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軍, 쿠르스크 공세 계속… 러 핵심 보급로 다리도 폭파
“포탄의 파편이 흩어진 거리엔 방치된 시신들이 썩어갔다. 늘어선 차량엔 총탄 자국이 심했다. 마을 광장에 있는 블라디미르 레닌 동상은 얼굴 부분이 반쯤 날아갔다. 현지 주민들은 겁에 질려 방공호에 모여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로 진격한 지 열흘째인 지난 16일 미국 CNN이 전한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주(州)의 소도시 수드자의 상황이다. 수드자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국경에서 불과 10㎞ 정도 떨어진 마을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5일부터 이곳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6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기습 공격한 지 2주째에 접어들었다. 우크라이나 측은 자국 군대가 계속 진격하면서 진지(陣地)를 구축·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35㎞를 진격해, 82개 마을을 장악한 상태다. 이 마을들의 면적을 합치면 1150㎢가량으로, 서울 면적의 2배 정도 된다. 이들은 또한 자신들이 생포한 러시아군 포로도 수백명에 이른다고 했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16일 쿠르스크 지역의 글루시코보 마을 인근을 흐르는 세임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까지 폭파했다. 러시아군은 이 다리를 무기와 장비를 공급하는 주요한 보급로로 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는 이튿날 대국민 연설에서 “작전이 정확히 우리가 예측한 대로 전개되고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군은 18일에도 세임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하나를 추가로 더 폭파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은 반면 우크라이나가 세임강 다리를 폭파할 때 미국에서 지원받은 고속 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HIMARS·하이마스)을 썼다는 주장을 펴면서 미국과 우크라이나를 동시에 비난하고 나섰다.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마리야 자하로바는 16일 “아마도 쿠르스크 지역이 미국산 하이마스의 공격을 받았던 것 같다”고 했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군의 진격 속도가 기습 초반에 비해 다소 느려졌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미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의 작전 속도가 다소 느려졌지만 일부 지점에서 계속 진격하고 있다고 했다. 러 국방부는 이런 우크라이나군을 막아내고 있다고도 주장한다. 아나스타시옙카에서 서쪽으로 1㎞, 카우츠크에서 남동쪽으로 1.5㎞가량 진격해 들어오려는 우크라이나군을 최근 러시아군이 저지했다는 것이다.
젤렌스키는 이런 상황에서 서방에 장거리 무기 사용 제한을 풀어줄 것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그는 “장거리 무기는 이번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적 해법”이라면서 “대담한 조치와 결정을 할 필요성을 외교적 방법을 통해 계속 주장하겠다”고 했다. 현재 미국·영국 등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사거리 250㎞가 넘는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하면서도 이를 러시아 본토 공격 용도로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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