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전세 있나요?
김가람 2024. 8. 18. 23:13
저렴한 전세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아파트.
김온기/공인중개사
(신혼부부들도 있긴 있나요?) 신혼부부 많죠. 거의 신혼부부예요, 전세는.
그런데 나와 있는 전세매물은 없습니다.
김온기/공인중개사
요새 더 더 귀해요, 전세가. 하나 딱 올라가면 뭐 몇 사람이 전화 와서 바로 나가요.
2년 전 입주한 서울의 또 다른 신축 아파트. 1,400세대가 넘는데 지난달 맺어진 전세 계약은 단 1건에 불과합니다.
최원석/공인중개사
전세는 물량이 지금 많이 없는 편이고요. 전세 가격이 조금씩 조금씩 올라가는 이런 추세가 있습니다.
관악구의 또 다른 아파트. 3천 5백여 가구에 달하는 이 아파트 단지엔 그래도 매물이 꽤 있습니다. 문제는 가격입니다. 올해 1월 4억 원이던 59㎡ 아파트 전세가는 불과 반년 만에 5천만 원 오른 4억 5천만 원에 나왔습니다.
김석남/공인중개사
한 개가 저렴하게 계약되면 그다음에 단가를 높이고 이렇게 하니까.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65주 연속 오르고 있습니다.
김진주/공인중개사
확실히 올랐죠. 많이 올랐죠. 지금 날짜만 맞으면 계약을 하고는 있는데….
전세가격은 언제까지 오를까요?
노은솔 씨는 3년 전 결혼했습니다. 남편 직장과 가까운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 살고 있습니다.
보증금 2천만 원에 월세 100만 원. 10평 남짓한 공간은 둘이 살기에도 좁았습니다.
노은솔/서울 강남구
남편 본가가 있어서 거기다 여름이면 겨울 짐을 갖다 놓고 그런 식으로 짐 분리를 해서 살았어요.
2년 동안 악착같이 2억 원을 모았습니다. 대출을 합쳐 서울에 아파트 전셋집을 찾기로 했습니다.
노은솔/서울 강남구
월 이자가 200만 원 넘지 않는 선에서 잡으려고 해가지고 전세 보증금을 6억 원으로 잡게 됐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노은솔/서울 강남구
부동산에 갔는데 보여줄 게 없다는 거예요. 너무 없으니까 그냥 한 군데 보여주시고. 보통은 세네 군데 보여주시고 어떠시냐 이렇게 물어보는데, 그게 아니고 그냥 한군데 보여주시고 진짜 매물이 없어서 그냥 들어가는 대로 한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거예요.
노 씨는 경기도로 눈을 돌렸습니다. 이곳의 25평 아파트 전세가격은 6월 초 6억 원이었지만, 망설이던 보름 만에 호가가 2천만 원 뛰었습니다.
노은솔/서울 강남구
저 아파트로 했고요. 25평 전세로 6억 2천만 원에 했습니다. (입주는 가을에 하나요?) 가을에 예정이고 9월 말 잔금 치르고 이제 이사하는 거예요. 부동산에서 계약하고 나서 그 이후에 계약하기 잘했다, 지금도 계속 오르고 있고 그래서 좀 잘 계약을 한 것 같다. 이렇게 얘기를 해 주시더라고요.
조금만 늦었더라면 전셋집을 구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이 아파트 같은 평형 전세가격은 한 달 사이 또 3천만 원이 올랐습니다.
노승진/공인중개사
한 6억 3천에서 6억 5천만 원 그 정도는 돼야 할 것 같아요. (아 진짜 한 달 사이에도 이렇게 집값이 오르는구나….) 전세 수요자는 많은데 지금 매물은 지금 싼건 다 계약된 상태고 남은 게 많지는 않아요.
이렇게 전세가격이 빠르게 오르는 이유는 뭘까?
27살 직장인 한 모 씨는 2년 전 인천의 빌라에 전세로 들어왔습니다. 보증금은 1억 2천5백만 원, 간신히 마련한 돈이었습니다.
한◯◯/전세사기 피해자
2,500만 원은 신용대출로, 그 다음에 1억은 중소기업 청년 전세자금 대출로 해서 1억 2,500만 원을 마련해서 이 집에 들어가게 됐거든요.
그런데 계약 7달 만에 빌라가 압류된 사실을 알았습니다.
한◯◯/전세사기 피해자
내가 살고 있는 집 등기부 등본을 한 번씩 체크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어요. 매번 체크를 하던 도중에 밑에 등기부 등본 밑에 보니까 새로운 게 한 줄이 생겼더라고요. 강서구 세무서 거기서 압류가 들어왔다는 사실을 그때 알게 됐었어요.
