km 직구를 힘껏 잡아당겼고, 이 타구는 우측 담장을 넘어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김민혁은 자신도 끝내기 홈런을 믿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개인 통산 첫 번째 끝내기 안타를 홈런으로 연결시켰는데, 상대가 올해 '신인왕'이 확실시되고 있는 김택연이었기 때문이다. 김민혁은 '깜짝 놀랐다'는 말에 "저도 깜짝 놀랬어요"라고 웃으며 "김택연 선수의 직구가 워낙 좋지 않나. 볼카운트가 내게 유리했기 때문에 무조건 직구를 노렸다"고 설명했다.

2024년 5월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 김택연이 6회초 1사 1.3루서 구원등판해 실점없이 막고 있다./마이데일리
KT 위즈 김민혁./마이데일리

김민혁은 타석에 들어설 때 '끝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들어섰다고. 그는 "솔직히 말해서 홈런을 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팀 분위기도 좋지 않고, 연패 중이었기 때문에 '내가 홈런을 쳐서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나도 나올 줄은 몰랐다"며 '몸쪽 코스에 빠진 볼이었다'는 말에 "나는 가운데 몸쪽인 줄 알았다. 그쪽만 보고 있었다. 내가 장타를 치기 위해서는 그쪽 코스를 쳐야 하기 때문이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민혁은 김택연의 주무기가 직구이기 때문에 구사 비율이 높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해 오히려 노림수를 가졌다. 김민혁은 "어쨌든 투수는 가장 자신 있는 공을 많이 던지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직구를 노렸다. 변화구를 던질 상황도 아니었다"며 "정말 깜짝 놀랐다. 사실 공이 배트 중심에 잘 맞지도 않았다. 오히려 살짝 먹혔다. 그런데 그 공이 넘어간 것이다. 뭔가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는데, 해본 적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정말 뜻깊다. 선수는 '내가 영웅이 되고 싶다'라는 욕구가 있다. 나도 물론 그런 생각을 항상 갖고 있다. '내가 찬스에서 분위기 반전을 시키고 싶다'라는 상상도 많이 했는데, 오늘 그게 나와서 너무 좋았다. 사람인지라 (끝내기) 상상을 많이 하는데, 나도 끝내기를 치고 멋있게 뭐라도 하고 싶었는데, 얼떨떨하고 맞기 바쁘더라. 이제는 세리머니까지 하는 상상까지 더 해봐야 할 것 같다"고 기뻐했다.

KT 위즈 김민혁./KT 위즈
2024년 8월 9일 오후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KT의 경기. KT 김민혁이 8회말 무사 2루에서 적시타를 때리고 있다./마이데일리

김민혁 하면 '가을야구' 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김민혁은 9경기에서 5안타 3타점 타율 0.625로 펄펄 날아올랐다. 올해는 시즌 초반 최고의 스타트를 끊었으나, 6~7월 타격감이 눈에 띄게 떨어지기 시작했었다. 하지만 여름이 끝나가는 8월 방망이가 불타오르고 있다. 18일 경기를 포함해 김민혁은 22안타 1홈런 6타점 11득점 타율 0.489로 폭주하고 있다.

그는 "시즌 초반에 좋았는데, 햄스트링이 아픈 뒤 많이 떨어졌었다. 복귀 후에도 찬스 때 못 치고, 주자가 없을 때 치면서 혼자 야구를 하는 느낌이었다. 기여도가 너무 낮아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중요한 타순에 계속 넣어주시고 믿어주신 덕분에 좋아지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KT는 루징시리즈를 당했지만, 이날 승리하면서 5위 SSG 랜더스와 격차를 1경기로 좁혔다. KT는 언제나 그랬듯이 후반기 힘을 내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5강 경쟁을 펼치는 중. 김민혁은 "이제 질린다. 순위가 어느 정도 정해지면 편할 텐데… 그래도 매년 이렇게 하니 재밌기도 하고, 다 경험이지 않겠나. 나중에 더 극한 상황이 온다면 이 경험으로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가을야구는 축제다. 선택받은 팀들만이 하는 것이다. 너무 설레고, 가을야구에는 우리가 올라갈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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