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대권 가도 올라탄 이 대표, 약점 꼽힌 ‘중도 확장’이 관건
금투세 등 정부 세제안 관련
중도층 겨냥 메시지 나올 듯
내달 결심공판 등 잇단 재판
사법 리스크 가장 큰 변수로
리더십 기반 된 압도적 표심
일극 체제 논란 극복엔 부담
더불어민주당 8·18 전당대회에서 압승하며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대표는 명실상부한 야권 최대 대선 주자로 발돋움했다. 이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자신의 정책 상징인 ‘먹사니즘’을 전면에 내세워 사실상 집권 청사진을 제시했다. 본격적인 대선 궤도에 오른 이 대표는 향후 약점으로 지적돼온 중도층 외연 확장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사법 리스크와 이 대표 일극 체제에 대한 우려는 풀어야 할 숙제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정부와 여당이 방치한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민주당이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며 “문제는 결국 경제”라고 말했다. 그는 대표 출마 회견에서 “‘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여야 한다”고 말한 뒤 전국 순회경선 연설마다 이를 주요 키워드로 강조해왔다.
이 대표의 실용주의적 행보에는 차기 대선의 키를 쥔 중도층을 붙잡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이재명 2기 체제’는 수권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념이 아닌 민생 정책으로 중도 표심을 공략할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패한 이유로도 중도층 확보 실패가 꼽혀왔다.
이 대표가 대표 수락 연설에서 “국민의 삶을 보살피자”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대표회담을 각각 제안한 배경에도 ‘민생 회복’을 매개로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우선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한 당론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중도층을 겨냥한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그는 이미 금융투자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 정책을 두고 완화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당론을 정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의 ‘정체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은 불안 요소다.
이 대표는 나아가 “어려운 민생 문제, 그중에서도 장기화하는 내수 부진을 타개할 방안에 대해 의논하자”며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 처리를 강조했다.
사법 리스크는 ‘이재명 2기 체제’의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당장 20대 대선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다음달 6일, 위증교사 사건은 다음달 30일 결심공판이 예정돼 있다. 이르면 10월에 2건의 1심 재판 결과를 받아들게 된다. 이에 더해 대장동 등 개발비리,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과 관련한 재판이 진행 중이고, 쌍방울그룹의 불법 대북송금 사건 재판도 다음달 시작된다.
‘이재명 2기 체제’에선 검찰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청 폐지 및 수사·기소 완전 분리 등 검찰개혁 추진이 가속화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진행 중인 검사 탄핵소추안 조사 청문회 강도가 강해질 수 있다.
이날 확인된 압도적 표심은 이 대표에게 강력한 리더십의 기반이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극 체제 논란을 극복하는지가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경선 기간 당 안팎에서 제기된 ‘제왕적 1인 정당’ 비판에 대해 “압도적 지지를 받도록 노력하는 것이 정치인”이라며 정면 돌파를 택했다. 다만 이 대표 주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한 초선 의원은 “살짝 미끄러지는 순간에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게 돼 있다”며 “압도적인 지지엔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고 말했다. 낙선한 김두관 당대표 후보는 이날 입장문에서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의 호위를 받으며 ‘개혁의 딸’의 섬에 갇히면 정권 탈환의 기회는 멀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우리 안의 작은 차이는 먼지에 불과하다”며 통합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이해식 의원과 조승래 의원을 각각 당대표 비서실장, 수석대변인에 임명했다. 두 의원은 강성 친명계에 속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는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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