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국인 숙련 근로자 전환 조건 변경 추진… ‘한국어’ 덜 보고 ‘지방 근무 기간’ 더 본다
E-9(단순 기능)→E-7(숙련 전문) 비자 전환 때
‘지역 근무’ 강화 조건, 한국어 요건 완화 검토
60% 수도권 사는 외국인 지방 정주 유도할까
외국인 단순 기능 근로자가 숙련 기능 인력으로 전환할 때 필요한 한국어 수료의 ‘허들’을 낮추는 대신, 지방에 의무적으로 근무·거주해야 하는 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 중이다. 외국인의 지역 정주를 적극적으로 유도해 ‘지방 소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1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단순 기능 근로자인 ‘E-9′ 비자 취득자가 숙력 전문 인력인 ‘E-7′ 비자로 전환할 때 필요한 한국어 이수 등 요건을 완화하고,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체류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비자 사다리’ 구축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다.
◇ 지방근무 하겠다는 외국인에 비자 취득 혜택
현행 제도에 따르면, 비전문 취업(E-9) 외국인이 숙련 기능 인력(E-7)으로 비자를 전환하기 위해선 일정 취업 기간과 점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점수 요건 중에는 ‘한국어 능력’ 항목이 포함된다. 한국어능력시험인 토픽(TOPIK) 급수를 충족하거나, 사회통합프로그램(KIIP)을 이수하면 된다.
그중 KIIP는 ‘한국어와 한국문화’, ‘한국 사회의 이해’ 등 수업을 일정 시간 이수해야 한다. KIIP 5단계 이상을 충족하면 만점인 25점을 부여받는다. 예를 들어 20점이 부여되는 4단계의 경우 ‘80시간 언어 수업·20시간 문화 수업’ 등 총 100시간을 교육받고 법무부 주관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5단계는 이보다 더 심화한’ 60시간 기본 교육·10시간 사회 참여형 교육’ 등 총 70시간을 이수해야 하는 식이다.
정부는 현행 기준보다 다소 완화한 교육 이수 기준을 마련해 그 기준에 따라 E-7 비자를 얻게 하고, 그 대신 지방 체류 의무 기간을 늘리는 방식을 고안 중이다. 예를 들어 광역지자체 추천 쿼터의 E-7-4 비자의 경우 ‘전환 후 2년 이상 해당 광역지자체에 체류지(주소)를 계속 두고 있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 있는데, ‘2년 이상’을 ‘3~4년 이상’ 등으로 강화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현장에서 근무를 하면서 한국어 교육 이수를 하는 것이 버겁다는 애로사항이 있었다”며 “지방에서 숙련 전문 인력으로 근무하면 (한국어 교육 이수에 대한) 일종의 페이버(혜택)를 주자는 차원”이라고 했다.
◇ 外人도 ‘수도권 쏠림’… 지방 소멸 해결할 구원투수로?
정부의 이런 구상에는 외국인 인력을 지방 소멸 대책으로 십분 활용하자는 의도가 깔려 있다. 정부 관계자는 “외국인들 역시 지방에서 숙련 전문 인력이 되면 죄다 서울로 올라가려는 경향이 있다”며 “지역 소멸 관점에서 보면 이들의 지역 정주를 유도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최근 인구 증가세는 외국인들이 떠받치는 양상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는 3년 만에 증가 전환했다. 그런데 그 면면을 살펴보면 내국인은 되레 10만명 줄었고, 국내 상주 외국인 인구가 18만명이나 증가했다.
그런 외국인마저도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하다. 전체 외국인의 58.9%(114만1000명)가 수도권에 거주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규모가 가장 작은 시도는 세종(8000명), 제주·대전(2만9000명), 울산(3만2000명), 강원(3만3000명) 등이었다. 시군구로 봐도, 외국인 규모 상위 시군구 10곳 중 1~8위가 경기·서울 지역이었으며 지방 중엔 그나마 충남 천안·아산시가 9·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정부는 그런 차원에서 ‘R’(regional·지역 특화형) 비자 취득의 길을 넓히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대표적으로 F-2-R 비자는 올해부터 새로 도입된 비자 사업으로, 인구 감소 지역에 5년 이상 거주 및 취·창업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외국인 인력이 최종 정주까지 ‘사다리’를 타고 갈 수 있게끔 지원을 강화하고자 현재 예산을 정비 중”이라며 “우리 지역에는 사회·경제적 역동성을 회복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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