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6만→5만 명분'... 코로나 '먹는 치료제' 예산 줄인 주범은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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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코로나19 재유행에 팍스로비드 등과 같은 '먹는 치료제(경증 치료제)' 부족으로 의료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 관계자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인원을 일괄 조정하면서 확산세 등과 처방 비율 등이 고려되지 않고 이 같은 예산이 편성된 것 같다"며 "긴급예비비를 편성해 코로나19 '경증 치료제'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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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논의 과정서 3분의 1로 줄어
전문위원조차 "예산 확보해야"경고
갑작스러운 코로나19 재유행에 팍스로비드 등과 같은 '먹는 치료제(경증 치료제)' 부족으로 의료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확산세에 비해 공급량이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 이어지자 정부는 긴급예비비 투입을 결정했다.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정부도 문제지만, 당초 정부가 제시한 '먹는 치료제 예산'을 3분의 1 남짓으로 대폭 줄인 국회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먹는 치료제 16만 명분 예산" 요청했지만...
1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가 코로나19 경증 치료제 예산을 대폭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예산은 '해당 부처 예산안 제출→기획재정부 예산안 심의→국회 심의(소관 상임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최종 예산 확정' 순으로 정해지는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예산이 대폭 조정돼 지금과 같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부족’ 사태가 생긴 것이다.
본보가 입수한 '2024년 예산안 심사 자료'와 심의 후 '예산 사업 설명서' 등에 따르면, 당초 질병관리청 예산안에는 치료제 구입비로 1,797억6,000만 원이 편성돼 있었다. 이는 국회에 예산안이 제출되기 전 기재부 심사가 완료된 자료로, 질병청은 중증 치료제에 268억8,000만 원(9,600명 분), 먹는 치료제에 1,528억8,000만 원(15만6,000명 분)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간 중증 환자 비율이 높지 않은 점, 코로나19가 재확산할 경우 입원하지 않는 일반 환자가 집에서 처방받을 수 있는 먹는 약이 더 시급하다고 본 것이다. 2024년 확진자 예측치와 그간 치료제 사용(중증치료제 0.8%, 먹는 치료제 13%) 비율을 고려해 산출한 숫자로, 건강보험 급여 등재 여부를 논의할 기간까지 감안해 ‘4개월’을 기준으로 삼았다.
코로나19 치료제는 아직까지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정부가 일괄 구매한 뒤 의료기관에 공급하고 있다. 고위험군 등 중증 치료자에겐 무료로 지급되지만, 나머지는 약 5만 원의 본인부담금을 내야 한다.
전문위원 "예산 더 확보해야" 건의했지만...
이 예산안을 처음 검토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두 가지 우려를 제기했다. ①건강보험 등재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4개월분 소요량 예산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고 ②코로나19 변이 출현 여부에 따라 치료제 사용률이 달라질 여지 등을 고려해 예산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원들은 이 같은 검토의견과 정부 예측을 귀담아듣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 예산은 중증 치료제 1,331억5,500만 원(4만7,550명분)과 먹는 치료제 466억500만 원(4만7,550명분)으로 수정됐다. 전체 예산은 유지했지만, 중증과 경증 인원을 동일하게 맞추면서 일반 환자가 먹는 경증 치료제 예산이 약 16만 명에서 약 5만 명분으로 대폭 쪼그라든 것이다. 38만~40만 명이 먹을 수 있는 치료제 양을 고려해 예산을 편성한 2022년, 2023년과 달리 2024년 예산에는 5만 명만 처방받을 수 있는 수준의 예산만 담기게 된 배경이다. 전체 예산 자체도 직전 2년보다 50% 넘게 삭감된다.
정부 관계자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인원을 일괄 조정하면서 확산세 등과 처방 비율 등이 고려되지 않고 이 같은 예산이 편성된 것 같다”며 “긴급예비비를 편성해 코로나19 '경증 치료제'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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