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대출 불안에 22일 금리 동결…인하 소수의견 가능성"
전문가 "연준 9월 낮추고 부동산·대출 안정돼야 한은 10월 또는 11월 피벗"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오지은 기자 = 한국은행이 오는 22일 기준금리를 다시 3.50%로 동결하고 긴축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대출이 5대 은행에서만 불과 보름 사이 4조원 이상 불어나고, 이 돈이 부동산으로 흘러들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는 상황에서 한은이 서둘러 금리를 낮추기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예상대로 9월 정책금리(기준금리)를 낮추면, 한은도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실행에 따른 가계대출·부동산 안정 여부 등을 점검한 뒤 10월이나 11월 비로소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는 하향 안정…더위 속 작황·유가·공공요금은 불안"
19일 연합뉴스가 경제 전문가 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모두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22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에서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망대로라면 지난해 2월 이후 13차례, 한은 설립 이래 가장 긴 연속 동결 기록이다.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 끊임없이 고금리 여파에 따른 내수 부진 등의 해법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거론하는 가운데, 상당수 전문가도 일단 한은 통화정책의 제1 목표인 물가 측면에서 어느 정도 인하 여건이 갖춰졌다는 데는 동의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월 2.4%에서 7월 2.6%로 반등했지만, 전반적으로 물가의 하향 안정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금리 인하 조건이 무르익었다"고 진단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도 "국제 원자재 가격 안정이나 달러 약세 기대 등 향후 물가 안정을 위한 대외 환경은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4분기 공공요금 인상 폭을 지켜봐야 하지만 지금의 물가 안정 경로가 이탈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여전히 물가 상승률의 2% 안착을 확신하기에 이르다는 신중론도 있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여름 더위로 작황이 부진한 만큼 추석 물가, 먹거리 물가가 불안하고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세도 안심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공공요금 인상 압력도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한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아직 물가 우려를 완전히 놓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스 DSR 강화 등으로 부동산·가계대출 안정돼야 인하 가능"
8월 조기 인하의 걸림돌로는 물가보다 최근 부동산과 가계대출 등 금융 불균형 문제가 주로 꼽혔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기 때문에 금리를 한은이 섣불리 인하하기 힘들 것"이라며 "현재 금리 인하에 따른 집값 상승 등 부정적 효과가 소비 회복 등 긍정적 효과보다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하와 주택 구매 수요 증가가 예금 이자 소득 감소와 저축 성향 강화로 이어지면서 나타나는 소비 위축 현상이 이자 비용 감소로 기대되는 소득 효과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조 연구위원도 "최근 금리 결정 요소 가운데 물가의 비중은 줄고 반대로 가계부채, 주택가격의 비중이 훨씬 커졌다"며 "여러 지표상 가계부채와 주택가격이 불안하기 때문에 당장 금리를 낮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도 "경기 둔화 우려에도 가계부채 등 금융 안정 요인을 고려할 때 8월 기준금리는 동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서울 주택(아파트·연립·단독주택) 매매가격지수는 6월보다 0.76% 올랐다. 2019년 12월(0.86%) 이후 4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7월 이후 은행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대출 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려왔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도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만 이달 들어 14일까지 가계대출은 4조1천795억원이나 더 불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12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직후 "(통화정책 방향 전환 상황은 조성됐지만) 외환시장,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등 앞에서 달려오는 위협 요인이 많아 언제 전환할지는 불확실하고,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경고 한 바 있다.
아울러 "한은이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한다든지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잘못된 시그널(신호)을 줘서 주택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금융통화위원 모두 공감했다"고도 했다.
"연준 빅컷 없는 9월 인하…한은, 10월 또는 11월 연내 한차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미국 연준이 시장의 기대대로 9월 인하를 시작하면 한은은 10월에나 이른바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설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봤다. 연준의 9월 빅컷(0.5%p 인하)을 점치는 의견은 거의 없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의 9월 금리 인하 확률을 거의 100%로 본다"며 "인하 폭은 0.25%포인트(p)로 예상한다. 0.50%p 인하는 정말 이례적인 경우에나 이뤄지는 것으로, 미국 경기 침체 우려는 과도하고 지금 미국 경기 등이 (빅컷을 할 만큼) 그렇게 급박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이 낮추면, 한은은 올해 10월 또는 11월 한 차례 0.25%p 내리는 것으로 마무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미국 연준의 9월 인하는 확실한 것 같고, 하반기 경제 성장률에 따라 12월 추가 인하 가능성이 있다"며 "한은은 미국의 9월 인하를 확인한 뒤 10월에나 낮출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박 이노코미스트는 "미국은 9월 이후 연말까지 9·11·12월 세 차례에 걸쳐 0.25%p씩 총 0.75%p 금리를 낮출 것"이라며 "물가 상승률이 충분히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금리 정상화에 무리가 없고, 경기 침체 가능성은 매우 작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연내 인하 횟수의 경우 10월 한 차례(0.25%p)에 그칠 것으로 봤다. 부동산 시장 등을 고려할 때 한은이 여러 번, 큰 폭으로 금리를 낮추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한은도 경기 등을 고려해 올해 말까지 두 차례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9·11·12월 세 차례 총 0.75%p, 한은은 10·11월 두 차례 총 0.50%p 낮출 것"이라며 "연준이 실업률 반등을 비롯한 경기 둔화 우려를 반영할 것이고, 한은 역시 하반기 경기가 여의찮으면 두 번 인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바로 다음 10월 회의에서 금리를 내리려면, 오는 22일 회의에서부터 인하 필요성을 강조하는 금통위원 한두 명의 소수의견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았다.
안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내수 부진 등을 근거로 1명의 금리 인하 소수 의견이 등장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주 실장도 "이번 회의에서 동결되더라도 소수 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또 전원일치 동결이면 국내 시장의 심리가 너무 안 좋아질 테니, 2명 정도 소수 의견을 통해 인하 예고 메시지를 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shk999@yna.co.kr, hanjh@yna.co.kr, buil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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