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일 리더십 교체기에 맞는 캠프 데이비드 1년
한·미·일 3국 정상이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나 3국 안보 공조를 강화하는 동시에 3국 협력의 외연을 넓히고 이를 정례화하기로 합의한 지 1년이 지났다. 이후 3국 안보 협력을 제도화하는 국방 당국 간 문서가 채택되고 최초의 3국 연합 훈련인 프리덤 에지가 실시됐다. 북한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는 회의체도 출범했다. 3국 외교·국방장관 회의가 빈번해지고 산업·재무장관 회의체가 발족하는 등 과거 안보 분야에 국한됐던 3국 협력의 영역이 경제·기술 분야로도 확장되고 있다.
어제 3국 정상은 1주년을 맞아 공동성명을 내고 “캠프 데이비드에서 우리가 수립한 원칙은 전례 없는 협력의 로드맵”이라며 “3국 협력은 오늘날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필수 불가결하고, 번영하는 미래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가 3국 협력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는 과장이 아니다. 우려되는 점은 그 주역 세 사람 가운데 두 사람이 퇴임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달 재선 출마를 포기했고 기시다 일본 총리도 다음 달 사퇴를 예고한 상태다.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가능케 한 결정적 동력은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의 외교 정책 기조였다. 미국 리더십의 교체는 3국 협력의 미래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다. 동맹을 금전 논리로만 보는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재집권할 경우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성과들은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는 진단까지 나온다. 민주당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의 치적을 중시하고 계승할지 오히려 차별화되는 대외 정책을 들고 나올지도 예단하기 어렵다. 이런 불확실성에 대비하려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의 성과들을 제도화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
그에 못지않게 한일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도 긴요하다. 미국 대통령이 아무리 동맹을 중시해도 한일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선 한·미·일 공조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정상적인 한일 관계가 한·미·일 협력의 전제 조건인 셈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일 관계는 역대 최악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선제적으로 징용 배상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며 관계 개선에 나서지 않았다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미국, 일본이 동시에 리더십 교체기를 맞는 상황에서 ‘캠프 데이비드’ 협력을 이어 나가야 하는 지난한 과제가 한국 외교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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