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남극의 리더십

경기일보 2024. 8. 1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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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을 탐험하던 시대 리더십에 관한 한 아문센이나 스콧보다도 어니스트 섀클턴이 더 많이 언급된다.

이후 구조되는 1916년까지 탐험대 선박 이름이었던 '인내(Endurance)'처럼 많은 역경을 감내한 끝에 28명 탐험대 전원이 모두 생환해 그의 리더십 사례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후 널리 전파됐다.

반면 남극점에 다다랐지만 복귀하던 중 탐험대 전원이 사망한 스콧의 사례를 돌아보면 남극에서 리더십은 분명 구성원들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요소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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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준 남극장보고과학기지 제11차 월동연구대 총무

남극을 탐험하던 시대 리더십에 관한 한 아문센이나 스콧보다도 어니스트 섀클턴이 더 많이 언급된다. 섀클턴은 남극 횡단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오히려 1914년 탐험을 떠난 이듬해 조난을 당한다. 이후 구조되는 1916년까지 탐험대 선박 이름이었던 ‘인내(Endurance)’처럼 많은 역경을 감내한 끝에 28명 탐험대 전원이 모두 생환해 그의 리더십 사례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후 널리 전파됐다.

반면 남극점에 다다랐지만 복귀하던 중 탐험대 전원이 사망한 스콧의 사례를 돌아보면 남극에서 리더십은 분명 구성원들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요소임이 틀림없다. 그뿐만 아니라 리더십은 남극에서 모든 활동에 있어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기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 남극 활동도 영역이나 범위가 넓어지고 있기에 과거 사례에 비춰 남극에서 필요한 리더십을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명확한 원칙 제시와 리더와 구성원 간 믿음과 신뢰다. 리더의 명확한 원칙과 일관된 방향이 제시돼야 구성원들이 요구되는 활동을 할 수 있다. 명확한 원칙은 급박한 상황 속에서 우왕좌왕하지 않고 상황에 필요한 신속한 대응을 가능케 한다. 또 이런 원칙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신뢰가 함께 형성돼야 한다. 섀클턴의 사례를 보면 그가 구조를 요청하러 조각배를 타고 출발했을 때 그의 탐험대는 대장이 구조대를 이끌고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4개월간 조난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둘째, 냉철하고 신속한 판단이다. 거친 눈보라와 혹한을 마주하면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지만 판단력은 흐려질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을 냉철히 인지하지 못하고 결정에 오랜 시간이 걸리면 구성원들은 위험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섀클턴 탐험대는 배를 포기하기도 하고, 지속해서 안전한 곳을 찾아 이동하고, 식량을 마련한 끝에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었다. 반면 스콧 탐험대는 그가 메인 캠프에서 불과 18㎞ 떨어진 곳에서 사망했다는 점에서 판단력에 대해 아쉬움을 남겼다.

마지막으로는 리더의 솔선수범과 희생정신이다. 많은 것이 부족하고 모두가 힘든 상황 속에서는 구성원들이 따를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행동으로 이어지는 마음가짐이 중요한데 이런 마음은 리더의 솔선과 희생 속에서 생겨난다.

섀클턴이 사우스조지아섬으로 구조대를 요청하고자 떠났을 때 그는 1천300㎞가 넘는 거리를 항해하며 거친 해협을 목숨 걸고 헤쳐나갔다. 또 탐험대원들에게 질 좋은 침낭을 배분하고자 제비뽑기를 조작해 자신은 좋지 않은 침낭을 받아가기도 했다고 하니 앞서 언급한 그에 대한 대원들의 믿음과 추종은 이전의 행동 속에서 계속 피어났을 것이다.

매년 똑같을 것 같은 남극이지만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크기에 이상적인 남극 생활을 위해 필요한 리더십 덕목을 모두 갖춘 리더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남극 활동을 시작한 지 37년이 넘어가고 남극을 거쳐 가는 이들의 세대가 바뀌어 가는 지금 역사에 남을 리더를 찾긴 어려울지라도 앞으로 남극에서 필요한 리더십에 대해 고민해볼 시점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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