한 씨는 다행히 보증보험에 가입해 큰 화는 면했습니다. 앞으로는 돈이 더 들더라도 아파트 전세를 얻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전세사기 피해자
아파트는 공동주택 공시 금액이라고 해서 나라 자체에서 원활하게 좀 관리를 하고 있어서 안전하다고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지난해 중순 한 씨가 알아봤던 25평 아파트 전세가격은 2억 초반대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사 계획을 세우다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전세사기 피해자
5천만 원을 어떻게든 모아서, 아 이제 내가 그때 봤던 금액이 있으니까 그 집으로 이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찰나에, 갑자기 최근에 이사 갈 때가 돼서 알아보니까 3억으로 3억 초반으로 이렇게 되니까.
1년 사이에 25평 아파트 전세 가격이 1억 원이나 오른 겁니다. 눈을 더 낮춰 다른 아파트를 찾고 있지만, 아직 전셋집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한◯◯/전세사기 피해자
제가 집을 매일매일 알아보는데 거의 한 달 주기로 금액이 슬금슬금 올라가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단기 월세를 한 3개월 정도는 생각하고 있어요.
박원갑/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
전세시장의 두드러진 특징은 아파트 쏠림 현상이 유달리 좀 강하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빌라 전세 사기 여파가 여전히 시장에 어떻게 보면 후유증으로 남아 있다. 아파트 전세 가격은 수도권 중심으로 보면 거의 1년 이상 오르고 있지만, 지방은 오히려 좀 빠지는 곳도 많고요.
지난해 5월 넷째 주부터 65주째 계속 오르고 있는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전셋집을 구할 수 없습니다.
김온기/공인중개사
임대차법 때문이죠, 뭐. 4년 동안 거주하니까. 그리고 또 살던 분들이 안 옮기고 딴 데로 가시질 않아요. 웬만하면 올려드리고 이제 여기서 사시는 거죠. 이사비 비싸고 그러니까.
2020년 7월 시행된 임대차법. 계약갱신청구권에 따라 세입자는 한 차례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고 전세 보증금 인상률도 5% 이하로 제한했습니다.
이민규/공인중개사
가격대가 낮았을 때 계약하신 분들은 그 가격에 다시 얻을 수 없으니까 계약 갱신 청구권을 쓰셔서 2년 더 거주하시는 거죠. 다 쓰시죠. 웬만하면 계약갱신청구권 써서.
전세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기존 세입자들이 굳이 지금 사는 전셋집에서 나가지 않는 겁니다. 문제는 신규 세입자들입니다.
박원갑/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
기존 세입자들이 계속해서 머물러 있다는 얘기는 시장 전체를 보면 새로 전세 공급이 안 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잖아요. 말하자면 유통 매물이 줄어들면 약간의 수급의 불균형만으로도 가격이 변동성이 생기는 그런 측면이 있고요.
실제로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전보다 15%, 올 초보다는 20% 넘게 줄었습니다.
이승훈/이승훈부동산경제연구소장
공급에 대한 부분이 해소가 되지 않는다면, 이건 당연히 어떤 신규 공급이 안 되면 매매에 대한 공급도 부족하지만, 전세에 대한 공급도 멈춰져 버린 거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매년 신혼부부든 뭐든 신규 수요는 유입되는 상황일 테고. 이제는 전세가가 올라가면서 매매가까지 같이 올라갈 수 있는 어떤 임계점에 도달한 거예요.
2022년 10월 착공한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2,450여 가구가 들어설 강북 최대 재개발 단지입니다. 그런데 지난 1월 아파트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건설사가 공사비 미지급을 이유로 공사를 멈췄지만, 공사비 인상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공인중개사들 이야기입니다.
이진욱/공인중개사
최근에 현대건설에서 하는 데가 홍제3 재건축이 있어요. 거기 공사비가 평당 512만 원이었거든요, 여기랑 똑같았어요. 지금 784만 원으로 올렸어요, 공사비를. (500만 원은 공사가 사실 어려운 상황이었던 거죠?) 결국은 공사비 인상 때문에 어떻게 보면 서로 문제가 있었던 거죠
공사는 최근 재개됐지만, 입주 예정일은 반년 넘게 늦춰졌습니다. 공급 지연은 대조1구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이동주/한국주택협회 본부장
전에는 서울의 평당 공사비가 한 400에서 500 정도면 수주를 들어갔는데 최근에는 800만 원 후반대 그리고 점점 고층으로 될수록 1천만 원 이상까지. 서울에서 주택 공급을 할 수 있는 지금의 환경이 사실은 쉽지가 않은 상황입니다.
파주 운정신도시의 아파트 건설 단지. 2022년 사전청약 때 최고 4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파주 운정 3,4블록입니다. 계획대로라면 804가구가 2026년 입주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급등한 공사비 때문에 건설업체를 구하지 못했고, 시행사는 지난 6월 말 사업을 취소했습니다.
