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458] 콩의 종주국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2024. 8. 18.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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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소재는 어떻게 구하느냐? 우선 독서다. 책도 보고 그 분야 연구 리포트도 본다. 현장 답사도 중요하다. 현장에 가보면 책에 나오지 않았던 부분이 발견되곤 한다. 눈으로 봐야 자신감이 생기고 어떤 느낌이 온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 있다. 그다음에는 전문가와 벌이는 토론이다. 토론하다 보면 나의 부족한 부분을 메울 수 있다. 넷째는 산책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산책 코스가 있는 곳에 거처를 잡을 필요가 있다. 문필가는 하루에 1시간 반 정도는 산책해야 생각이 정리된다.

근래에 만난 전문가는 ‘콩 박사’ 함정희(71). 특히 국산 토종 콩에 집착이 강하다. 콩만 25년 연구하고 사업하다가 망해도 봤다. “왜 한국이 콩의 종주국이냐?” “두만강(豆滿江)이 콩이 꽉 찬 강이라는 뜻이다. 콩의 발원지에 해당한다. 콩이 얼마나 꽉 찼으면 이런 이름을 지었겠는가. 우리나라처럼 콩 음식이 발달한 나라도 없다. 콩국수, 두부, 된장, 간장, 청국장, 인절미, 미숫가루, 콩자반 등등.”

함 박사에게 그 말을 듣고 보니 한자에도 ‘콩 두(豆)’가 들어간 글자가 많다. 頭腦(두뇌)에도 콩 ‘두’가 들어간다. 감옥에 들어갔을 때 먹는 밥 이름을 ‘콩밥’이라고도 불렀다. 콩밥 먹었다는 것은 감옥살이 했다는 말이다. 감옥살이를 마치고 교도소 대문 앞으로 나오면 대기하고 있던 가족, 친지들이 두부를 먹여주던 풍습도 있다. 한국인에게 콩은 감옥살이의 결핍된 영양소를 채워주는 솔 푸드였던 것일까.

콩은 단백질 40%, 지방 20%, 비타민 5%, 탄수화물 35%다. 식물성 단백질이 많은 편이다. 콩의 탄수화물은 올리고당, 식이 섬유로 되어 있어서 몸에 좋다고 한다. 콩은 산과 들에서 모두 잘 자란다. 척박한 땅에 심으면 옥토로 변하게 한다. 그래서 콩을 먼저 심고 그다음에 다른 농작물을 심는다. 오염 물질도 콩깍지와 잎으로 많이 간다. 콩 알맹이로 직접 가지는 않는다고 한다.

현재 콩은 100여 종류가 남아 있다고 하는데 그중에서도 국산 쥐눈이콩을 최고로 친다. 쥐의 눈처럼 아주 작고 까맣게 생겼다고 붙은 이름이다. 약콩으로 여겼다. 한자어로는 서목태(鼠目太)다. 여기에서 ‘태(太)’ 자는 크다는 뜻보다는 ‘콩’이라는 뜻으로 쓴 것이다. 충남 대전(大田)을 향토 사학자들은 태전(太田)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대전이 옛날에 콩밭이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쥐눈이콩을 삶은 물은 옻으로 생긴 독소를 해독하는 데 효과가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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