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4할 타자가 번트?…구자욱은 왜 찬스 때 배트를 내렸나

최민우 기자 2024. 8. 19.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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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욱 ⓒ삼성 라이온즈

[스포티비뉴스=창원, 최민우 기자] “선취점을 가져와야 분위기를 가져올 거라 생각했다.”

삼성 라이온즈는 18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맞붙은 팀간 14번째 맞대결에서 5-3으로 이겼다. 시리즈 스윕을 거둔 삼성. 시즌전적 63승 2무 52패를 기록하며 단독 2위 자리를 지켜냈다. 아울러 NC와 올 시즌 상대전적도 9승 5패가 됐다.

경기에서는 구자욱이 공수주에 걸쳐 맹활약했다. 이날 3타수 2안타 1볼넷 3타점 1도루를 기록하며 타선을 이끌었다. 경기 초반 득점 찬스 때는 번트를 대기도 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8월 한 달 동안 구자욱은 타율 0.408(49타수 20안타 2홈런)을 기록할 정도로 좋은 타격감을 자랑해왔는데, 배트를 내려 번트를 성공. 자신을 희생해 득점 찬스를 만들었다.

▲구자욱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의 번트는 1회초에 나왔다. 선두타자 김지찬의 볼넷, 류지혁의 번트 안타로 만들어진 무사 1,2루 찬스 때 구자욱이 첫 타석에 섰다. 그리고 이재학의 초구 124km짜리 체인지업에 번트를 댔다. 구자욱의 희생번트 성공으로 삼성은 1사 2,3루 기회를 잡았고, 강민호의 유격수 땅볼 때 3루 주자 김지찬이 홈을 밟아 선취점을 얻었다.

3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는 2루 땅볼로 잡힌 구자욱. 5회초에는 적시타를 뽑았다. 1-0으로 근소하게 앞선 상황에서 삼성은 안주형과 김지찬의 연속 안타로 1사 1,2루 찬스를 잡았다. 류지혁이 우익수 뜬공으로 잡혔지만, 2루에 있던 안주형이 3루 진루에 성공해 기회를 이어갔다. 그리고 구자욱이 이재학에게 1타점 중전 안타를 뽑았다. 기세를 몰아 삼성은 강민호의 1타점 좌전 안타로 점수차를 더 벌렸다.

▲구자욱 ⓒ삼성 라이온즈

8회초에는 눈 야구를 선보였다. 그리고 주루 센스까지 뽐냈다. 선두타자로 나선 구자욱은 바뀐 투수 김시훈에게 볼넷을 얻었다. 그리고 후속타자 강민호 타석 때 2루를 훔쳤다. 시즌 10호 도루를 성공한 구자욱. 10시즌 연속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했다.

그리고 9회초 구자욱은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렸다. 삼성은 이재현과 김지찬의 연속 안타에 이어 류지혁이 상대 유격수 김주원의 포구 실책으로 인해 출루하면서 2사 만루 밥상을 차렸다. 구자욱은 김시훈에게 좌전 안타를 쳤고, 누상에 주자 두 명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삼성 김재윤이 9회말 2점을 NC에 내줬는데, 구자욱이 추가점을 내지 못했다면 승리를 보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경기를 마친 후 구자욱은 “오늘 꼭 시리즈 스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생각했다. 승리해서 너무 좋다”며 소감을 남겼다. 이어 “사실 박진만 감독님이 나에게 번트를 지시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상대편이 연패에 빠져 있었고,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 선취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한 점이라도 먼저 내는 게 분위기를 가져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안타를 칠 확률도 그리 높지 않았다. 번트를 대서 선취점을 가져와야 겠다는 생각만 했다. 감독님은 정말 아쉬워하셨다”며 번트를 댄 이유를 밝혔다.

수비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친 구자욱이다. 2회말 삼성 선발 백정현은 NC 선두타자 김휘집에게 안타를 맞았다. 타구는 구자욱의 왼쪽에 떨어졌다. 김휘집은 타구 위치를 확인하며 2루로 향했고, 구자욱은 빠르게 공을 집어 들고 2루로 송구해 김휘집을 잡아냈다. 실점 위기에 처할 뻔했지만, 구자욱의 완벽한 수비로 팀을 구해냈다.

구자욱은 “내가 주자라면, 2루까지 꼭 뛰어야 겠다는 생각을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느슨하게 수비하기 보다는 조금 더 집중하려 했다. 바로 빠르게 2루로 던져보자는 생각으로 송구했다. 운이 좋게도 정확하게 송구가 이뤄졌다. 또 2루수 류지혁이 어려운 바운드를 잘 잡아줬기 때문에 김휘집을 아웃시킬 수 있었다”고 했다.

▲구자욱 ⓒ삼성 라이온즈

이날 이진영 타격 코치와 전상혁 전력분석원의 도움을 받았던 구자욱은 “처음 적시타를 때렸을 때는 이진영 코치님이 조언을 해주셨다. 이재학이 변화구가 좋은 투수이기 때문에 타석 위치를 살짝 앞으로 옮겨도 좋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 그게 잘 맞아 떨어졌다. 마지막 만루 상황에서는 전력분석원이 노림수를 알려줬다. 덕분에 좋은 타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덕분에 더 자신 있게 타격할 수 있었다”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삼성이다. 3위 LG 트윈스(60승 2무 52패)에 1.5경기 앞서 있다. 1위 KIA 타이거즈(68승 2무 46패)와 승차는 5.5경기다. 연승 혹은 연패 여부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라, 선수들의 집중력도 더 높아지고 있다. 구자욱은 순위보다는 매 경기 승리만 바라본다고 했다.

▲박진만 감독이 강민호, 구자욱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은 “우리가 2등 혹은 3등이라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다. 순위 보다는 당장 눈앞에 있는 경기만 바라본다. 순위는 시즌이 다 끝난 이후에 정해진다. 농담으로 ‘봉황대기 결승전이다는 생각으로 경기하자’고 하는데, 선수들 모두가 그런 마음으로 경기를 치른다. 순위보단 경기에서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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