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백 미션 성공' 수원 홍원진 "수원팬들은 달라, 열심히 안 뛸 수가 없어"
올 시즌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전남과의 경기 이틀 전, 수원의 변성환 감독은 전남의 높은 제공권을 잡을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하남의 포스트플레이에 발디비아와 임찬울, 브루노가 달려드는 전남의 위협적인 공격은 수원에게 고민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코칭스태프들과의 의논 끝에 나온 결론은 바로 '홍원진 시프트'였다. 미드필더인 홍원진을 수비로 내려 백쓰리 내지 백파이브 형태로 전환하는 전술로 전남의 포스트플레이를 막아내겠다는 방안이었다. 홍원진 역시 센터백이 가능했기에 감독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짧은 시간에도 시프트 훈련을 진행하며 자신에게 맞춰나갔다.
그리고 후반 39분 홍원진 시프트가 가동되었다. 이재욱이 빠지고 조윤성이 들어가며 홍원진이 밑으로 내려가며 발디비아를 마크하는 형태로 변했다. 유연한 시프트에 전남의 다이렉트 플레이는 위력을 떨치지 못했고, 수원은 전남을 꺾고 2연승을 달성할 수 있었다. 변성환 감독의 작전, 그 작전을 완벽히 수행해낸 홍원진이 없었다면 수원의 연승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변성환 감독은 홍원진의 시프트에 대해 "플랜 B를 짠 것은 이틀밖에 되지 않았다. 그 시간 동안 완벽하게 전략을 수행하기엔 쉽지가 않다. 전남이 다이렉트 플레이가 많다보니 볼을 소유할 시간이 없어 어려움이 있었지만, 상대는 별다른 공격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우리가 준비한 대로 진행을 했다."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틀 전 진행된 변성환 감독의 '홍원진 시프트' 그 장본인인 홍원진에게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경기가 끝나고 믹스트 존에서 만난 홍원진은 해맑은 웃음으로 기자를 맞이했다.
승리를 거둔 소감에 대해 "다 같이 고생한 팀원들과 감독님, 코칭 스태프 덕분에 이렇게 승리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뒤에서 열심히 응원해 주신 팬들이 있었기에 이렇게 2연승이라는 승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너무 행복하다."라고 모두에게 승리의 영광을 돌렸다.
변성환 감독이 그에게 주문한 시프트, 그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홍원진은 "전반전은 원래 준비했던 대로 포백 형태로 했고, 감독님이 추가 주문을 내렸을 때 쓰리백에 오른쪽 센터백으로 나가면서 발비디아를 견제를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주문을 하셨다."라고 설명했다.
생소한 포지션이었던 센터백, 하지만 그에겐 포지션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홍원진은 "원래 볼 줄아는 자리여서 자신도 있었고, 감독님이 시키는 것에 임무만 다하자라는 마인드로 열심히 했던 것 같다."라고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했다.
시프트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경기에서도 홍원진은 미드필더에서 무게감을 책임졌다. 강한 전남 압박에 고전했지만, 무너지지 않고 버텼다. 홍원진은 "비디오 미팅과 함께 감독님이 전술적으로 잘 준비해 주셨고, 이미 전남이 강한 압박이 들어올 것이라 예상을 하고 맞게 플레이를 했는데 그렇게 어렵다고 생각은 안 들고 좀 잘 풀어나갔다라는 그런 긍정적인 생각만 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변성환 감독 이후 훈련 프로그램이 기존과는 많이 바뀌었다. 경기 전 영상 미팅을 통해 그날의 훈련을 설명하고 이후 실전으로 들어가는 형태의 프로그램이다. 특히 문답식으로 진행되어 '소크라테스' 라는 별명도 있을 정도로 변성환 감독의 지도방식은 특별하다. 이에 대해 어색함은 없을까?
홍원진은 "조금 어색하긴 하다. 수원이라는 구단은 딱 체계적으로 잘 이렇게 이루어져 있는 팀이고, 그리고 감독님도 연령대 대표 감독님을 하다가 오셨으니 시스템에 맞게끔 교수님처럼 준비해주신다. 장단점 빨리 보완해야 될 점을 딱 집어주셔서 선수로서는 감사하다. 감독님의 축구에 스며들게 만들고 싶고 싶다."라고 변성환 감독의 지도방식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지난 6월 이적시장에서 충북청주를 떠나 수원에 새로운 둥지를 튼 홍원진이지만 초반 몇 경기는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기도 했다. 홍원진은 이에 대해 "이적하고 나서 플레이가 안 좋았던 것은 인정을 한다."라고 운을 띄웠다.
이어서 "전 팀에 있던 전술을 수행하다 수원에 온 이후 그 전술에 맞게끔 적응을 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을 한다. 적응이 좀 되고, 감독님이 끝까지 믿어주시고 계속 선발로 꾸준하게 계속 써주시니까 보답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보니 좋은 플레이가 나오고 있다."라고 적응기를 끝내고 달라진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 설명했다.
용인으로 옮겼지만 수원팬들은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유료관중 9,263명이 경기장을 찾았고, 무료관중까지 포함하면 12,000여명의 관중이 용인 미르 스타디움을 찾았다. 홍원진 역시 수원팬들의 열정에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수원팬들에 대해 "수원은 좀 다른 것 같다."라고 이야기한 홍원진은 "워낙 팬층도 두껍고 잘하면 잘한다 못하면 못한다라고 딱 지적해 주시니까 더 동기부여를 갖고 더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뛰게 된다. 경기하다 좀 힘들다 생각할 때 팬들이 딱 보면 더 이렇게 힘이 나더라. 진짜 열심히 안 뛸 수가 없는 팬들인 것 같다."라고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팬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승리'다. 홍원진도 이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는 "수원이라는 팀이 3위든 1위든 K2에 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다이렉트로 우승하면 좋고 만약에 플레이오프에 가더라도 원래의 K1으로 올라가게끔 최선을 다하겠다. 내가 대단한 선수는 아니지만 팀을 희생하는 선수로서 매 경기 보여준다면 이제 좋은 결과가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전술에 따라 또 센터백을 봐야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홍원진은 자신감이 있다. "자신은 무조건 있다."라고 힘주어 말한 홍원진은 "원래 수비형 미드필더도 보고 공격형 미드필더도 보고 샌터백도 볼 줄 알기 때문에 어떤 자리에서든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3라운드 마지막 한 바퀴 남았는데 팬분들도 홈 원정을 떠나서 매번 많이 찾아오셔서 이렇게 응원해 주시는 만큼 저희도 수원이라는 팀이 원래 있던 자리로 올라갈 수 있게끔 꼭 노력해서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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