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주차장 서성대던 의문의 남자…제네시스 디자인 뽑아 글로벌 톱3 신화썼다
벤틀리·페라리·포르쉐 거친 최고 베테랑
음양 조화 등 한국적 디자인 적극 반영
2세대 제네시스 ‘네오룬’ 고급화에 초점
소상공인 차세대 포터 디자인도 공들여
차 디자인만 보는 게 아니다. 미국 가정주부가 어떻게 짐을 들어 트렁크에 넣는지, 상인이 어떤 자세로 픽업트럭을 타고 내리는지를 세심히 본다. 한국에선 수첩 하나를 들고 시골 오일장이나 논밭을 종종 찾아 1톤 트럭 포터 쓰임새를 골똘이 지켜본다.
에어컨 빵빵한 집무실에서 떠오르는 영감에 따라 붓끝으로 디자인을 완성할 것만 같은 현대차·제네시스 최고 디자인 총괄자가 틈만 나면 ‘체험 삶의 현장’을 찾는 의외의 모습이다.
지난 12일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만난 이상엽 담당은 디자인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대변하는 한 단어로 ‘절박함’을 꼽았다. 고객이 어떻게 자동차를 쓰고 타는지를 집요하게 들여다보고 고민해야 좋은 디자인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엽 담당은 제네시스 G90 뒷좌석에 달린 거울을 예로 들었다. 그는 “최근 한 여성 고객이 벤츠 마이바흐를 사려다가 뒷자리 거울로 화장을 편하게 하고 싶다는 이유로 제네시스 G90을 구매한 일이 있었다”며 “현대차가 고객 입장에서 얼마나 절박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상엽 담당은 지난 26년간 글로벌 4개 완성차 그룹의 15개 브랜드에서 자동차를 디자인한 베테랑이다. 벤틀리, 페라리, 포르쉐 등 내로라하는 슈퍼 브랜드에서 눈에 띄는 이력을 쌓아온 그다. 도도하고 콧대가 높을 것만 같은 그의 입에서 인터뷰 내내 가장 자주 나온 단어는 고객과 절박함, 그리고 도전 정신이었다.
집요함과 절박함이 현대차·제네시스가 세계 시장에서 누적 1억대 판매를 목전에 두며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 담당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선 경쟁차가 해줄 수 없는 어떤 경험을 제공하느냐를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담당은 “엄격히 말하면 제네시스는 아직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있든 없든 티가 안 나며, 갈 길이 멀다”면서 “결국 벤츠·BMW가 줄 수 없는 걸 제공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절박함으로 디자인의 깊이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출범 8년 차인 제네시스는 앞으로 중요한 도전의 시기 놓여있다는 설명이다. 제네시스는 2016년부터 8년간 첫 1세대로 분류되는 6대(GV60, G70·GV70 , G80·GV80, G90)의 제품군을 완성했다. 벤츠나 BMW에서 수십년에 걸쳐 구성한 라인업을 10년도 안 돼 완성한 것이다.
제네시스는 앞으로 프리미엄과 럭셔리를 아울러야 하는 2세대의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벤츠나 BMW를 경쟁으로 보는것에서 나아가 포르쉐·페라리가 표방하는 럭셔리 브랜드로까지 제네시스를 확장시켜야 하는 미션이다.
제네세스 2세대를 여는 첫차는 컨셉트카로 공개돼 ‘GV90(가칭)’으로 불리는 제네시스 네오룬이다.
이 담당은 “제네시스가 럭셔리부터 프리미엄을 아우르는 브랜드가 되려면 고객에게 인정 받아야 한다”면서 “디자인은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와우(WOW)포인트를 만드는 대범함과 도전에서 시작되며 마무리는 집요함으로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동차 디자인은 ‘고객과의 관계’라고도 했다. 쇼윈도에 세워진 신차는 전부 예쁘고 멋진 게 당연하다. 그러나 진정한 자동차의 가치는 10년 이상 고객이 직접 몰며 만드는 인생의 서사, 도시에서 잘 어우러지는 조화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1톤 트럭 포터 이야길 꺼냈다. 포터는 현대차는 약 40년만의 풀체인지를 준비중이다. 포터라는 이름은 사라지며 포터의 명맥을 잇는 소상공인을 위한 PBV가 곧 등장할 예정이다.
이 담당은 “미국의 픽업트럭, 영국 런던의 2층 버스, 독일 아우토반을 달리는 포르쉐 911처럼 자동차 디자인은 도시의 풍경과 서사를 그리는 작업”이라며 “한국 사람 중 포터와 연이 없는 사람이 한명도 없을 정도로 포터는 대한민국의 풍경을 만든 차라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 포터의 명맥을 잇는 소상공인을 위한 PBV를 디자인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특수목적차(PBV)부터 럭셔리 플래그십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고객 중심 디자인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담당은 “후배들에게 가장 많이 말하는 점은 디자이너는 절대 자만심에 빠지면 안 된다는 점”이라며 “회사 내부에서 글로벌 3위를 언급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우린 앞으로 주어진 과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과의 활발한 소통도 강조했다. 디자인은 결국 고객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과정이므로 소통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현대차는 전세계에 디자인 센터 12곳을 운영하고 있는데 각 센터장과 매일 시간을 쪼개 토론한다고 했다.
이 담당은 “시차에 따라 아침에 출근해서는 미국과 소통하고, 일과 시간에는 한국·중국·일본, 점심에는 인도, 오후에는 유럽과 소통한다”며 “언택로 지구를 한바퀴를 돌며 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몇 년 후면 30년을 채우는 그의 자동차 디자인 커리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자동차 디자인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그는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고 절박하게 고객을 이해하며 만드는 ‘지금의 (현대차·제네시스)차’가 내겐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이게 말이 되나”…공무원연금 월 100만원도 안되는데 기초연금 못받아 - 매일경제
- “멈춰선 공장에 잠이 안와요”...반도체 빼면 생산현장 “죽겠다” 난리 - 매일경제
- 중국 아니어도 한국 있으니 든든…세계경제 전문가가 반한 이유는 - 매일경제
- SNS스타 집에서 20억어치 사치품 훔쳐…장물 보관하던 강도 아내 “난 결백” - 매일경제
- 이 여성 아니었으면 ‘스타 임영웅’ 없었다…손대는 것마다 ‘흥행’ [신기자 톡톡] - 매일경제
- 김밥보다 싸다는 ‘이것’ 결국 터졌다…3년만에 전국 매장수 폭발 - 매일경제
- “여보, 이럴거면 뭐하러 들었어?”…실손 가입자 10명중 4명 진료後 보험금 청구 포기, 왜? - 매
- “싸게 내놔도 천대받았는데”…10억 육박해도 서로 사겠다고 난리난 아파트 - 매일경제
- 카카오에 회사 매각한 창업자 두번째 스타트업 ‘스토리’ 벌써 3조가치 - 매일경제
- “또 만났네” 한국, WBC에서 일본 호주 체코와 한 조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