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부유세 시동 건 G20, 윤 정부만 부자 감세 역주행
상속세 인하 등 다른 기조
11월 정상회의 주요 의제
윤 대통령 관련 입장 주목
감세 기조를 이어가는 한국과 달리 세계 주요 국가들은 초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는 증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차원에서 글로벌 부유세 도입 논의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11월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초부자 증세에 관한 입장을 내놔야 할 수도 있다.
18일 가디언 등 외신을 종합하면, 보수 정당인 ‘이탈리아의 형제들’이 이끄는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7일(현지시간) 외국에서 이탈리아로 새로 이주한 고소득자의 해외 소득에 대한 정률세(flat tax)를 현행 연간 10만유로(약 1억5000만원)에서 20만유로(3억원)로 두 배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탈리아로 이주한 외국인이나 외국에서 9년 넘게 살다 귀국한 자국민 고소득층을 상대로 외국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최대 15년간 연간 10만유로의 정액 세금을 매겨왔는데 이를 올리겠다는 것이다. 외국인 부유층을 자국으로 유치해 내수를 진작하고자 2017년 도입한 제도다. 이탈리아 정부가 7년 만에 증세에 나선 것은 감세의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영국 보수당의 리시 수낵 전 총리도 지난 3월 영국 거주 외국인(Non-Dom·비거주자)에 대한 감세 혜택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영국에 살지만 법정 거주지를 외국에 둔 비거주자는 외국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한 세금을 영국에 내야 한다.
노르웨이는 2022년 부유세 최고세율을 0.85%에서 1.1%로 올렸다. 개인 기준 2000만크로네(약 25억3600만원), 부부 기준 4000만크로네(약 50억7200만원) 이상의 재산이 있는 사람에게 최고세율이 적용된다. 스페인은 2022년부터 300만유로(약 45억원) 이상 재산이 있는 사람에게 최고세율 3.5%의 부유세를 걷기 시작했다.
초부자 증세 논의를 시작한 국가도 있다. 스위스 사회민주당 청년지부는 5000만스위스프랑(약 781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부동산 보유자에게 50%의 상속세를 거둬 재생에너지 투자와 공공 분야에 쓰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은 2026년 안에 국민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 3월 억만장자들에게 연방정부 차원에서 최소 25%의 세율을 매기는 ‘억만장자세’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정부는 그러나 주요국의 증세 기조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 상속세 최고세율 50%에서 40%로 인하, 가업상속공제 확대, 최대주주 상속세 할증 폐지 등 감세안을 담기로 했다.
감세를 추진 중인 윤 대통령은 오는 11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의장국인 브라질은 10억달러(약 1조3500억원) 이상 재산이 있는 전 세계 3000명의 초부자들에게 보유 재산의 2%를 ‘최소 세금’으로 매기자고 제안했다. 11월 G20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부유세 도입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도 글로벌 부유세에 대한 답변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있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요 국가들이 국제적으로 부유세를 도입해 조세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상황에서 한국만 상속세 최고세율을 낮추려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한다”며 “윤 대통령은 세계적인 흐름이 왜 증세로 가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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