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계화 기로에 선 K무역] ⑦ “인도네시아에 공장 세우면 동남아 전체 무관세 수출 가능”
에코 프릴리안또 수드라잣 통상무역관 인터뷰
세계 4위 인구·GDP 성장 기반, 내수 시장
니켈 등 풍부한 자원, 韓 에너지 전환 뒷받침
최근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높이 쌓아 올리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고, 중국의 과잉 생산 억제를 겨냥한 서방의 압박이 유럽연합(EU)으로까지 확대되는 분위기다.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추진해 온 한국으로선 전 세계를 휩쓰는 보호무역 기조가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 등 단일 경제에만 의존하는 관행을 끊고, 수출국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선비즈는 한국의 주요 수출입국을 중심으로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 시장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한국 기업이 어떻게 보호무역주의 시대에 새로운 수출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분석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인도네시아는 1만7000개의 섬으로 구성된 국가로, 섬나라 국가 중 세계 최대 영토를 자랑한다. 인구는 2023년 기준 2억7600만 명으로 인도·중국·미국에 이어 세계 4위다. 아세안(ASEAN)에서 가장 큰 소비 시장이라 할 만하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국내총생산(GDP)은 내수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1인당 GDP는 지난 2019년 4000달러(약 544만 원)를 돌파했고, 글로벌 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는 5500달러(약 748만 원), 2027년에는 7000달러(약 952만 원)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처음 취임했을 당시 인도네시아는 구매력평가지수(PPP)를 기반으로 계산한 GDP 기준 세계 10위였다. 10년이 지난 현재 인도네시아의 PPP는 중국·미국·인도·일본·독일·러시아에 이어 7위로 올라섰다. 여기다 인구의 54.4%는 MZ세대(1980~90년대생)다. 이에 기반해 골드만삭스 등은 오는 2050년에 인도네시아가 세계 4대 경제 규모를 가진 ‘글로벌 소비의 중심지’로 성장할 것이라 예상했다.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이차전지 등 미래 성장 산업으로 꼽히는 사업의 핵심 원료도 풍부하다. 인도네시아에는 니켈이 2100만 톤 매장돼 있다. 매장량 기준 세계 1위로 전 세계 니켈 매장량의 약 22%에 해당한다. 보크사이트, 주석 역시 풍부하며 지난해 기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탄(5억800만 톤)을 수출했다.
지난해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수교 50주년을 맞았다. 동시에 한·인니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IK-CEPA)을 발효했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해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방한해 공급망, 경제 안보 등 한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도 했다.
조선비즈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주한인도네시아대사관에서 지난달 31일 에코 프릴리안또 수드라잣 통상무역관, 마르비아나 센디 시르가르 경제과 공사참사관을 만났다. 에코 무역관은 “인도네시아는 풍부한 천연자원, 유능한 인적 자원, 성장하는 국내 시장, 우호적인 투자 환경 등의 강점을 지녔다”며 “한국에 인도네시아는 기회의 땅이다. 투자하라”고 강조했다. 센디 공사참사관은 “인도네시아는 이미 대선을 치렀고, 다음 정부가 현 정부의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언급했기에 한국 기업이 인도네시아에 투자할 수 있는 적기”라며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세우면 동남아시아 전체 지역에 무관세 수출이 가능하다. 한국이 곧 인도네시아의 상위 5위 외국인직접투자(FDI) 국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FDI 규모는 인도네시아 7위다.
─소개 부탁한다. 한국의 이미지는 어떤가.
에코 무역관: “통상무역관으로 경제, 투자, 무역을 담당한다. 2022년부터 시작해 올해까지 주한인도네시아대사관에서 일한다. 한국에서 지내면서 매우 친절하고 안전한 나라라는 걸 알게 됐다. 아내, 11살인 딸과 함께 한국에서 지내는데 딸은 혼자 학교를 오간다. 안전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인상적이다. 한국인은 세부적으로 논의하기 전에 ‘계약에 서명하자’고 한다. 인도네시아의 일반적인 사업 특성과 다른 점이다.”
센디 공사참사관: “올해부터 한국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4년 동안 한국에서 지낸다. 인도네시아에 가봤다면 알겠지만, 한국 연예인이 인도네시아에서 브랜드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 정도로 한국 이미지는 인도네시아에 좋다.”
─인도네시아가 한국의 무역 동반자로서 중요한 이유는
에코 무역관: “인도네시아에는 산업 국가인 한국이 가지고 있지 못한 자원이 풍부하다. 인도네시아의 주요 수출품은 석탄, 가스, 석유와 같은 원자재다. 한국의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석탄 대체 연료 목재 펠릿의 최대 생산국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는 또한 한국 소비재 생산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매장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된 나이키 신발 및 의류, 언더아머 의류 등이 많이 진열돼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하는 한국 가구 브랜드도 많다.”
센디 공사참사관: “지난 5년 동안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주요 투자 대상국 중 하나였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은 총 93억 달러(약 12조6443억 원)를 투자했다. 인도네시아의 7번째로 큰 투자국이다. 한국이 인도네시아에 가장 크게 기여한 분야는 제조업으로 전체 투자액의 약 46%를 차지한다.”
─한국제품의 강점과 약점은.
에코 무역관: “제품의 수명이 길고 품질이 좋다는 건 장점이다. 화장품부터 웨어러블 기기에 이르기까지 기술을 기반으로 한 한국 제품의 이미지는 상당히 좋다. 하지만 가격은 약점이다. 품질이 가격에 영향을 줬을 수 있지만, 인도네시아인에게 한국 제품 가격은 높은 편이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 무역에서 흥미로운 수출입상품은.
