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못 먹을지도…전복보다 흔했다가 씨 마른 오분자기
유영규 기자 2024. 8. 19.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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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열대성 품종인 오분자기는 19∼28도 수온에서 서식하며, 수심이 5∼10m 내외인 바닷가 얕은 곳의 돌이나 바위 틈새에 붙어 해조류를 먹으며 자랍니다.
1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제주지역 오분자기 채취량은 1995년 159t에서 2000년 35t, 2010년 27t으로 급감하더니 2011년부터 최근까지는 연간 3t 내외로 잡히며 사실상 씨가 말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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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제주 서귀포시 한 식당에서 촬영한 오분자기 뚝배기
'오분자기 뚝배기'
2010년대까지만 해도 제주를 여행 온 관광객이라면 제주 향토 음식 중 필수 미식 코스로 오분자기 뚝배기를 먹었습니다.
구수하면서도 시원한 된장 국물 한술에 손으로 오분자기를 하나 건져 떼어먹으면 탱탱하고 쫀득한 식감이 그야말로 별미였습니다.
지난 14일 모처럼 만에 오분자기 뚝배기를 먹기 위해 사방팔방 수소문을 한 뒤 포털사이트까지 뒤져 차로 1시간 거리인 서귀포시 성산읍을 찾았습니다.
식당 두 곳에서 "지금 없다"는 말을 듣고 세 번째 찾아간 곳에서야 오분자기 뚝배기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가격은 2만2천 원으로 전복뚝배기 1만3천 원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가격이었습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전복이 오분자기 보다 5배는 비싸 전복뚝배기가 귀했고 오분자기뚝배기는 비싼 전복을 대신하는 서민 음식이었습니다.
서귀포시 성산읍 'ㅊ' 식당 업주는 "한창 오분자기 뚝배기를 주력으로 팔았을 때만 해도 오분자기 1㎏당 1만∼2만 원이었지만 이제는 1㎏당 8만원 은 줘야 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30여 년 전 제주를 처음 왔었다는 이 모 씨는 "당시 서귀포를 돌아다니다 보면 식당 안팎으로 오분자기 뚝배기 차림표를 붙인 곳이 많았고 개운한 맛에 몇차례 먹은 기억이 나는데 최근 제주에 다시 와보니 파는 식당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고 회상했습니다.
오분자기는 생김새가 전복과 비슷하고 크기가 작아 '새끼 전복'이란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전복의 사촌쯤 되는 다른 종입니다.
오분자기와 전복은 생긴 것부터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전복 껍데기는 초록빛이 돌지만 오분자기는 다홍빛이 돕니다.
또 전복 껍데기는 호흡공으로 불리는 구멍이 4∼5개 있는 반면, 오분자기는 7∼8개 정도로 많습니다.
또한 전복은 호흡공이 위로 많이 돌출돼 있지만, 오분자기는 그렇지 않은 편입니다.
아열대성 품종인 오분자기는 19∼28도 수온에서 서식하며, 수심이 5∼10m 내외인 바닷가 얕은 곳의 돌이나 바위 틈새에 붙어 해조류를 먹으며 자랍니다.
1년이면 1.5∼2㎝, 2년쯤은 돼야 4∼5㎝ 성장합니다.
제주는 태풍 때문에 가두리 양식이 어려워 실내 양식을 해야 하는데 오분자기는 성장이 느려 경제성이 떨어지는 탓에 양식은 보기 힘듭니다.
제주는 따뜻한 날씨에 바위가 많아 오분자기가 서식하기 안성맞춤입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추억 한편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귀하신 몸이 됐습니다.
1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제주지역 오분자기 채취량은 1995년 159t에서 2000년 35t, 2010년 27t으로 급감하더니 2011년부터 최근까지는 연간 3t 내외로 잡히며 사실상 씨가 말랐습니다.
이마저도 제주해양수산연구원이 자원 회복 유도를 위해 매년 연안에 방류하는 종자가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문가들은 오분자기가 사라지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갯녹음 현상을 꼽습니다.
갯녹음으로 오분자기 먹이인 해조류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백화현상이라고도 불리는 갯녹음은 바닷물 속에 녹아 있는 탄산칼슘(석회가루)이 해저 생물이나 해저 바닥, 바위 등에 하얗게 달라붙는 현상을 말합니다.
고창식 제주해양수산연구원 연구사는 "탄산칼슘이 바닥 면이나 바위에 달라붙게 되면 단순히 바위를 하얗게 만드는 것을 넘어 해조류를 바위에 뿌리내리지 못하게 한다"며 "오분자기 역시 암반 틈에서 산다. 결국 오분자기는 먹이와 서식지 둘 다 잃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제주지역 해조류 채취량도 많이 감소했습니다.
제주 해녀 1년 소득의 절반을 차지하는 우뭇가사리는 2017년 2천421t에서 2018년 1천23t으로 절반 이상 줄더니 2019년 599t, 2020년 463t, 2021년 350t, 2022년 162t, 2023년 194t까지 급감했습니다.
갯녹음이 나타나는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제주 연안의 경우 농사 등에 쓰이는 생석회가 바다로 유입되거나 지구온난화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아울러 갑작스러운 수온과 염분 변화도 오분자기를 살기 힘들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 연구사는 "오분자기는 수온이 높을수록 더 빠르게 자라지만, 이와 별개로 수온과 염분이 크게 변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며 "현재 제주 연안에 저염분수 유입 가능성이 높은데, 실제 유입된다면 방류한 오분자기가 집단 폐사할 수도 있어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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