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혁신⑤] HD현대 아비커스 개발자가 말하는 해양모빌리티의 미래

허주열 2024. 8. 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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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더팩트 혁신 포럼 연사 한대용 HD현대 아비커스 팀장 인터뷰

한대용 HD현대 아비커스 통합상황인지팀 팀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아비커스 본사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 /임영무 기자

교통 분야에 ICT와 혁신 기술이 융·복합되면서 기존의 '이동(移動)'과는 전혀 다른 양상의 모빌리티 혁신이 곳곳에서 진행 중입니다. 부분적인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차량이 이미 도로를 다니고 있으며, 그 기능은 점점 진화하고 있습니다. 해상에서도 부분적인 자율운항 기술을 탑재한 선박이 세계 곳곳을 다니고 있습니다. 하늘에선 UAM(도심항공모빌리티)이 사람들의 이동 수단 중 하나로 사용되는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당장 내년부터 모빌리티에 급진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정부와 관련 기업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금 모빌리티 혁신은 어디쯤 왔을까요. <더팩트>가 올해 세 번째 혁신 포럼을 앞두고, 그 주제 '모빌리티 혁신'에 대한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아비커스는 세계 1위 조선사인 HD현대가 해양모빌리티 혁신을 선도하기 위해 2020년 설립한 자율운항 솔루션 전문 자회사이다. 이제 설립 5년 차이지만, 벌써 의미 있는 성과도 냈다. 2022년 자율제어가 가능한 대형상선용 2단계 자율운항솔루션 하이나스 컨트롤(HiNAS Control)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대형상선용·레저보트용 자율운항 솔루션을 해외에 판매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에는 실증을 통해 초대형 광석운반선에 하이나스 컨트롤을 탑재, 연료 15%와 탄소배출, 10%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도 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국제해운 분야의 탄소중립을 목표로 설정하고 자율운항선박 표준을 마련하기 위한 국제협약을 2028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제정 중인데, 이 과정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더팩트>는 최근 서울 강남구 소재 아비커스 본사에서 자율운항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인지·판단' 분야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한대용 통합상황인지팀 팀장을 만나 해양모빌리티 혁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 팀장은 오는 26일 열리는 더팩트 주최 '모빌리티 혁신 시대' 포럼 연사로도 참여한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자율운항·자율주행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기술 개발 현장에 있는 한 팀장에게 자율운항과 자율주행의 기술적인 차이에 대해 물었다. 언뜻 생각하면 선박보다 차량의 판매량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도로 위에서 적용하는 자율주행이 고려할 부분이 더 많지 않나 하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한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한 팀장은 "두 가지는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도 "자율운항이 고려할 변수가 더 많다"고 답했다. 자율주행과 자율운항 모두 '인지→판단→제어'라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해양에선 육상의 도로와 같은 길이 없고 바람과 파도 등 자연적인 현상으로 인한 변수가 더 많다는 설명이었다. 또한 그는 "선박은 브레이크가 없어 대형선박의 경우 정지하는 데 필요한 제동거리가 수킬로미터에 이를 정도로 길어 20km~30km 앞을 미리 보고 인지해야 하는 어려움까지 추가된다"고 덧붙였다.

한 팀장은 이어 "자율운항을 위한 정확한 인지와 판단을 위해서 레이더, AIS(선박자동식별장치) 신호, 카메라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술적으로는 대형선박보다 레저용보트와 같은 소형선에 적용되는 기술이 더 어렵다고 했다. 대형선은 천천히 움직여서 인지·판단을 할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소형선은 짧은 거리에서 수시로 판단을 내려야 사고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술적 난도는 더 높다고 한다.

IMO의 개념 구분에 따르면 자율운항 선박은 선원의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정도의 1단계, 선원이 탑승하고 원격제어가 가능한 2단계, 선원이 탑승하지 않고 원격제어가 가능한 3단계, 완전한 자율운항에 해당하는 4단계로 나뉘는데 현재 아비커스를 포함한 자율운항 기술 개발사들은 대부분 2단계에 머물고 있다. 3, 4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한대용 팀장은 자율운항의 진화와 관련해 "완전한 무인운항을 허용하는 법제화와 인지 및 제어시스템 외에 엔진을 포함한 선박 전체 시스템의 무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팀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아비커스 본사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모습. /임영무 기자

이에 대해 한 팀장은 "완전한 무인운항을 허용하는 법제화와 인지 및 제어시스템 외에 엔진을 포함한 선박 전체 시스템의 무인화가 필요하다"며 "선박은 바다에 떠 있는 건물에 비유될 만큼 거대한 시스템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선박 브리지(선교)에는 사람이 없어도 되지만, 엔진룸에는 (현재) 유사시에 정비할 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해상에선 악천후 시 통신 자체가 불안정해 지기도 한다. 이때 선박이 제어 불가능한 상태가 될 수도 있다"며 "원격 제어가 불가능한 상태에서도 주변을 인지하면서 선박을 안전한 해상까지 갈 수 있도록 하는 예측 항행, 선박이 유사시 대응할 수 있는 큰 반경을 안전하게 인지하고 자기 자체를 제어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아비커스가 이미 상용화한 자율운항 기술이 더욱 고도화되면 해양모빌리티에선 어떤 변화가 생길까. 한 팀장은 안전성·환경성적 측면과 편의적인 유용함을 나눠서 설명했다.

그는 "자율운항 기술의 목적은 더 안전하면서도, 환경친화적인 항행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율운항 기술이 상용화되면 해상운송 시 필요한 선원과 연료 사용량은 감소하면서도 항행의 안전성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료 사용량 감소는 탄소 배출량 저감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레저보트 문화가 일상적인 북미 또는 유럽을 시작으로 자동차와 비슷하게 안전운전과 운전 편의 기능을 활용해 누구나 더 안전하고 쉽게 보트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테면 (바다) 낚시의 경우 이른바 잘 잡히는 피싱 포인트가 있는데, 기록만 해 놓으면 그곳까지 자동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했다.

한대용 팀장은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육상모빌리티 혁신이 가까운 미래의 가능성을 엿보는 단계라면, 해양모빌리티 혁신은 생존을 위한 필연"이라고 말했다. /임영무 기자

◆"해양모빌리티 혁신은 생존을 위한 필연"

해상의 특정 포인트를 지정해 이동하는 자율운항 기술은 이미 개발된 상태다. 다만 해상 이동 과정에서의 다양한 돌발상황에 모두 대처할 기술적인 보완이 진행 중이며, 단계적으로 기술 수준을 높여가고 있다.

한 팀장은 해양모빌리티 혁신은 '필수'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육상모빌리티 혁신이 가까운 미래의 가능성을 엿보는 단계라면, 해양모빌리티 혁신은 생존을 위한 필연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국가 간 시장 경계가 허물어진 상황에서 물류 이동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상승하는 운임과 운용 인력의 부족, 그리고 지구 생존을 위한 탄소 저감 규제와 맞물려 이 보수적인 업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팀장은 "어쩌면 우리가 보게 되는 완전 자율 모빌리티의 혁신은 육상보다는 해상에서 먼저 등장할지도 모른다"며 "그 변화 속에서 아비커스가 선두가 되도록 계속해서 노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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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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