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복현, 엇갈린 금투세 해석…누가 맞을까?[노컷체크]

CBS노컷뉴스 정다운 기자 2024. 8. 19.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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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금투세 부자세금' 프레임 틀려" 지적
이복현은 금투세 적용 시 사모펀드 피해 언급
사모펀드 환매와 보유 시 금투세 적용 효과 달라
업계는 일단 시행 대비 '착착'…개인 불확실성 줄여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왼쪽),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한동훈 "현재 사모펀드 환매하면 최대 49.5% 과세인데 금투세 강행되면 27.5%로 세율 자체가 줄어…."(2024.8.8. 최고위원회 회의)
이복현 "개인이 직접 투자할 경우 예를 들어 20%의 세율 부담하는데 (사모)펀드에 담으면 50% 부담하게 돼…."
(2024.8.8.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 후 언론 브리핑)

금융투자소득세는 '부자 증세'일까요? 아니면 오히려 '부자 감세' 소지가 있을까요? 금투세 시행을 4개월여 앞두고 여야의 논쟁이 달아오른 가운데 정부·여당 내에서도 금투세 적용을 두고 사뭇 다른 해석이 나왔습니다.

고액 자산가들이 재테크에 활용하는 사모펀드를 두고 금투세 적용 시 효과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의 말이 표면적으론 정반대였던 건데요.

한 대표는 민주당의 '부자증세' 프레임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금투세 시행이 오히려 부자감세가 될 수도 있음을, 반대로 이 원장은 금투세 시행으로 사모펀드 투자자의 세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임을 주장했습니다. 누구의 말이 맞을까요?

사모펀드 하는 '찐 부자', 금투세 시행하면 득본다?

지난 8일 한 대표는 "금투세가 '부자들에 대한 세금이다', '부자증세다'(라는 건) 일종의 갈라치기"라며 "민주당이 프레임으로 갖고 가는 '금투세는 부자세금이다'라는 말이 맞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든 예시가 사모펀드입니다. 사모펀드는 현행법상 최소투자금액이 3억원이어서 그 이상의 운용자산이 있는 고액 자산가의 투자처로 여겨집니다. 한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찐 부자'인 사모펀드 투자자들은 오히려 금투세 도입 시 과세부담이 절반가까이 줄어든다는 겁니다.

주장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현재는 사모펀드를 팔 때(환매) 그 투자차익을 배당소득으로 간주해 과세합니다. 이자·배당소득은 2천만원까지는 15.4%로 분리과세 되는데요. 2천만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돼 다른 사업·근로소득 등과 합산해 누진세율을 적용받게 됩니다.
 

10% 지방소득세 가산 제외 세율. 국세청 화면 캡처


종합소득세율 표에 따르면 이자·배당·투자·사업·근로 등 소득을 합산해 10억원 초과시 세율이 45%입니다. 지방소득세(10%)를 가산하면 한 대표가 언급한대로 소득의 49.5%까지 세금을 내게 되는 셈이죠.

그런데 금투세가 시행되면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로 얻은 수익은 다른 사업·근로소득 등과 합산하지 않고 금투세를 적용받는 겁니다. 금융투자소득이 3억원 이하이면 20%, 3억원 초과분은 25%이며 역시 지방소득세를 가산하면 최대 27.5%입니다.(국내 상장주식은 5천만원까지, 해외주식·채권·파생상품 등은 250만원까지 기본공제)

언뜻 보면 한 대표 주장처럼 사모펀드를 투자를 통한 이득이 큰 '찐찐 부자'일수록 금투세 적용 이후 오히려 세금을 덜 내는 효과를 누리게 될 것 같습니다. 이는 '금투세 도입 배경에 사모펀드 큰손들이 있다'고 음모론을 펼쳐온 일부 개인투자자들의 주장과도 일치합니다.

자산운용사들은 "이러다 업계 고사" 원성…실제론 어떨까?

반면 이복현 원장은 같은 날(8일) 자산운용사 CEO들과 만나 금투세와 관련한 이들의 입장을 정리해 밝혔는데요. 오히려 금투세 시행 후 사모펀드에 부과되는 세율이 49.5%까지 치솟아 자산운용업계가 고사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대표의 말대로라면 금투세 시행으로 오히려 절세효과가 나서 사모펀드에 투자자들이 몰릴 것 같은데 정반대 입장인 것이죠.

이러한 차이는 펀드를 환매할 때와 보유하고 있을 때를 각각 달리 주목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펀드를 팔 때(환매) 적용되는 세금은 앞서 설명한 것과 같고요. 펀드를 보유할 때 발생하는 이익배당금에 대한 세금도 금투세 시행 이후 달라집니다.