에코 무역관: “한국 엔터테인먼트가 인도네시아 전역에 붐을 일으키면서 한국 화장품에 관심을 두는 인도네시아 사람이 많다. 또한 한국은 기술 중심지 중 하나로 인도네시아도 삼성, LG의 전자 제품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외에 한국의 패션 제품도 인도네시아에서 인기다.”
─한국 화장품이 인기지만, 진출은 쉽지 않다고 하던데.
센디 공사참사관: “한국에서 기능성 화장품을 식약처에 등록해야 하듯 인도네시아 정부도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려는 화장품 업체가 정부 인증을 받도록 한다. 문제는 하나의 화장품 브랜드가 내놓는 전 제품 하나하나마다 인증을 받아야 하기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하나의 제품이 인증받기까지 보통 6개월~1년 정도 걸린다.”
─화장품 외에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 교역은 어떤 분야와 품목으로 확대될까.
에코 무역관: “한국 정부는 전기차, 청정에너지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청정에너지 산업에 필요한 자원을 공급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보크사이트와 주석과 같은 주요 금속을 많이 생산한다. 특히 니켈은 배터리 생산에 있어서 중요한 구성 요소라 지속 가능한 산업의 미래를 뒷받침할 것이다.”
─인도네시아가 가진 문제는 없나.
센디 공사참사관: “인도네시아는 수백 개의 언어와 수백 개의 문화가 뒤섞여 있다. 여기다 자원은 풍부하지만, 모두 수도인 자카르타로 가고 싶어 했고, 빈부 격차도 크다. 경쟁은 치열해졌고, 취업도 힘겨워졌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현재 실업률을 낮추고 사회보장 제도를 갖춰 빈부 격차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스타트업 활성화를 장려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스타트업 강국 아닌가.
센디 공사참사관: “인도네시아는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해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에도 힘쓰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에서 두 번째로 큰 스타트업 시장이다. 전자상거래·핀테크 등 7개 유니콘과 1개의 데카콘을 보유하고 있다. 자카르타의 스타트업 생태계 가치는 2023년 기준 710억 달러로 세계 도시 중 15위였다.”
─인도네시아는 독립 100주년이 되는 2045년까지 세계 5대 경제 대국이 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는 자동차·전기차, 화학, 제약 등을 국가 중점 개발 7대 제조 산업으로 선정하고 해외투자 인센티브 확대, 연구개발(R&D) 자금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국가 주도 제조업 육성 정책 ‘메이킹 인도네시아 4.0′을 추진 중이다. 인도네시아 전체 GDP에서 현재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에코 무역관: “인도네시아는 최근 세계 10위의 제조업 국가가 됐다. 대규모 제조업 부문은 인도네시아 전체 GDP의 거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인도네시아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5분의 1 이상(약 2500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해야 하는 이유는.
센디 공사참사관: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소비재를 수출할 수 있는 내수 시장을 갖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71%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중위연령은 29.7세에 불과해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젊은 노동자가 많다. 인도네시아 통계청 기준 2023년 월평균 급여는 307만 루피아(약 28만 원)로 제조기업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기에 충분한 경쟁력도 갖췄다.”
에코 무역관: “인도네시아에 진출할 경우 인도네시아는 물론 동남아라는 더 큰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인도네시아에 제조업 공장을 건설하면 아세안을 통해 싱가포르, 베트남에도 물건을 판매하면서 동남아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은 한·인니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IK-CEPA)을 통해 1만1683개 관세 품목, 즉 인도네시아 수출 제품 중 95.8%에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갖고 있는 인센티브 정책은.
에코 무역관: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0년 일자리 창출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해당 법안은 산업 분야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과 관련돼 있다. 기본적으로 인도네시아 사업 및 투자 환경 관련 39개 규제 법률을 포함해 4만300개 이상의 규정을 개정했다. 또한 통관 절차를 간소화하고 수출 허가 장벽을 낮추고 수출 비용을 낮추는 등 수출 관련 허가 절차를 단순화했다. 이외에도 세금 면제, 원자재 및 기계류에 대한 수입 절차 용이 등 외국인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았다.”
─인도네시아는 단일 국가로는 세계 최대 이슬람교도를 보유한 글로벌 할랄 시장 허브다. 이슬람협력기구(OIC)는 2025년까지 인도네시아 할랄 시장 규모가 세계 3대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봤다. 할랄과 관련해 한국 기업이 인도네시아에서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 있을까. 인도네시아의 할랄 인증 시스템에 대해 설명해달라.
에코 무역관: “인도네시아에서는 2억3000만 명 이상의 이슬람교도가 매일 할랄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할랄 인증을 인도네시아에서 판매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필수 요구 사항 중 하나로 규제했다. 이와 관련해 종교부 산하에서 할랄 인증을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기관이 한 곳 있다. 할랄 인증 과정은 ‘시할랄(SIHALAL)’이라고 불리는 보건부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 한국의 가공식품에도 할랄 인증이 필요하며, 현재 한국에서는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이미 인증을 받은 기관은 한국 이슬람교 연맹과 한국 할랄 인증 기관, 두 곳이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한국과의 무역·투자 확대를 위해 하는 노력은.
에코 무역관: “인도네시아 정부는 매년 무역·관광·투자를 위한 국제 전시회인 ‘무역 박람회’(Trade Expo Indonesia)를 개최한다. 올해 38회차로 기업 간 거래(B2B)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에는 무역 박람회를 통해 한국 43개 기업과 인도네시아 116개 중소기업이 만남을 가졌다. 올해는 10월 9~12일에 개최한다. 많은 관심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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