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자리 안 찾고 “그냥 쉬는” 20·30대 73만명, 사상 최대

조선일보 2024. 8. 19.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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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김영재

지난 7월에 구직 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는 청년(15~29세)이 44만3000명으로, 7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냥 쉰 청년 규모는 2013∼2017년에 20만명대였으나 2018년 30만명을 넘었고 코로나 팬데믹 기간인 2020년에 44만1000명까지 급증했다가 2022년에 30만명대로 내려갔다. 하지만 작년부터 다시 늘어나 7월에는 전년 동월보다 10.4%나 증가했다. 청년층 인구는 줄어드는데 쉬는 청년 숫자가 늘면서 ‘그냥 쉰다’는 청년 비율이 사상 최대가 됐다. 청년 20명 중 1명꼴(5.4%)로는 일도 안 하고, 일자리를 찾지도 않는다.

‘쉬었음’ 청년의 연령대를 30대로 확장하면 73만명이 넘는다. 지난 7월에 ‘그냥 쉬었다’는 30대는 28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10.5% 증가했다. 수출 부진으로 위축됐던 제조업 고용이 수출 회복에도 다시 늘어나지 못한 데다 내수 위축이 길어지면서 일자리를 잃거나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고용 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7월에 실업률은 2.5%, 청년 실업률은 5.5% 정도다. 그러나 청년층이 체감하는 실제 실업률은 더 높다. 일자리를 안 찾고 그냥 쉰 청년들은 실업률을 산정하는 모수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쉬었음’ 청년 가운데 일하기를 원했느냐는 질문에 75.6%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일하기를 원한다는 나머지 청년들에게 구직 활동을 안 한 이유를 물었더니 ‘원하는 일자리가 없을 것 같아서’라는 답변이 42.9%로 가장 많았다. 20~30대가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구직을 단념하고 고용 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의미다.

노동 시장의 주축이 되어야 할 20·30대 청년층이 ‘그냥 쉬는’ 현상은 이만저만 심각한 게 아니다. 정부는 ‘쉬었음’ 청년에 대한 심층 실태 조사를 거쳐 지난해 11월 노동 시장 유입을 위한 단계별 지원책을 발표했다. 대책을 발표한 지 9개월이나 지났는데 ‘쉬었음’ 청년이 줄어들기는커녕 사상 최대로 늘어났다는 것은 정책이 전혀 효과를 못내고 있다는 뜻이다. 정책을 전면 재점검해서 실효성을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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