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XY 염색체와 여성

박병수 기자 2024. 8. 1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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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여성은 엑스(XX) 염색체, 남성은 와이(XY) 염색체를 갖고 태어난다.

그러나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XY 염색체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선수가 여자 복싱 종목에 출전해 논란이 됐다.

그러나 XY 염색체를 지녔다는 이유만으로 남성이라고 할 수 있을까.

XY 염색체를 갖고도 전형적인 남성과 다른 이른바 '성발달차이'(DSD) 여성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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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여성은 엑스(XX) 염색체, 남성은 와이(XY) 염색체를 갖고 태어난다. 그러나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XY 염색체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선수가 여자 복싱 종목에 출전해 논란이 됐다.

사실 XY 염색체 선수의 여자 종목 출전은 처음이 아니다. 3년 전 도쿄올림픽에서는 여자 200m 달리기에서 XY 염색체 선수가 은메달을 땄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와 2012년 런던에서는 여자 800m 달리기에서 XY 염색체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럼에도 이번에 논란이 증폭된 건 복싱 종목의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달리기와 달리, 링에서 남자와 여자가 주먹다짐하는 듯한 이미지가 불공정하다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줬다. 여기에 상대 선수가 경기 시작 46초 만에 기권하며 “내 생명을 지키려 했다”고 한 것도 논란에 기름을 끼얹은 것 같다.

그러나 XY 염색체를 지녔다는 이유만으로 남성이라고 할 수 있을까. 뜻밖에 많은 전문가가 “꼭 그렇진 않다”고 한다. XY 염색체를 갖고도 전형적인 남성과 다른 이른바 ‘성발달차이’(DSD) 여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Y 염색체는 일반 남성의 Y 염색체와 달리 유전물질이 일부 빠져 있거나 변형되어 있다. 그래서 고환 같은 남성 생식기관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신 외음부나 음핵 같은 여성 생식기관이 발달하지만, 생리나 임신은 어렵다.

신체 능력과 관련해 중요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도 잘 만들어지지 않거나, 만들어지더라도 제대로 흡수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경우 Y 염색체가 있다고 다른 여성보다 신체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할 순 없다.

이들 성발달차이 여성은 날 때부터 여성으로 인식되고 그렇게 키워진다. 남성과 결혼까지 한 뒤 아이가 생기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가 자신이 성발달차이 여성이란 걸 알고 큰 충격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나중에 성전환 시술을 받는 트랜스젠더와 다르다.

성을 둘러싼 논란이 늘 과학적으로 명쾌한 건 아니다. 그렇지만 남·여의 이분법으로 담을 수 없는 다양한 성소수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회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뉴질랜드,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네팔, 아르헨티나에선 공문서에 남성(M), 여성(F)과 함께 제3의 성(X)을 표기하는 칸을 마련해놓고 있다고 한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어떨까. 상대와 신체적 능력을 겨뤄야 하는 특성상 성을 둘러싼 논란은 쉽사리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박병수 국제부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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