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으론 모자라다…'에너지 양손잡이' 글로벌 대세 따른 SK의 승부수 통할까

이상무 2024. 8. 19.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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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BG그룹', 에너지업계 M&A 신호탄
주요 석유기업들 잇따라 가스 기업 인수
규모의 경제, 다양한 사업군으로 수익↑
국내에서도 SK이노+SK E&S 합병 목전
"두 회사 에너지 사업 시너지 효과 기대..
재무구조 강화돼 주주에게도 이익 될 것"
게티이미지뱅크

2016년 글로벌 에너지업계에서는 놀라운 인수합병(M&A) 소식이 날아들었다. 세계 2위 정유사인 '로열더치쉘'이 영국 3위 천연가스 기업 'BG그룹'을 470억 파운드(약 82조4,130억 원)에 인수했다는 것이다. 이 M&A는 국제 유가가 급락하는 가운데 성사돼 눈길을 끌었다. 쉘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최악일 때 '대규모 베팅'을 했기 때문이다.

쉘의 베팅은 성공했다. BG그룹 인수 후 쉘의 원유 및 가스 비축량은 25%, 생산량은 20% 증가했고, 쉘은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업체가 됐다. 쉘의 현금창출력(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기준)은 362억 달러에서 615억 달러로 1.7배가량 늘었다.쉘은 늘어난 현금으로 2017년 주주들에게 150억 달러를 배당하고 2020년까지는 25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주주들의 이익을 보전하는 전략을 폈다.


천하의 '쉘'도 사들이는데...이어지는 에너지 기업 M&A

그래픽=박구원 기자

쉘과 BG그룹의 M&A는 지금도 "에너지업계의 판도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천하의 쉘도 석유 한손잡이만으로는 어렵다는 걸 인정하고 천연가스를 함께 쥐고 가는 '에너지 양손잡이' 전략을 사용해서 그렇다. 몸집을 불려 원자재 구매에서 우위를 점해 수익성을 확보하고 다양한 사업군으로 에너지 시장의 새로운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는 걸 증명한 것이다.

이 빅딜 이후 글로벌 에너지 기업 사이의 M&A는 거대한 흐름이 됐다.2018년 프랑스의 대형 석유기업 토탈은 프랑스 천연가스 기업 엔지의 LNG 자산을 14억9,000만 달러(2조182억 원)에 사들였다. 2020년에는 미국 2위 정유사 셰브론이 천연가스 사업 강화를 위해 경쟁사 노블에너지를 130억 달러(17조6,085억 원)에 품기도 했다.

올해는 엑손모빌이 흐름을 이어갔다. 600억 달러(81조2,700억 원)에 셰일가스 시추업체인 파이어니어내추럴리소스를 인수했다. 대런 우즈 엑손모빌 회장은 "이번 인수는 장기적으로 주주 가치를 올리기 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국내 에너지업계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18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기자간담회에서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에너지업계도 글로벌 대세를 따랐다. 최근 국내 최대 에너지 기업 SK이노베이션 국내 1위 민간 LNG 기업 SK E&S합병을 결정한 게 대표적이다. 합병의 1차 목적은 SK온의 위기가 모기업 SK이노베이션에 번지는 것을 막아보려는 데 있지만 두 회사의 에너지 사업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선 지금이 합병의 적기라는 게 SK의 판단이다.

특히 그룹 측은 자원 개발 사업의 경제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회사가 지닌 원유 및 가스 자원 개발 인프라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특히 두 회사가 각각 해오던 석유, LNG 트레이딩 기능을 합하면 국내 주요 에너지원인 석유와 LNG 수급에 있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 및 신재생 에너지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 사업과 SK E&S의 수소, 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역량을 합쳐 '발전+열관리+저장+운영'을 한 번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내세울 수 있다는 것.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는 "이번 합병으로 사업 다각화 및 운영 안정성이 향상될 것"이라고 했다.


합병 후 현금창출력 5.9조..."주주에게 이득 돌아갈 것"

그래픽=박구원 기자

주식 시장은 재무 구조가 개선되는 점에 주목한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자산만 100조 원에 이르고 현금창출력의 대표 지표(EBITDA)는 5조9,000억 원에 이른다. 두 회사는 "2030년까지 EBITDA를 20조 원으로 늘리겠다"고 목표치를 정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합병을 통한 현금 흐름 개선이 긍정적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쉘과 BG그룹 M&A에서 알 수 있듯, 이번 합병이 SK이노베이션 기존 주주에게도 이득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K온을 포함한 SK이노베이션의 실적이 나아지기까지 버틸 수 있는 기초 체력이 생겼다"며 "기존 주주가치 하락분(희석률 35%)보다 SK E&S가 가져올 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와 내년 주당 2,000원의 현금 배당 집행을 검토하겠다는 주주환원 정책을 통합 법인이 설립된 후에도 지키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도 주주들에게 두 회사의 합병을 지지할 것을 권고했다. 두 기관은 지지 권고 이유를 "합병이 안정적 재무 구조를 강화하고 현재와 미래 에너지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의 합병은 27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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