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소아마비 환자…가자지구 ‘보건 위기’ 심각
전염 쉬운 ‘구시대 감염병’
전쟁에 상하수도 파괴 탓
10개월 넘게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25년 만에 ‘구시대 감염병’이라 할 수 있는 소아마비 환자가 발생하는 등 보건 위기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에서 아동 여러 명이 소아마비 의심 증상을 보였으며, 이 가운데 백신을 맞지 않은 10개월 된 아기가 소아마비에 걸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가자지구 중부와 남부 지역에서 채취한 하수 샘플에서 2형 변이 소아마비 바이러스를 발견해 감염병 위험을 경고했는데, 결국 이 경고가 현실이 된 셈이다.
가자지구에서 소아마비가 발병된 것은 25년 만으로, 전문가들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전쟁이 시작된 후 상하수도 및 위생시설이 파괴돼 보건 상황이 악화된 데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소아마비 바이러스는 오염된 물 등을 통해 퍼지며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예방 접종으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라진 ‘구시대 감염병’으로 꼽힌다.
가자지구 전체 인구 약 230만명 가운데 85% 이상이 중·남부에서 피란 생활을 하고 있다. 비좁은 지역에 많은 인구가 몰리며 식수 및 상하수도 오염, 위생시설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WHO는 시급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소아마비가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유엔은 가자지구 어린이 64만명에게 두 차례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이달 말부터 7일간 전투를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WHO와 유니세프는 가자지구 전역에서 10세 미만을 대상으로 경구형 소아마비 신약인 백신 2형(nOPV2)을 투약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다만 백신을 가자지구 안으로 조달하는 문제부터 어린이들이 의료시설에 안전하게 접근하는 것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엑스(옛 트위터)에 “현재와 같은 격렬한 전쟁 중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분명히 말하자면 가자지구에서 소아마비에 대한 궁극적인 백신은 즉각적인 인도적 휴전과 평화”라고 강조했다. WHO도 가자지구에서 소아마비가 빠르게 확산할 경우 주변국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며 휴전을 촉구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투입 군인들에게 백신 접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아마비는 5세 미만 어린이가 주로 걸리지만 성인도 감염될 수 있으며, 영구적인 근육 쇠약이나 마비,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전쟁이 10개월 넘게 이어지며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가자지구 누적 사망자는 지난 15일 4만명을 넘어섰다. 전쟁 발발 후 하루 평균 약 130명씩 목숨을 잃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실제 희생자 규모가 훨씬 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의학저널 랜싯에 게재된 미 보건학 연구단체 ‘에드버킷 오로라연구소’의 논문에서 연구진은 “보고된 사망자 수가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공습에 따른 직접 사망자뿐만 아니라 간접 사망자까지 고려하면 가자지구 사망자는 최대 18만6000명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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