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잘 버리는’ 리더가 새로운 경쟁 우위 잡는다
핵심사업 바꾸는 변혁적 성장 필요
리더, 분명한 목표와 비전으로
직원들 새 판으로 이끌어야
“기존 핵심 사업을 강화할 것인가, 신사업으로 전환할 것인가.”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검토하는 기업 리더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조직 내부의 비효율적인 운영이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핵심 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이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 외부에서 강력한 시장 변화가 일어나 사업의 존폐가 위협받는 상황이라면 핵심 사업에서 과감하게 환골탈태하는 ‘변혁적 성장’을 추진해야 한다. 변혁적 성장이란 기존의 핵심 사업에서 새로운 핵심 사업으로 전환하는 혁신적 성장을 의미한다.
2007년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혁신으로 굴지 기업들의 핵심 사업을 파괴했다. 아이폰은 사람이 휴대전화와 소통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휴대전화에 뛰어난 브라우저와 터치스크린, 카메라 및 차량 내비게이션까지 탑재했다. 이로 인해 디지털 카메라 시장뿐 아니라 개인용 차량 내비게이션 시장,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 시장이 초토화됐다. 이처럼 핵심 사업의 경쟁 우위를 파괴하는 외부 위협이 나타났을 때 기업 리더는 핵심 사업을 과감하게 전환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렇다면 변혁적 성장을 이끄는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김희천 캐나다 캘거리대 경영대학 교수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4년 8월 1호(398호)에 기고한 글을 요약해 소개한다.
● 과감하게 버리는 용기를 가져라
기존 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것은 심장을 도려내는 것과 같은 고통을 수반하는 결정이다. 과감히 포기할 용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LG전자는 2021년 4월 자존심으로 여겼던 휴대전화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1995년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한 지 26년 만에 내린 결정이었다. 과거 휴대전화 사업은 LG전자의 핵심 사업이었다. 하지만 일반 휴대전화(피처폰)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던 LG전자는 아이폰, 갤럭시 등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던 2010년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5년 2분기부터 2020년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해 누적 영업적자가 무려 5조 원에 달했다.
LG전자는 10여 년에 걸친 내리막길에서 왜 더 빨리 사업을 포기할 수 없었을까?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의사결정에서 얻는 이득보다 잃는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손실회피 편향이 강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손실회피 편향은 매각, 철수, 폐쇄와 같은 사업 구조조정 의사결정을 내릴 때 구조조정 대상인 사업에 대한 감정적 집착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이 사업은 내 자식이나 다름없다”는 보호 본능이 작동한다. 그 결과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주가 상승 같은 이익과 평판 하락 같은 손실이 공존할 때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적자가 누적되는 사업이 있더라도 이를 폐쇄하거나 매각하는 것을 주저하게 되는 이유다. 한때 잘나가던 사업일 경우 과거의 영광이 미래의 발목을 잡는 이런 ‘레거시의 저주’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 두려움을 경계하라
시장의 근본적인 변화는 기업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고 생존을 위협한다. 경영진이 이런 변화를 어떻게 인지하는가는 대응 전략과 자원 배분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 내에 지나친 두려움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지나친 두려움이나 공포심의 유발은 경영진, 중간관리자 등으로 하여금 스트레스와 불안 같은 부정적인 감정과 심리적 부적응 상태를 야기하고 문제 해결의 경직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에 익숙한 해결책에 의존하게 만들어 융통성을 떨어뜨리며 이 과정에서 외부인의 관점을 소외시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1980년대 코닥은 경쟁사뿐 아니라 자사가 개발하는 디지털카메라가 본업인 아날로그 필름 사업을 위협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었다. 1981년 소니가 필름이 필요 없는 디지털카메라인 마비카를 선보였을 때 코닥 전체에 두려움이 퍼졌다. 당시 코닥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조지 피셔는 디지털 이미징 연구개발에 공격적으로 투자했고 다양한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지난 100년 이상 지속된 수익성 높은 필름과 인화 사업이 디지털카메라에 잠식되는 것을 두려워했다. 예컨대 코닥은 2000년 어드밴틱스 프리뷰라는 디지털카메라를 출시했는데 사용자가 필름을 사용해 인화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며 인화 사업의 매출 증대를 기대했다. 시장 변화에 발맞춰 완전히 새로운 판을 짜는 데 실패한 것이다.
● 전략적 선견지명으로 소통하라
기업의 CEO는 미래를 내다보는 전략적 선견지명을 갖추고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전략적 선견지명이란 단순히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시나리오 경영 기법 등을 통해 미래에 발생할 일들에 어떻게 반응하고 해결할 것인지 전략을 미리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방향을 수립하며 실제로 전환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변화를 거부하는 직원들을 설득하고 지원해야 한다. 리더는 변혁적 성장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와 그 비전을 명확하게 설명해 직원들이 변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과 기회를 이해하게 할 필요가 있다.
김희천 캘거리대 경영대학 교수 heechun.kim@ucalgary.ca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재명 연임 성공, DJ이후 24년만…尹-韓에 회담 제안
- [사설]‘의대 2000명 배정’ 회의자료 폐기, 뭐가 켕겨서…
- [사설]‘세수 펑크’에 우체국보험 적립금까지 빌려 쓴 정부
- 러 본토 지상전에 푸틴 리더십 위기…프리고진 반란보다 민심 충격 커
- 역대최장 서울 열대야, 지역별 최대 4.3도까지 차이
- 김정은 전속 촬영팀에 ‘엑스맨’이 있다?[청계천 옆 사진관]
- 해리스, 선벨트서도 약진…WP “해리스 대선 승리 확률, 트럼프 추월”
- 경북서 승객 380여명 탄 하행선 KTX 탈선… 인명피해 없어
- 고려인, 피란민으로 살아간다[동행]
- 전공의 추가모집 마감됐지만 지원자 없거나 한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