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대선 직행? ‘연임’ 이재명 앞 펼쳐진 ‘가시밭길’
‘먹사니즘’ 공약으로 대권 도전? ‘중도 확장’ 숙제로
‘사법리스크’ 현재진행형…‘대항마’ 김경수 복권도 변수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구호에 반전은 없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민주당 대표 선거 역대 최고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했다. 이 대표의 경쟁 상대였던 김두관 후보가 10%대 초반의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한 가운데, '명팔이'(이재명 팔이) 논란에 휘말렸던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이로써 '이재명 2기 지도부'의 친명(親이재명) 색채는 더 짙어졌다. 당내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 영향력도 더 강해졌다. 다만 이 대표가 이대로 대선 본선에 직행할 수 있을지 확언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당심'과 '민심'의 괴리 속 △'피의자 이재명'의 사법리스크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 파장 등에 따라 '이재명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7.77%→85.40%…더 세진 '명심'
18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8·18 전당대회 대표 경선에서 이재명 대표는 최종 85.40%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 대표는 2022년 당 대표 선거에서 자신이 기록한 77.7%의 역대 최고 득표율을 자체 경신했다. 민주당계 정당의 대표 연임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총재 시절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 대표의 대항마로 나선 후보들은 돌풍을 일으키는 데 실패했다. 비명(非이재명)계 구심점으로 나선 김두관 후보는 12.12%, 청년계 대표 김지수 후보는 2.48%를 기록했다. 지난 전당대회 당시 이 대표의 경쟁자였던 박용진 후보의 득표율(22.23%)을 고려하면 당내 '이재명 지지세'가 더 강해진 셈이다.
지도부 전원도 친명계로 재편됐다. 각축전을 벌인 최고위원 경선에선 김민석(18.23%)·전현희(15.88%)·한준호(14.14%)·김병주(13.08%)·이언주(12.30%) 후보가 차례대로 당선됐다. 경선 초반 1~2위를 달렸던 정봉주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경선 후반부 제기된 이른바 '이재명 대표 뒷담화' '명팔이' 논란 등의 여파가 당락을 가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결과 발표 직후 수락연설에서 "대민 제1야당 대표라는 막중한 임무와 기회를 줘서 고맙다"며 "꿈과 희망이 사라진 대한민국,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민생을 구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민주당의 힘으로 멈춰 선 성장을 회복시키고 새로운 기회를 다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친명色' 양날의 검…김경수 행보에 촉각
정치권은 거야(巨野)의 수장이 된 이 대표를 '여의도 대통령'에 비유하고 있다. 행정 권력을 지닌 윤석열 대통령도 입법 권력의 도움 없이는 대선 공약을 실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이 대표는 당선 직후 '먹사니즘'(먹고 사는 문제를 최우선으로 두는 이념)을 내걸고 윤 대통령에게 2차 영수회담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겐 여야 대표 회담을 선제안하며 정국 주도권을 적극적으로 쥐려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 대표 앞에 '꽃길' 보다는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우선 '당대표 이재명'과 달리 '피의자 이재명'의 운명은 위태롭다. 10월 초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선고가, 같은 달 말에는 위증교사 사건 선고가 잇따라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제3자뇌물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의 첫 재판이 오는 27일 열린다. 이 중 단 한 건이라도 중형이 선고된다면 이 대표의 당내 입지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을 탈당한 한 야권 인사는 "이 대표가 중형을 선고받으면 민주당은 '사법부 개혁'을 외칠텐데 여기에 호응하는 유권자가 얼마나 되겠나"라며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권 비판만 하다가 지지율을 깎아먹었듯, 민주당도 정부 여당 실점에 기대지 않고 득점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잠재적 경쟁자'가 돌아왔다는 점도 변수다. 지난 광복절 복권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올해 연말 유학을 끝내고 귀국할 전망이다. PK(부산‧경남‧울산)를 지역 기반으로 둔 김 전 지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야권 내 친노‧친문재인계 인사들과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에게 중형이 선고되면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될 것"이라며 "민주당이 이 대표로 대선을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되면, 김경수 전 지사가 차선책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의 강해진 '친명 색채'가 전국 단위 선거에선 양날의 검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계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도 성향 유권자들을 포섭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윤 대통령의 '박스권 지지율'과 별개로 정당 지지율에선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거나,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다수 발표됐다. 해석하면 '윤 대통령도 싫지만, 민주당도 싫다'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은 셈인데, 결국 이 대표가 정권 비판과 별개로 이들을 포섭해야 하는 난제를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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