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단계별 씀씀이나 의료비 지출 달라져, 맞춤전략 필요[김동엽의 금퇴 이야기]
양측 의견을 절충한 답변도 있다. 은퇴자의 생활비는 크게 기본 지출과 재량 지출로 나눌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의식주와 관련된 기본 지출은 물가 상승에 맞춰 늘어나지만, 여행이나 여가 활동에 쓰는 재량 지출은 줄어든다. 대다수 은퇴자는 기본 지출 증가보다는 재량 지출 감소에 따른 영향을 더 받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생활비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재량 지출이 줄어든다고 해서 노후 생활비가 계속 줄어든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의료와 간병 비용 지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미국의 재무설계사 마이클 스타인은 은퇴 기간을 ‘활동적인 시기(Go-Go Years)’와 ‘회상의 시기(Slow-Go Years)’, ‘간병의 시기(No-Go Years)’ 등 세 가지로 나눴다. 이에 맞춰 시기별 생활비의 특징과 은퇴자가 준비해야 할 것을 살펴보도록 하자.
● 은퇴 전보다 지출이 늘어나는 활동적인 시기
인생을 살면서 지출이 많이 늘어나는 때가 세 번이다. 첫 번째는 결혼할 때다. 결혼식과 신혼여행, 신접살림 장만에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다. 두 번째는 내 집을 마련했을 때다. 새집에 새 가구와 새 전자제품을 들여놓는 데 적지 않은 돈을 쓴다. 세 번째는 은퇴 생활을 시작할 무렵이다. 퇴직금 등 목돈을 손에 쥐고 있고, 출근하지 않아서 시간도 많고, 건강하기 때문에 해외여행 등 여가 생활을 즐기기는 경우가 많다.
활동적인 시기에 은퇴자들은 세계 일주, 골프 여행, 취미 생활 등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소비한다.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고 자녀 대학 등록금과 결혼 자금을 지원하는 데도 적지 않은 돈이 든다.
문제는 활동적인 시기와 소득 공백기가 겹칠 때다. 직장인 정년은 통상 60세지만 명예퇴직 등으로 이보다 퇴직이 앞당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노령연금 수령 시기는 63∼65세 정도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소득 공백 기간은 5년에서 10년가량 된다. 별다른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지출이 늘어나면 은퇴 자금 소진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 해외 여행도 좋고 여가 활동도 좋지만 소득 공백을 버텨낼 소득원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다.
● 소비가 줄어드는 회상의 시기
활동적인 시기가 지나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회상의 시기가 도래한다. 특별히 아픈 곳은 없지만 노화가 진행되면서 행동이 느려진다. 아직 은퇴 자금이 남아 있지만 자꾸 줄어드는 것을 보면 불안해진다. 그래서 씀씀이를 자제한다. 의식주 관련 필수 지출은 그냥 두더라도 여행과 여가 활동에 쓰는 재량 지출을 줄여 나간다. 그래서 은퇴 생활 기간 중 가장 적은 비용이 들어가는 시기다.
● 비용이 다시 늘어나는 간병의 시기
뇌졸중이나 치매 등으로 은퇴자들의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타인의 간호를 필요로 하는 시기다. 회상의 시기에 줄었던 지출은 의료비와 간병비로 다시 늘어나기 시작한다. 통계청의 2022년 생명표에 따르면 한국 남자는 기대수명이 79.9년인데, 마지막 14.8년은 병치레를 하며 보낸다고 한다. 한국 여자의 기대수명은 85.6년이고, 이 중 유병기간이 19.1년이다.
은퇴자들은 간병의 시기를 어디서 보낼지 미리 정해 두는 것이 좋다. 대다수는 자기 집에 살면서 치료받기를 바라지만,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을 찾는 이도 적지 않다. 따라서 요양원과 요양병원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지 점검해야 한다.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과 상속 분쟁에 대비하는 유언서 작성 여부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한다. 특히 치매 등으로 인해 의사결정이 어려운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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