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신생아 세액공제” 트럼프 “법인세 인하”… 감세 경쟁
해리스, 전대 앞두고 경제 공약… 트럼프, 금리 결정 개입 등 맞불
WP “대중영합주의 눈속임” 비판
민주 전대, 대규모 反戰시위 긴장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집권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되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19∼22일(현지 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서민 감세, 신규 주택 구매자 지원, 주택 공급 확대, 대기업의 식품 가격 인상 규제 등을 중심 내용으로 담은 경제 공약을 발표하며 이른바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민주당의 전현직 대통령들도 전당대회 중 해리스 부통령을 위해 행사장을 찾을 예정이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친(親)팔레스타인 단체들은 전당대회 기간 중 대회장 인근에서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전시위가 한창이던 1968년 시카고에서 열렸던 민주당 전당대회가 유혈 사태로 얼룩졌던 것을 거론하기도 한다.
● 전당대회 기간 대규모 시위 우려
이번 전당대회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이 총출동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당대회 첫날인 19일 연설자로 나서 왜 대선 후보에서 자진 사퇴하고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했는지를 밝힐 예정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민주주의의 적(適)’으로 규정하고, 당 안팎의 단합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20일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가 연설한다. 21일에는 해리스 부통령의 정치 입문 초기부터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부부,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연설한다. 해리스 부통령은 마지막 날인 22일 후보 수락 연설을 갖는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뒤 민주당의 청년층과 비(非)백인 유권자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지원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의 고정 지지층인 이들의 이탈 가능성이 대선 판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돼 왔다. 실제로 일부 친팔레스타인 시위대는 이번 전당대회 기간 중 시위를 예고한 상태다.
이에 따라, 시카고시 당국은 보안 구역을 확대하며 동시에 시위 허가 구역은 축소하고 있다. 전당대회 기간 중 대규모 폭력 사태가 발생하면 인근 경합주이며 무슬림 유권자가 많은 편인 미시간주, 위스콘신주 등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해리스-트럼프, 감세 치중 ‘대중영합주의’ 공약
해리스 부통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잇따라 서민 감세 위주의 경제 공약을 발표했다. 중산층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는 16일 또 다른 경합주 노스캐롤라이나주 유세에서 중산층 이하 가정에서 자녀를 출산하면 6000달러(약 814만 원)의 신생아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매년 자녀 한 명당 3600달러(약 490만 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다. 자녀 세액공제를 적극 추진하는 것은 J 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해리스 부통령을 ‘캣 레이디(cat lady·고양이 기르는 독신 여성을 가리키는 속어)’라고 비하한 것에 대한 맞대응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해리스 부통령은 팁으로 얻은 소득에 세금을 매기지 않고, 신규 주택 구매자에게 2만5000달러(약 3400만 원)도 지원하기로 했다. 그는 또 4년간 300만 채의 주택 건설 추진 계획과 식품 대기업의 가격 인상 규제도 밝혔다. 이런 해리스 부통령의 행보에 워싱턴포스트(WP)는 사설을 통해 “실질적인 계획이 아닌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눈속임”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후보의 경제 정책 역시 포퓰리즘 성격이 강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 후보도 팁 면세, 법인세와 소득세 영구 감세, 건강보험료 및 자동차보험료 인하 등을 공약했다. 특히 그는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에 개입할 의사도 밝혀 왔다. 재집권하면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해 서민들의 고금리 부담을 낮춰 주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다양한 재정 지원을 강조하면서도 재원 마련 계획은 뚜렷하지 않다는 비판도 커진다. 해리스 부통령은 증세에 대한 계획을 내놓지 않았고, 트럼프 후보는 중국 등에 대한 관세 인상을 거론하지만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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