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디저트는 재료에서 시작… ‘자연소재의 순수함’이 내 철학”
종주국 프랑스 위협 일본 최고 권위자
손님 앞 즉석 조리 ‘라이브 디저트’ 선봬
20년간 이어와… 日 정·재계 인사들 발길
“재료 직접 재배… 모든 과정에 정성 녹여
韓 제과문화 고유의 것 발굴 땐 더 성장”
25일까지 롯데호텔·백화점서 팝업 운영
블루베리 색이 짙어지는 여름이 오면 그의 제자들은 분주해진다. 약을 치지 않아 모여든 벌레들을 핀셋을 들고 종일 골라낸다. 일본 최고로 꼽히는 그의 디저트는 하나하나 벌레를 고르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번쩍번쩍 분주히 흘러가는 도쿄의 중심에서 길고 느릿한 그의 음식을 찾는 이유다.
장인의 디저트 맛보러 가볼까 지난 16일 일본 디저트 권위자 요로이즈카 도시히코 파티셰가 롯데호텔 서울에 열린 팝업매장을 살펴보고 있다. 팝업매장은 지난 16일부터 25일까지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식품관과 롯데호텔 서울 델리카한스에서 열린다. 최상수 기자 |
16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만난 요로이즈카 파티셰는 “블루베리, 오렌지, 밤, 카카오 등 전 점포에서 사용하는 15개 작물을 직접 재배하고 있다”며 “모든 음식은 재료에서부터 나온다는 신념을 직원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자연소재 그대로의 순수함을 살려 섬세하고 풍부한 맛을 내는 것이 내 디저트 철학의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한때 일본에서는 라이브 디저트 매장이 유행처럼 번졌다가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이유는 명확하다. 수지타산에 맞지 않기 때문. 정해진 메뉴 없이 셰프가 즉석에서 코스를 내놓는 ‘스시 오마카세’의 경우 1인당 50만원에 달하지만 디저트의 경우 한 품목당 2만원 정도가 상한선인 탓이다. 요로이즈카는 “라이브 디저트는 저의 자존심”이라며 “노동이 생활 유지를 위해 능력을 활용해 돈을 버는 것이라면 장인은 손님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며 자존심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손님들과의 소통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은 나의 장인정신을 유지하고 전파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출판이나 강연 제안이 숱하게 들어왔지만 모두 거절했던 요로이즈카는 이제 35년간의 제과 경력을 완결 지을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의 레시피를 집대성한 책을 내후년 60세까지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화려한 제과 책들은 이미 시중에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책들은 한 번, 두 번 보면 더는 겉표지를 들추지 않아요. 제 인생에서 책은 오직 한 권뿐일 테고, 그 이상은 필요가 없을 겁니다. 내용에 충실하고 오래오래 남을 그런 책을 쓸 계획입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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