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운전 선박에서 연구한 2만3000시간… LNG선 기술력 초격차 이끌어”
“5년간 연구원들과 시운전 선박에서 뱃멀미와 싸우며 연구한 2만3000시간이 우리나라 LNG(액화천연가스)선 기술력의 초격차를 이끌었습니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판교GRC(글로벌R&D센터)에서 만난 장광필(55) HD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장은 한국 조선업 호황 비결에 대해 “LNG선 기술을 바탕으로 자율운항과 수소 선박 시장에서도 중국이 인건비 공세로 따라올 수 없는 ‘친환경 기술 장벽’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 원장과 연구원 40여 명은 2020년부터 HD한국조선해양에서 건조한 가스선 68척에서 2만3000시간을 보냈다. 장 원장은 “1만 시간의 법칙처럼 이때 기술력이 ‘퀀텀 점프’를 한 것 같다”고 했다.
작년 12월부터 회사 R&D(연구·개발)를 총괄하는 미래기술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조선업 경기가 살아난 2018년 이전부터 한국 조선업 부활을 예측한 전문가로 꼽힌다. 장 원장은 “탄소배출 규제로 수요가 급증한 LNG선은 저렴한 건조 능력이 아니라 이중연료 엔진, 재(再)액화 시스템, 화물창 같은 새로운 기술력이 필요한 첨단 선박이라 중국이 따라올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조선해양과 출신이 주류인 조선소에서 보기 드문 화학공학과 출신이다. 대학 동기들이 주로 정유사에 입사할 때 바다에서 가스·오일을 채취하는 ‘해양플랜트’에 관심을 갖고 1997년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장 원장은 “정유회사 산학장학생 출신이지만, 세계 1위 조선사에서 대형 선박 플랜트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했다.
해양플랜트가 조선업 불황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던 2010년대, 장 원장은 LNG 이중연료 추진 선박 기술을 주도했다. LNG 운반선의 증발가스(BOG)를 재액화 후 연료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장 원장은 “LNG선에 작은 가스 플랜트를 설치하는 셈이었다”며 “2012년 세계 최초로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엔진과 연료 공급 시스템을 울산에 만들어 선주(船主) 300여 명을 불러 시연하고 본격 개발에 나섰다”고 했다. 그의 이름으로 등록된 특허만 ‘가스 처리 시스템 관련 선박 기술’ 등 104건에 달한다.
장 원장은 앞으로 조선 산업은 다시 기술 경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생산 자동화, 로봇 활용이 확대되면 중국의 낮은 인건비도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며 “수십 년간 내재화한 설계 기술과 미래기술 로드맵을 통해 자율운항 무인선, 무탄소 선박에서도 초격차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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