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독립 유공자 공적 재평가·훈격 재조정 시급하다

장세윤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수석연구원 2024. 8. 1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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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윤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수석연구원

이번 8·15는 광복 제79주년이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76주년이었다. 엄중한 국내외 정세와 긴장된 남북 관계 속에서 이번 광복절은 우리에게 많은 성찰의 과제를 제기한다.

그중 하나가 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에서 활약했던 독립운동가들의 공적과 기여를 상기하고, 그들이 실현하려던 가치와 이상을 오늘의 현실에 비추어 재음미하는 것이라고 본다.

지난해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문제로 큰 논란이 일어났듯이,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독립운동사, 근현대사에 대한 조명과 주요 인물들에 대한 평가는 학술적 성과를 기반으로 다각적 차원에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에서 수여한 독립 유공자들의 훈격(포상 등급)을 둘러싸고 논란과 이견이 제기되기도 했고, 공적 재평가 요구도 있었다.

국가보훈부는 지난 4월 30일 제4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교육부,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합동으로 마련한 ‘독립운동 가치의 합당한 평가 및 기억 계승 방안’을 발표했다. 시의적절했다고 본다. 국가보훈부는 이를 위한 5대 핵심 과제도 제시했다.

특히 첫째 과제로 ‘독립운동 가치의 합당한 평가’를 위해 외교-독립운동의 정의·사례 등 학술 연구를 통해 학문적 토대를 구축하고, 교육·문화·계몽 분야의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 유공자 사례를 발굴하여 재조명하겠다고 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 4월 24일 전문가 중심의 학술 회의(공론화의 장)를 개최했고, 학계 전문가의 연구 등을 거쳐 독립 유공자 공적 재평가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1962년 3·1절을 계기로 독립 유공자에 대한 본격적 심사와 포상을 실시했다. 그때 건국공로훈장 중장(重章·현재 대한민국장)에 최익현 등 18명, 복장(複章·현재 대통령장)에 유인석 등 58명, 단장(單章, 현재 독립장)에 132명 등 총 208명을 선정 및 포상했다. 그러나 관련 사료의 미비와 부족, 조사 기일의 촉박, 관련 연구 성과의 전무 상태로 큰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포상된 인물들의 훈격에 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예를 들면, 당시 생존자로서 유일하게 중장을 수여받은 김창숙(전 성균관대 총장)은 자신보다 낮은 등급으로 포상된 김동삼, 이동녕, 이상설 선생에 대해 매우 아쉬워했다는 기록이 있다. 실제로 독립운동 공적과 대한민국 정부의 포상 훈격이 일치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고, 특히 공적에 비해 훈격이 ‘저평가’되었다고 판단되는 경우도 상당하다. 가령 석주 이상룡과 일송 김동삼, 만주 지역에서 조선혁명군 독립군을 이끌다가 전사한 양세봉, 대종교 지도자 나철, 서일 선생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임시정부와 한국광복군 계열 인물들의 훈격에 비해, 이주 한인들을 바탕으로 치열한 무장 독립운동과 다양한 항쟁을 벌였던 중국 동북 지방(만주)이나 러시아 연해주 지역 독립운동가들은 제대로 평가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근래 새로운 자료들이 발굴되고 학계의 연구가 심화됨에 따라 이 지역 독립운동과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재평가와 기포상 독립운동가들의 훈격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가령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 ‘페치카’로 불렸던 최재형의 경우도 현재의 ‘독립장’보다는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훈격이 상향된 경우는 거의 없었으나, 근래의 예로 세 사람을 들 수 있다. 홍범도(1962년 2등급에서 2021년 1등급으로), 유관순(1962년 3등급에서 2019년 1등급으로), 여운형(2005년 2등급에서 2008년 1등급으로)인데, 모두 최고 등급인 대한민국장으로 상향(추가 서훈)되었다.

박정희 정부의 본격적 독립 유공자 서훈 이래로 독립 유공자의 개념과 범주, 서훈의 목적과 대상, 정부의 심사 기준과 원칙도 바뀌어 왔다. 사회 분위기와 정치적 상황의 변화에 따른 기존 독립 유공자 평가 및 서훈의 재검토 필요성도 대두하고 있다. 내년 ‘광복 80주년’을 앞두고 이 문제를 진지하게 살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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