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뒤 남은 질문, 올림픽은 계속될까?
2024 파리 올림픽은 우려 속에 치러졌다. 이전 대회들이 연이어 흥행에 실패한 탓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1년 지연된 2020 도쿄 올림픽은 시청률이 폭락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그보다도 못했다. 파리 올림픽의 흥행 성적은 앞선 두 대회보다 좋다. 그러나 근래 일기 시작한, 올림픽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전 세계적 회의론은 좀처럼 잠잠해지지 않는다. ‘메가 이벤트’에 대한 관심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젊은 층의 눈길을 끌어보려 하지만 풀기 어려운 숙제다.
파리 올림픽 개회식은 7월26일(현지 시각) 열렸다. 새로운 요소를 여럿 도입했다. 올림픽 사상 최초로 100% 야외에서 진행했고 ‘친환경 성화’와 성소수자 연기자 등이 등장했다. 한국에서는 관심이 저조했다. 개회식 시청률은 지상파 3사 합계 3.0%로, 역대 최저였다. 3년 전 도쿄 올림픽 개회식 시청률은 17.2%, 파리와 마찬가지로 시차가 있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회식은 시청률 20.0%였다.
본경기는 선수들의 기량이 화제를 모으면서 예상보다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양궁과 사격, 배드민턴 등이 시청률 반등을 견인했다. 8월8일 기준 최대 시청률은 8월4일 남자 양궁 개인전에서 나왔다(지상파 3사 합계 28.6%). 그러나 개회식 쇼크로 기대치가 낮아서 흥행한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평도 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최대 시청률이 38.1%에 달했고(여자 배구 준결승전), 한국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 대부분이 시청률 20%를 넘겼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서는 시청률 30% 이상인 경기가 적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역대 최저 시청률” “방송사 광고 판매 저조”라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OTT와 유튜브를 통해 보는 시청자가 늘었고, 축구·농구·배구 등 인기 구기 종목이 올림픽 진출에 실패해서 시청률이 떨어져 보일 뿐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아직까지 올림픽이 몰락했다고 평하기에는 시기상조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플랫폼 다변화’로 설명하기 어려운 여론의 변화가 국내외에서 감지된다. 7월26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올림픽에 ‘관심 있다’는 응답자는 53%, ‘관심 없다’는 응답자는 46%였다. 2020 도쿄 올림픽에 관심 있다는 응답(32%)보다는 올랐지만, 21세기 들어 2016년 리우 올림픽까지 이 응답은 60% 안팎이었다.
해외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미국 여론조사업체 갤럽은 7월25일 ‘올림픽을 볼 의향이 어느 정도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미국인 응답자들의 여론을 소개했다. ‘매우 많이/적당히’라고 답한 이는 35%였다. 반면 ‘별로 없다’라는 응답은 34%, ‘전혀 없다’는 답은 30% 나왔다. 이 조사 또한 낙폭을 주목할 만하다. 2000년에서 2012년까지는 ‘매우 많이/적당히’ 올림픽을 시청하겠다는 응답이 60%에 가깝게 유지됐다. 시청 의향이 ‘별로 없다’는 답은 10%대 초반에 머물렀다. 50% 가까이 차이 나던 두 응답이 이제 엇비슷해질 정도로 올림픽의 인기가 감소한 것이다.