상당수 사모펀드가 결산일에 이익배당금을 지급합니다. 일반 회사처럼 1년에 1번 결산하고 분배하는 경우가 가장 많지만 상품 구조에 따라 분·반기마다 혹은 매월 결산 후 지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이익배당금을 지급한 사모펀드 수는 7792개에 달하고 배당금 규모는 9141억원입니다. 6월 말 기준 사모펀드 개수가 1만905개이니 대략 70% 이상의 사모펀드가 중간 분배금을 주는 셈이죠. 특히 공모펀드는 이익배당금의 90% 이상이 펀드로 재투자되는 데 비해 사모펀드는 재투자비율이 49%로 낮습니다.

금투세가 도입되면 이처럼 금전으로 지급되는 이익배당금이 배당소득으로 잡힙니다. 기존에는 국내주식과 채권 매매차익이 모두 비과세였지만 금투세 도입으로 과세대상이 되면서 이를 담은 펀드에서 이익이 나면 그만큼 더 세금을 내게 됩니다. 앞서 살펴봤듯 배당소득은 2천만원이 넘어가면 종합소득으로 합산 과세되기 때문에 이익배당금 규모에 따라 최대 49.5%까지 세율이 오를 수 있습니다.

펀드에 담지 않고 개인이 직접 국내주식이나 채권 매매로 수익을 내면 금투세가 적용돼 최대 세율은 27.5%에 그칩니다. 이 때문에 자산운용업계에선 "금투세가 시행되면 전문가를 통한 간접투자 기반이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업계는 이미 '부자절세' 대응 모드…개인은 불확실성 노출

스마트이미지 제공

익명을 요구한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 투자 목적 자체가 환매차익을 보려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유지하며 이익배당을 받는 것"이라며 "한 대표의 발언은 민주당 '부자증세' 프레임을 깨기 위해 다소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세청 차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임광현 의원도 한 대표의 발언 이후 "사모펀드의 분배금(이익배당금)에 대해선 배당소득 과세로 49.5% 세율이 유지되고, 사모펀드의 국내 상장주식 매매 차익은 지금은 비과세이지만 금투세가 도입되면 오히려 세율이 0%에서 최고 49.5%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복현 원장의 설명 취지와 같습니다.

특히 "사모펀드 투자자의 97%는 기관이고 개인은 3%에 불과하다"며 "기관투자자는 법인세를 내기 때문에 금투세와 관련이 없다. (한 대표의 말은) 오해의 소지가 있어 바로 잡는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대표가 금투세 폐지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에 공개토론을 요청한 상황에서 이 원장은 어느 쪽의 팩트체크에 힘을 실을지도 궁금한 지점입니다.

물론 한 대표는 "본질적으로는 부자세금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금투세로 인해 주식시장의 큰손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크고 1400만 개미투자자들만 피해를 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실 이 부분이 정부·여당은 물론 민주당 내 '금투세 유예' 지지파, 일반 투자자들의 핵심적인 금투세 반대 논거지만, 증시 타격은 지나친 공포 또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여전히 만만치 않습니다.

이와중에 눈길을 끄는 것은 자산운용·증권업계는 이미 4년 전부터 예고된 금투세 시행을 전제로 지금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는 겁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펀드의 외피를 씌우지 않되 사실상 펀드처럼 직접 자산을 운용할 수 있도록 자문해주는 서비스를 연구 중인 곳도 있고, 최대한 절세할 수 있도록 분배금 지급이나 환매 시기를 조율하는 식으로 상품 구성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형 증권사의 한 관계자도 "일단은 금투세 시행을 전제로 온라인 플랫폼과 영업 현장에서 적용할 관련 서비스들을 계속 준비하고 있다"며 "업계 리딩회사가 바뀔 수도 있는 모멘텀이기 때문에 투자를 머뭇거릴 순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을 피할 수 없다면 이번에 금투세가 유예 또는 폐지된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주식·채권 양도 차익, 나아가 환차익이나 가상자산에 대해서도 과세가 이뤄질 것을 염두하고 대비하는 것이겠죠.

이제는 거친 프레임 싸움으로 오해를 부풀리기보단, 제도의 연착륙을 위한 디테일 논쟁을 벌여야 하지 않을까요. '찐 부자'와 기관들은 여야의 대치와 무관하게 이미 착착 준비를 해가는 사이 정보와 자본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은 불확실성에 계속 노출될 수 밖에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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