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올림픽과 스포츠 생태계

관리자 2024. 8. 1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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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파리올림픽 6개 단체 구기종목인 축구·농구·배구·핸드볼·하키·럭비 중에서 여자 핸드볼팀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팀의 경기를 볼 수 없었다.

단체 구기종목에서 이렇게 올림픽 본선 진출이 저조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우리나라 스포츠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해당 종목의 선수나 감독의 실력, 종목을 관리·운영하는 협회의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스포츠 생태계의 문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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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종목 본선 진출 저조 경종
소수 엘리트 배출 지속성 없어
선수·종사자 유인 환경 열악해
체육시장 저변얕아 경쟁 치열
타 진로 선택땐 불확실성 높아
선수 분포 피라미드형 갖추고
선순환 시스템 살리는 계기로

이번 파리올림픽 6개 단체 구기종목인 축구·농구·배구·핸드볼·하키·럭비 중에서 여자 핸드볼팀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팀의 경기를 볼 수 없었다. 단체 구기종목에서 이렇게 올림픽 본선 진출이 저조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우리나라 스포츠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참가 선수단 규모도 144명으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가장 작다. 이에 비해 일본은 여자 핸드볼과 남자 하키를 제외하고 6개 구기종목 남녀 모두 본선에 진출했다.

이는 단순히 해당 종목의 선수나 감독의 실력, 종목을 관리·운영하는 협회의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스포츠 생태계의 문제로 보인다. 체육에 소질이 있는 학생을 선발해 집중 육성하는 방식이 우리나라 체육 정책의 근간을 이뤄왔고 현재도 큰 변함이 없다. 이러한 엘리트 체육은 절대 빈곤을 극복하고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는 잘 작동됐다. 궁극적으로 국가를 대표해 국위를 선양하고자 하는 한 차원 높은 목적이 결합돼 있지만, 그 배후에는 체육을 통한 입신양명이라는 소위 ‘헝그리 정신’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었다. 국민의 마음속에 충만한 상향 정신과 국가 지원이 결합해 우리의 평균 국력 이상으로 성과를 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어 우리나라는 경제 발전을 이뤄 어느새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국민의 열망이라는 에너지만으로 기적을 이루는 시대는 지났다. 생태계라는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작동되는 체제가 아니면 지속가능하지 않은 환경이다. 생태계가 작동하려면 우선 구성원의 분포가 피라미드 형태가 돼야 한다. 먹이사슬의 자연생태계가 그러하듯이 저변이 넓고 튼튼한 바탕 위에 점점 위로 가면서 좁혀지는 구조일 때 생태계가 건전하게 유지될 수 있다.

현재 우리의 스포츠 생태계는 저변이 풍부하지 못한 상태에서 소수의 엘리트들을 배출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특출한 인재들이 두각을 나타내지만 지속적이기 어렵다. 대한체육회 자료에 따르면 종목별 고등학교 선수 규모에서 한국과 일본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각 종목에서 한국 대 일본의 선수수를 보면 ▲농구 521명 대 13만4043명 ▲야구 3353명 대 13만6029명 ▲육상 899명 대 9만2566명 ▲축구 3682명 대 14만9238명이다. 일본의 경우 학교 동아리 활동 수준의 선수도 모두 포함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만큼 체육활동에 시간을 할애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입시에 대부분의 에너지를 쏟는 우리나라 상황과 매우 대조적이다. 체육 선수들이 많으면 팀이 많을 것이고, 그러면 체육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아져 자연히 스포츠 시장이 풍부하게 형성된다. 특정 종목에 크게 두각을 나타낸 후 은퇴하더라도 후계자 양성이나 스포츠 행정 등 시장이 넓기 때문에 얼마든지 자신의 재능을 살려 직업 활동을 할 수 있다. 설사 중도에 그만두더라도 그때까지의 경험을 살려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길이 있다.

그러나 스포츠 시장의 저변이 얕으니 경쟁이 매우 치열하고, 경쟁에서 탈락해 다른 진로를 선택하는 것은 매우 불확실성이 높다. 현재 우리나라 학생 스포츠가 바로 이러한 도박과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운동을 하려는 학생들이 줄고, 이는 저변을 취약하게 함으로써 전체 스포츠 생태계가 선순환시스템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다. 이번 파리올림픽을 스포츠 생태계를 살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덕희 한국과학기술원 기술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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