신용문/사전청약 당첨자
사업이 연장될지언정 사업 자체가 무산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하지 못했던 상황이지 않습니까?
내 집 마련을 기다렸던 당첨자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옆 사전청약 단지들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김민성/공인중개사
일단 저기 두 군데가 취소됐잖아요. 두 블록 정도 취소됐고 나머지 4개 블록이 있는데, 4개 블록도 취소될 것 같다는 얘기들이 많이 있어서. 6개 단지니까 2,400세대 정도 되잖아요.
현재까지 사업이 취소된 사전청약 단지는 모두 5곳에 1,739가구 규모. 인천 가정2지구를 시작으로 파주 운정과 화성 동탄 등 수도권에서 취소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서진형/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
건설 시장 자체가 건설 단가들이 많이 인상되다 보니까, 결국 사업 시행자 입장에서는 지금 높은 재료비를 들여서 아파트를 짓게 되면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아파트 공급을 철회하는 이런 상황들이.
본청약을 하지 못한 사전청약 단지도 전국 24곳, 1만 2천여 가구에 달합니다. 수도권 일대에 건설이 중단되는 아파트들이 속속 생기면서 공급 부족으로 다시 전세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박원갑/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
전세시장은 분양할 때를 따지는 게 아니고요, 입주 때를 따지는 겁니다. 전세는 당장 필요한 거니까. 그런데 올해는 그렇게 입주 물량이 적지가 않단 말이에요. 문제는 올 하반기 이후 내년 이후에 수급 불균형이 좀 심해지지 않을까 걱정을 하는 거죠. 공급 절벽을 조속히 좀 해결해야 한다,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는 거죠. 앞으로가 문제에요. 앞으로가.
최상목/경제부총리
정부는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주택 수요를 선제적으로 관리해 나갈 계획입니다.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리자 정부가 내놓은 국민 주거안정 방안. 핵심은 서울 수도권 공급 확대입니다.
최상목/경제부총리
향후 6년간 서울과 수도권에 42만 7천 호 이상의 주택과 신규 택지를 공급합니다. 서울 인근 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해 8만 호 이상의 신규 택지를 발굴해.
아파트로 쏠리는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빌라나 오피스텔 등의 공공 매입을 늘려 시장에 풀겠다는 겁니다. 부동산 시장은 안정될 수 있을까.
박원갑/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
빌라 같은 비아파트의 깜깜이 계약 부분들을 많이 해소를 시킨다고 그러면 아파트보다 좀 싸니까 그쪽으로 충분히 새로 들어갈 수 있지 않겠느냐. 전체 시장을 좀 안정시킬 수 있는 그런 단초는 충분히 만들어진다.
하지만 단기간의 효과를 보기에는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서진형/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
그린벨트를 푼다든지 새로운 신도시를 개발한다든지 이러한 것들은 장기간 소요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시장 안정에는 도움이 되기에는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여집니다.
지난 목요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65주 연속 올랐습니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도 지난 3월 넷째 주 이후 21주 연속 오르고 있습니다.
김진주/공인중개사
14억 입주 매물이 나왔는데 손님이 그날 8팀 예약됐거든요. 그 자리에서 5천을 올렸어요. 5천을 올리자마자 손님이 하겠다고 했는데 계좌가 안 나왔고, 14.7로 올렸고, 결국 5일 만에 8,500을 올린 거로 계약이 됐어요.
한동안 잠잠했던 갭투자도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김석남/공인중개사
갭투자 하러 왔다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깜짝 놀랐어요. 지금 열풍이 있는 것 같은데 젊은 분들만 오는 게 아니라 나이 드신 분들도 갭투자를 하러 오시더라고요.
썰렁했던 청약 시장도 다시 불이 붙었습니다.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은 294만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승훈/이승훈부동산연구소장
이번 기회에 그 집을 사볼까 라는 심리가 당연히 생기게 되니까 실수요자들도 사게 되고, 그다음에 갭이 줄어들게 되면 그동안 참아왔었던 투자자들도 덤벼들게 되면서, 전세가가 매매가를 밀어준다는 법칙은 정확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20년과 같은 부동산 시장 과열이 재연되지는 않을 거란 전망도 있습니다.
이광수/광수네복덕방 대표
투자자들이나 투기하는 사람들이 시장에 들어오느냐가 핵심이에요. 전세를 이용해서 투자하는 사람들이 증가해야 하는데 그러기는 쉽지 않은 시장의 환경이다.
집 없는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로 불렸던 전세. 사다리가 너무 높아지지 않게 할 방법은 없는 걸까요?
노은솔/서울 강남구
무슨 게임머니도 아니고 막 3억, 6억 이런 식으로 하다 보니까 아 이게 과연 결혼해서 전세를 구해서 살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이 들더라고요. 나중에도 이렇게 계속 서울에서 살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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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람 기자 (gara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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