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나이)-40(홀드) 욕심? 팀이 크게 이기는 게 낫죠”

이용균 기자 2024. 8. 19.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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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 노경은, 역대 최초 ‘2년 연속 30홀드’
SSG 노경은이 15일 KBO리그 최초 2년 연속 30홀드에 성공한 뒤 경기 기념구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SSG 노경은(40)의 올시즌 포심 평균구속은 시속 143.8㎞다. 5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리그 50위 안에 들지 못한다. 하지만 노경은은 자신의 투구 스타일을 “구위형 투수”로 규정한다. 144㎞ 언저리의 포심 패스트볼을 힘있게 던져 타자와 승부한다. 노경은의 속구 구사 비율은 지난해 28.2%에서 올시즌 38.5%로 높아졌다.

노경은은 자신감이 더해진 ‘구위’로 상대를 압도한다. 노경은은 15일 창원 NC전에서 4-3으로 쫓긴 6회말 1사 2루에 마운드에 올라 삼진 2개를 잡아내며 이닝을 끝냈다. 박시원을 146㎞ 속구로, 김주원을 136㎞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SSG가 10-5로 이기면서 노경은은 시즌 30홀드째를 따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30홀드를 따냈다. KBO리그 최초 기록이다. 같은 날 최연소 및 최소경기 30홈런-30도루를 기록한 KIA 김도영에 묻혔지만 40세 시즌에 기록한, 2년에 걸친 30-30홀드 기록도 가치로서는 만만치 않다.

기록을 세운 다음 날인 16일 랜더스필드 한화전을 앞두고 노경은을 만났다.

- 2년 연속 30홀드를 기록했다.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나.

“사실 어제 홀드 안 했으면 했다. 김도영이 30-30 하지 않았나. 날짜 안 겹쳤으면 했는데(웃음). 다 묻혔다. 농담이고, 원래 목표는 홀드 20개였다. 그걸 채우면 나머지는 보너스라고 생각했다. 이제 30개 채웠으니 일단 35개까진 가고 싶다. 구단 역대 최다 신기록(SK 시절 포함)이라고 들었다.”

- 40홀드를 하면 40(나이)-40(홀드) 기록이다. 김도영과 다시 한 번 경쟁이다.

“아니다. 욕심 내면 안된다. 지금은 팀이 이기는 데만 집중하면 된다. 가능하면 내가 안 나가고 크게 이기는 게 좋다.”

- 이숭용 감독이 ‘스토리가 있는 선수’라고 했다. 두산 1차지명이었고, 롯데를 거쳐 SSG까지 왔다.

“SSG 올 때 테스트를 받고 왔다. 이전과 달리 나 스스로를 잘 규정하고 SSG 문을 두드렸다. 난 구위형 투수다.”

- 150㎞ 넘는 공을 던지는 것은 아니다. 노경은에게 구위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구위는 전광판이 아니라 내 손 끝에 있다. 전광판에 몇 ㎞가 찍히든 내 손 끝에서 만족스런 공이 던져진다면 그건 충분히 타자를 상대할 수 있는 구위를 가진 공이 된다.”

- 40세 시즌임에도 홀드 1위다. 그 구위를 유지하는 비결이 있나.

“루틴이 있고, 던진 날과 안 던진 날, 내일 또 던져야 하는 날에 따라 경기 후 운동이 바뀐다. 일단 경기가 끝나고 나면 러닝 머신에서 20분 정도 힘껏 달리면서 땀을 쫙 흘린다. 내일 또 던져야 하는 날이면 이어서 하체 운동에 들어간다. 2연투를 했고 내일 안던지는 날이라면 상체 위주로 웨이트를 한다. 상체 웨이트를 하는 날이면 운동 마치고 드라이브 라인을 던진다.”

- 드라이브 라인?

“아니, 드라이브 라인에서 만든 웨이트 볼이 있다. 그걸 던지는 훈련이다. 다 마치고 나면 사우나실로 가서 냉탕, 온탕을 옮겨가며 쿨 다운을 한다. 가능하면 1시간 안에 다 마치려고는 하는데, 꼼꼼히 하다보면 늦어지기도 한다.”

- 그렇게 열심히 준비해서 1이닝을 막아내는게 필승조의 임무다. 노경은에게 1이닝이란 무엇인가.

“얼핏 보면 쉬워 보일 수 있지만, 같은 1이닝이라도 때로는 휙 지나가는 풍경일 수도 있고, 어떤 때는 절대 끝나지 않는 지옥이 된다. 1이닝을 3개 산을 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 산 하나하나를 잘 넘으려면 초구 스트라이크가 제일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노경은에게 1이닝은 그냥 ‘초구 스트라이크’다.”

- 30-30을 기록한 리그 최고 셋업맨이다. 그래도 제일 만나기 싫은 타자가 있다면 누구인가.

“(망설임없이) 양의지 녀석. 도대체 뭘 노리는지도 전혀 모르겠고, 나 상대하러 나올 때는 맛있는 거 먹을 때처럼 타석에 침 흘리면서 들어오는 것 같다.(웃음)”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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