특히 젊은 층의 이탈이 두드러진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12년까지 올림픽 시청 의향을 밝힌 미국인은 18~49세 57%, 50세 이상 59%였다. 이번 조사에서 50세 이상은 17%포인트 하락했는데 49세 이하는 27%포인트가 떨어졌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YouGov)가 7월11일 내놓은 여론조사 보고서 ‘올림픽을 앞두고: 2024 하계 올림픽’에서도 같은 현상이 보인다. 영국·미국·오스트레일리아·캐나다·독일 등 11개국 국민의 올림픽 관심 수준을 조사했다. 연령대에 따라 차이가 보였다. 세대 간 격차가 가장 큰 곳은 독일이었다. 65세 이상은 45%가 올림픽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는데 18세~24세 응답자는 27%만 같은 응답을 했다. 앞선 한국갤럽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18~29세는 50%, 70대 이상은 65%가 올림픽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가장 관심이 없는 연령대는 30대(38%)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브레이크 댄스, 3X3 농구 등을 종목으로 도입했다. 내년 리야드에서 ‘e스포츠 올림픽’을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근 몇 년간 IOC 안팎에서는 ‘게임 올림픽’에 반대 의견이 우세했지만, 젊은 팬덤을 끌어모으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는 관측이 많다. 7월30일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종목 개편을 발표하며 “우리는 젊은 관객을 끌어들이고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죽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포츠 대회보다 ‘초대형 캠페인’ 될지도
온라인 플랫폼의 발달은 세계 각지의 시청자를 끌어당겼지만, 한편으로는 대체 콘텐츠의 접근성 또한 높였다.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를 ‘익숙한 것’으로 만들었다. 스포츠 마케팅 기업 스포티즌의 심찬구 대표는 “이전에 비해 볼 수 있는 스포츠 콘텐츠가 너무 많다. 피파 월드컵이나 UEFA 챔피언스리그, PGA 투어 등 프로 선수가 등장하는 대회의 인기가 세계적으로 매우 높다. 축구만 해도 최고 수준 대회는 월드컵이지, 올림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가 대항전 성격의 대회가 가진 특유의 열정도 떨어졌다. 특히 한국에서 이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심 대표는 말했다. “메달 수에 집착하지 않는다. 이제 탈락해도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하다’는 선수는 없고 웃어넘긴다.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 역시 금메달이라는 성적 자체보다 배드민턴협회 비판에 관심이 쏠렸다.”
엔터테인먼트가 흔해진 시대에 올림픽은 변화를 꾀하려 한다. 예전처럼 국가 간 게임의 결과에 주목하기보다는 ‘초대형 캠페인’ 역할에 주안점을 둘 가능성이 있다. 저탄소를 위해 에어컨을 틀지 않고 채식 위주 식단을 제공하는 등 파격적 운영을 선보인 이번 대회는 그 시작일 수 있다. 그런데 박성배 교수(한양대 스포츠산업학)는 파리 올림픽의 친환경 캠페인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IOC의 행보를 되짚으면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간 올림픽은 올림픽 정신에 역행해왔다. 지나치게 팽창하고 상업화되어서 선진국이 아니면 개최할 엄두를 못 내는 대회가 되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정치적 의사결정도 의심스럽다.” 있는 대로 몸집을 키우고 천문학적 비용을 지출해 온 거대 이벤트가 이제 와서 친환경을 자처하기에는 면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심스러운 정치적 결정’이란, 개최지 선정 과정의 불투명성만 뜻하지 않는다. 개중에는 IOC나 올림픽이 정말 엔터테인먼트 이상의 보편적 어젠다를 밀어붙일 국제적 권위가 있는지 의심하게 만드는 사건도 있다. 2016년 러시아는 도핑 스캔들이 연이어 터진 뒤 출전금지 처분을 받았는데, IOC는 선수들에게 ‘러시아 출신 운동선수’라는 특수 자격을 부여해 출전 우회로를 열어줬다. 7월21일 〈워싱턴포스트〉는 ‘올림픽이 매력을 잃었을까? 파리가 답을 줄 것’이라는 기사에서 ‘올림픽 휴전 협정’이 파기된 일을 거론했다. 이 협정은 올림픽 개막 1주일 전부터 패럴림픽 폐막 1주일 후까지 다른 국가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비구속적 합의다. 러시아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기간 크림반도를 합병했다. 2022년 2월24일에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폐막 나흘 뒤였다.
올림픽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 핵심 사유는 환경오염이 아니라 인기 하락 탓일지도 모른다. 오락성과 권위 모두 흔들리는 지구촌 최대 축제는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반등할 수 있을까.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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