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 중 57만명 “그냥 쉰다”… 코로나 후 최대폭 증가

권순완 기자 2024. 8. 19.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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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건설업 찬바람에 직격탄

경기도의 한 중소 건설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던 이모(34)씨는 올해 초부터 반년 넘게 일을 쉬고 있다. 이씨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서 일을 접었는데, 다른 건설사도 임금이 자주 밀리는 등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간간이 취업 제안이 들어왔지만 임금이 너무 낮아 ‘쥐꼬리만 한 월급 받고 일하느니 그냥 쉬자’는 생각”이라고 했다.

내수 부진의 장기화로 건설업과 도소매업 중심으로 취업 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그냥 쉬고 있다”는 인구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7월 월평균 ‘쉬었음’ 인구는 245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2.1% 증가해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았다. 지난 5월(233만4000명)과 6월(237만4000명), 7월(251만1000명) 등 3개월 연속으로 같은 달 기준 역대 최대치를 고쳐 쓸 정도로 쉬었음 인구가 꾸준히 느는 추세다. 쉬었음 인구는 육아와 학업 등 뚜렷한 이유 없이 일하지도 않고 구직도 하지 않는 경우로, 구직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실업자로도 분류되지 않는다.

그래픽=김성규

◇‘쉬었음’ 인구 3개월째 최고치

올 들어 그냥 쉬고 있는 인구의 증가는 20대 이하가 아니라 30·40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 쉬었음 인구는 1년 새 9.4% 불어난 29만3000명으로 집계돼 역대 가장 큰 폭으로 불었다. 40대 쉬었음 인구도 28만1000명으로 작년 1~7월에 비해 7.9%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50대와 60대는 각각 1.6%, 0.4% 늘어나는 데 그쳤고, 20대 이하는 1.2% 감소했다. 쉬었음 인구가 5.8% 늘어난 작년 이맘때만 해도 20대 이하(15~29세)의 증가 폭이 7.2%로 두드러졌는데, 올 들어서는 경제 허리인 30·40대가 쉬었음 인구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30대 쉬었음 인구 증가 폭은 코로나 거리 두기로 도소매와 숙박·음식업 분야를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크게 줄었던 2021년(18.2%) 이후 3년 만의 최대 폭이다. 40대 쉬었음 인구도 코로나 첫해인 2020년(26.7%)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대 이하 청년층 ‘취포자(취업을 포기한 사람)’ 문제도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큰 폭으로 늘었던 15~29세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올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작년 청년 취포자가 늘어난 기저효과로 지난 1~2월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10% 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4월까지 이어지던 감소세가 지난 5월(3.3%)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고, 지난달(10.4%)까지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달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7월 기준 역대 최대인 44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벽에 붙은 일자리 정보 게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건설업과 도·소매업에 불황이 이어지며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30~40대 '쉬었음' 인구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뉴시스

◇내수 위축에 ‘취포생’ 된 3040

한창 일할 나이인 30·40대가 취업 시장에 나서지 않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내수와 건설 경기 위축에 따른 고용 시장 부진 장기화, 수출 회복세에도 제조업 고용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점 등을 꼽았다. 특히 도소매업과 제조업은 30·40대 취업자 비율이 높은 업종으로 꼽힌다. 박윤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요즘 내수 경기, 건설업 경기가 좋지 않아 30·40대 자영업자들이나 건설업 종사자들이 폐업하거나 일자리를 잃은 후, ‘당분간 구직을 해봤자 어차피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같다”며 “’어차피 구직을 해봤자 일자리가 없다’는 심리가 두드러진 것”이라고 했다.

◇숨고르기 들어간 자영업자들

통계청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이 장사를 접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까지 고민하는 기간이 쉬었음으로 분류되는 대표적인 경우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던 박모(35)씨는 지난 5월 가게를 접고 4개월째 쉬고 있다. 그는 “직원 없이 혼자서 배달 주문만 받는 족발집을 운영했는데 배달비와 재료비가 올라 버틸 수 없었다”며 “다른 장사를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 같아서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지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박씨는 “나는 빚지지 않고 창업했었기 때문에 쉴 수라도 있는 거지, 빚내서 가게를 시작했던 친구들은 빚 갚느라 일용직을 전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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