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문 열고 엘리베이터 타는 로봇배달원 '딜리' 곧 거리에서 만나요"
"딜리가 기피 지역 배달 맡고, 라이더는 고수익 건수 집중 가능해져"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배달 라이더는 늘 부족합니다. 여기에 고령화 문제가 겹치면 라이더 수는 더 줄어들 겁니다. 배달 수요와 라이더 공급의 불균형은 피할 수 없는 미래라고 생각해 배달로봇 '딜리'를 개발했습니다."
집에서 손쉽게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배달 산업은 최근 식자재, 전자기기 등 다양한 제품으로의 퀵커머스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배달 수요는 지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나 배달을 수행하는 라이더는 이와 비례해 증가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도 일찍이 이와 같은 고민을 했다. 배달 플랫폼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라이더 부족은 고질적인 문제였고, 코로나19 팬데믹 때 배달 수요 폭증으로 이를 실감하기도 했다.
배달 산업의 수요·공급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배달로봇 '딜리' 개발기를 황현규 우아한형제들 로봇사업기획팀장을 만나 들어봤다.
◇"배달은 속도가 생명인데…" 해결책으로 떠오른 로봇
우아한형제들은 라이더가 부족해 발생하는 배달 지연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주문은 밀려오는데 이를 수행할 라이더가 없어 배차 시간이 길어지는 게 원인이었다. 이는 배달의민족을 이용하는 유저들의 경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그래서 떠올린 게 '배달로봇'이었다.
로봇이 배달을 수행하는 데는 여러 장애물이 있다. 건물 입구에서 커다란 문을 맞닥뜨리거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야 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배달로봇 '딜리'는 장애물이 최소화된 환경에서 테스트를 먼저 시작했다. 우아한형제들은 2018년 3월 '로봇딜리버리셀'을 출범한 뒤 직후 '로보틱스사업팀'으로 개편해 사업의 기틀을 닦았다.
로보틱스사업팀은 2018년 6월 천안의 한 푸드코트에서 실내 로봇배달 서비스를 테스트했다. 이듬해 4월에는 잠실 레이크팰리스 아파트 단지에서 실외 로봇배달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다. 두 사례 모두 국내 최초의 로봇배달 서비스였다.
업계에서 가장 먼저 로봇배달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로봇'이라는 핵심 역량을 완전히 내재화한 것은 아니었다. 외부 제조사의 로봇을 활용해 테스트를 진행했기 때문이었다.
황 팀장은 "다른 회사의 제품들을 우리 앱에 녹여낼 수 있을지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적절한 제조사를 탐색하는 과정이었다"며 "결국 우리가 직접 로봇을 개발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 2021년부터 자체 로봇을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최신 기술 탑재한 딜리…보행자처럼 마음껏 달린다
본격적으로 로봇배달 서비스 개발에 착수한 우아한형제들은 2021년 11월 세계 최초로 실내외 D2D(Door to Door) 로봇배달 서비스를 운영했다. 매장에서 출발한 배달로봇이 현관 앞까지 배달하는 진정한 의미의 '배달'이었다.
광교 아이파크에서 운영된 D2D 배달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핵심이었다. 딜리와 아파트의 자동문, 엘리베이터가 끊임없이 통신을 주고받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밀거나 누르는 행위가 없어도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했다.
우아한형제들은 보유하고 있는 수많은 배달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에 최적화한 딜리를 만들 수 있었다. 딜리에 6개의 바퀴, 독립 서스펜션을 장착해 우리나라 도로 환경에 적합하도록 설계했다. 로봇의 눈이 되는 곳에는 라이다(LiDAR)와 카메라를 탑재해 자율주행 성능을 강화하고 예상하지 못한 변수 발생 시를 대비했다.
주행 중에는 라이다로 스캔한 주위 정보를 수많은 점으로 구성된 3차원 지도와 실시간 비교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한다. 딥 러닝을 통해 학습한 교통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신호등을 판단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최근에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으로부터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인증을 획득해 법적으로 보행자에 준하는 지위를 확보했다. 이에 대해 황 팀장은 "기존에는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한 지역에서만 배달을 수행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더 넓은 지역에서 로봇 배달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딜리의 고향인 '로보틱스랩'에는 구글 출신의 리더를 필두로 엔비디아, 네이버랩스, 포티투닷, 카카오모빌리티, 삼성전자, 쿠팡, 티맥스 등 다양한 출신의 IT 인재들이 늘 머리를 맞대고 있다.
◇차세대 모델 '딜리X3' 개발 중…"해외 진출도 가능"
우아한형제들은 이번 운행안전인증 획득을 계기로 수개월 내 서울 및 수도권에서 딜리를 활용한 로봇배달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배달의민족 서비스와의 연계를 고도화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이는 현재 앱 내 전용 아이콘으로만 제공하는 로봇배달 서비스를 일반 배달 서비스와 통합해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은 기술 상용화를 위해 대량 생산이 가능한 차세대 모델 '딜리X3'를 개발하고 있다.
딜리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경우, 라이더의 '콜 기피 현상'으로 발생하는 문제도 일부 해소될 전망이다. 딜리가 해당 콜을 소화하면 라이더는 단가가 높은 콜을 수락하는 일석이조 효과도 있다.
로봇배달 산업은 해외에서 성장하고 있는 산업이지만 아직 유의미한 시장 점유율을 보유한 곳은 없다. 가장 큰 규모로 운영하는 곳은 미국의 스타쉽테크놀로지스로 2000~3000대 규모를 운영하고 있는데 실제 활동하는 백만 명 이상의 라이더와 비교하면 적은 수치다.
이 때문에 딜리의 성공은 우아한형제들의 해외 시장 진출 교두보가 될 가능성도 열렸다.
황 팀장은 "우리가 개발한 배달로봇의 효과가 입증되면 모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의 계열사들에도 이 로봇들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로봇배달 솔루션을 수출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leejh@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아내·두 아들 살해한 가장, 사형 구형하자 "다들 수고 많다" 검사 격려
- "성관계 안한지 몇년"…전현무, 결혼 관련 숏폼 알고리즘 들통
- 홍준표 "이재명에 징역 1년 때린 대단한 법관, 사법부 독립 지켜" 극찬
- 생후 30일 미모가 이정도…박수홍, 딸 전복이 안고 '행복'
- 서점서 쫓겨난 노숙자 부른 직원 "다 못 읽으셨죠? 선물"…20년 후 반전
- '이나은 옹호 사과' 곽튜브, 핼쑥해진 외모 자폭 "다른 이유 때문"
- 실종됐다는 5세 아동, 알고 보니 진돗개 숭배 사이비 단체 범행
- 배다해, ♥이장원과 결혼 3주년 자축 "지금처럼만 지내자 여보" [N샷]
- "로또 1등 당첨돼 15억 아파트 샀는데…아내·처형이 다 날렸다"
- "자수합니다"던 김나정, 실제 필로폰 양성 반응→불구속 입건(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