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마저 잠잠... ‘처서의 마법’도 안 통하는 무더위

박상현 기자 2024. 8. 19.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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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처서 지나도 기온 30도 이상… 열대야도 계속돼 밤낮없이 폭염
무더위가 이어진 1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바닥분수에서 어린이들이 물놀이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스1

연일 기록적 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여름은 ‘처서(處暑)의 마법’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모기도 처서가 지나면 입이 삐뚤어진다’는 속담처럼 그동안 한여름 더위는 절기상 처서에 한풀 꺾였다. 그러나 올해는 밤낮 없는 더위가 이달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처서인 22일 전국에 비 소식은 있으나 기온은 낮 최고 30~33도로 폭염이 이어질 전망이다. 오히려 빗방울이 습도를 높여 체감 기온이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열대야(밤 최저기온 25도 이상) 역시 처서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다고 예보됐다.

‘최악의 여름’으로 꼽혔던 1994년과 2018년에는 처서를 전후해 태풍이 찾아와 더위를 몰아갔지만 올해는 태풍조차 북상하지 않고 있다. 28일까지 한반도 상공을 덮은 두 겹의 ‘고기압 이불’이 견고하게 자리할 전망이다. 고온 건조한 동풍(東風)과 고온 다습한 남풍(南風)이 동시에 유입되는 ‘이중 열풍’도 극심한 무더위를 부추기고 있다.

그래픽=송윤혜

처서(올해 8월 22일)는 ‘더위의 정점’인 입추(立秋·올해 8월 7일)와 ‘흰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白露·올해 9월 7일) 사이에 있다. 여름이 지나면 더위가 가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는 것이 ‘처서’의 유래다. 처서는 우리나라에 여러 태풍이 북상하는 시기와 맞물린다. 태풍이 온다는 것은 층층이 쌓였던 열기가 해소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기압이 뜨거운 공기에 찬 공기를 섞어놓기 때문이다.

‘최악 여름’으로 꼽히는 1994년과 2018년에는 8월에 각각 9개의 태풍이 발달해 이 중 일부 태풍이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2018년에는 8월 16일 괌 부근에서 발달한 ‘솔릭’이 처서(23일)의 앞뒤인 22~24일 우리나라를 관통한 후 25일 소멸했다. 당시 태풍이 몰고 온 열풍 때문에 서울의 기온이 최고 37.6도(22일)까지 올랐으나, 소멸 후인 27일엔 최고 24.9도로 12.7도나 떨어졌다. 이후 8월 말까지 평균 25도 안팎의 기온을 보이며 천천히 가을에 진입했다.

1994년 8월에는 북마리아나 제도에서 발생한 13호 태풍 ‘더그’와 괌 부근에서 발생한 14호 태풍 ‘엘리’가 우리나라에는 큰 피해를 주지 않은 채 폭염과 가뭄에 시달렸던 호남 지방에 단비를 뿌려준 뒤 소멸해 ‘효자 태풍’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이 아직까지 없다. 8월 들어 세계적으로 4개의 태풍이 발달했으나 우리나라 부근까지 올라오진 않았다. 7월 중순 필리핀 부근에서 발달한 3호 태풍 ‘개미’가 중국 내륙으로 북상하며 태풍과 북태평양고기압 사이에 바람길을 만들어 우리나라 쪽으로 뜨거운 열풍만 불어넣은 것이 전부였다. 8월에 발달한 5호 ‘마리아’, 6호 ‘손띤’, 7호 ‘암필’, 8호 ‘우쿵’은 모두 경로가 일본 동쪽으로 형성돼 우리나라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태풍은 이달 말까진 북상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더위를 유발하는 강한 일사, 뜨거운 열풍, 높은 습도는 월말까지 계속 나타날 것으로 보여 폭염과 열대야도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국이 혹독한 밤더위에 시달리겠다. 올여름 무더위 원인으로 해수면 온도 상승이 꼽힌다. 열은 뜨거운 쪽에서 차가운 쪽으로 이동하는 성질이 있다. 그런데 해수면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해가 떨어진 밤사이 바다에서 육지로 부는 해풍이 많아지면서 뜨겁고 축축한 바람이 육지로 많이 유입됐고, 밤공기 역시 뜨겁게 유지되고 있다. 동해상에서 불어와 태백산맥을 넘으며 고온 건조해진 동풍,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남해상에서 불어 드는 여름철 대표적 바람인 남풍이 한반도에 열기를 더하고 있다.

18일 기준 서울은 28일째, 부산은 24일째 열대야가 발생했다. 서울·부산 모두 종전 최장 기록을 넘어 매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서울은 사상 첫 ‘한 달 열대야’가 나타날 가능성도 커졌다. 같은 서울이라도 도심일수록 밤 기온이 높다. 18일 새벽 서울 도심인 영등포구 당산동(28.6도)과 여의도(28.4도), 용산구(28.2도)는 이보다 외곽인 은평구(24.3도), 관악구(24.6도) 보다 4도가량 최저기온이 높았다. 한편 기상청은 올해 처음으로 ‘폭염백서’를 발간해 국내 폭염 기록, 폭염이 발생하는 원인과 구조, 중장기 폭염 전망, 폭염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 등을 담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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